묵상자료 6867(2020. 3. 5. 목요일).

시편 69:35-36.

찬송 371.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그토록 간절히 꿈꾸었던 이상향, 타이티의 파피에테 항구에 배가 도착하는 순간, 고갱은 벌써 실망을 느낍니다. 항구의 모습이 기대하고 짐작했던 것과는 전혀 달라서였지요. 고갱에게는 그것도 이미 서구 문명에 물들어 타락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상향의 섬이었던 타이티가 고갱에게 정말로 고통스러운 곳이 된 건, 바로 생활고 때문이었습니다. 파리에 두고 온 그림이 한 점도 팔리질 않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지요. 결국 고갱은 그림을 포기할 마음으로 다시 파리로 돌아갑니다. 그랬다가 다시 타이티로 돌아오기는 했지요. 돌아와서 숨을 거둘 때까지, 그림에 온 힘을 쏟아 유명한 대작,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가>를 완성합니다. 하지만 예술이라는 측면을 제외하고 보면, 생활고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현실인지를, 생생히 실감시켜 주는 이상향의 사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생각하게도 됩니다. 이상향은 머릿속이나 마음속으로 막연히 연상하고 기대하는 곳이 아니라, 지금 내 생활을 해결해 주는 곳, 지금 내 의식주를 해결해 주는, 현재 나의 주소와 내 직업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겨우 이런 곳 이런 일이 내 이상향이라면, 너무 초라하고 서글프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막연히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캘리포니아의 이미지와, 실제 일상과 행복지수가 다르고, 고갱이 꿈꾸던 타이티가 달랐듯, 이상향도 내가 먼저 나를 책임지지 않거나 책임질 수 없는 곳에선, 한낱 잘못된 이미지에 불과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KBS FM 1. 노래의 날개위에, 2012215일 방송>b.

 

2. “하나님의 일꾼(2:14-3:15)”을 읽었습니다. 병자호란 후 끝까지 결정 항전을 주장했던 예조판서 김상헌이 청나라로 끌려가면서 남겼다는 시조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가노라 三角山아 다시 보쟈 漢江水故國山川을 ᄯᅥᄂᆞ고쟈 ᄒᆞ랴마ᄂᆞᆫ

時節이 하 殊常ᄒᆞ니 올 동 말 동 ᄒᆞ여라세월이 하 수상하다고 걱정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러나 지나온 삶이 수상(殊常)하지 않은 적이 몇 번이던가요? 인생 고개 스무고개라고 이고개만 넘으면 좋아지랴, 다음 고개만 넘으면 달라지랴 하지만, 끝도 없이 힘든 고갯길입니다. 그럴 때마다 특별한 날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에서 기쁨과 감사 그리고 보람을 찾았으면 합니다. 오늘 읽은 본문은 딱 우리 시대를 두고 하신 말씀 같아서 귀글 기우려야 하겠습니다.

   사도는 교회 지도자들을 두고 파벌이 생기는 것에 대해서 작심을 하고 비판합니다. 교회 지도자는 편 가르기로 갈라지고 찢어질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협업하는 팀장들이라고 말입니다. 바울 사도는 두 가지 비유로 이를 설명합니다. 하나는 농사짓는 일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씨 뿌리는 사람과 물을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역할의 차이를 말하고 있는데, 결국 자라게 하고 열매를 맺고 거두게 하시는 하나님의 일꾼이라고 말입니다. 또 다른 비유는 집을 짓는 건축가의 이야기입니다. 기초를 놓는 사람이 있고, 그 기초위에 집을 짓는 사람이 있다고 말합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는 분업이 잘 되어서 집 한 채를 짓는데, 수십 명의 전혀 다른 기술자들이 참여한다고 합니다. 목수 일에도 기둥과 대들보 지붕의 석가래를 놓는 일을 하는가 하면, 창문과 가구 등을 만드는 목수가 따로 있습니다. 농사짓는 일이나 집을 짓는 일은 모든 참여자들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사도는 그 중요성을 심판의 날에 판정이 날 터인데, 각각의 임무를 맡은 이들이 얼마나 최선을 다해서 일을 했느냐로 결정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금과 은, 그리고 나무와 풀로 집을 짓는 사람들 얘기는 삶이나 일에서의 진정성을 말하는 상징어입니다. 하나님의 일꾼은 물론 하나님의 백성들의 삶이 그리고 그들이 힘쓰고 있는 역할들이 진정성을 가져야 합니다. 사도는 그것을 세속적이고 인간중심적인 가치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다스리시는 나라의 임재에 초점을 맞추는 일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일꾼들로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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