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4781(2014. 6. 19. 목요일).

시편 시 42:9-11.

찬송 75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통근버스를 타기 위해 이른 새벽 집을 나섭니다. 그리고 늘 타는 곳에서 버스를 기다립니다. 잠이 다 깨지 않은 듯 하품이 계속 납니다. 그래도 통근버스를 타면 앉자마자 한 시간 가량을 더 잘 수 있습니다. 회사가 시외에 있어서 가는 시간이 꽤 깁니다. 그 때의 한 시간 잠이야말로 아침엔 더할 수 없이 달디 답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마음이 행복하기까지 합니다. 마침내 저쪽에서 통근버스가 나타납니다. 자신을 포함해 늘 같은 곳에서 타는 서너 명이 차도 쪽으로 좀 더 가까이 다가섰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통근버스가 서질 않고 그대로 지나가버립니다. 타려던 사람들 모두 어안이 벙벙해 졌습니다. 정류장이나 정차 시간이 바뀌었나? 버스가 고장 났? 대체 무슨 일인가 싶으면서도 출근길이 아득해 집니다. 그래서 다 같이 난감한 표정만 짓고 있는데 갑자기 빈 택시 한 대가 바로 앞에 멈춰섭니다. 택시의 유리창이 내려지는 가 싶더니 기사 아저씨가 빨리 타라는 손짓을 합니다. 다들 일단 급하게 택시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빨리 통근 버스를 쫓아가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일단 한숨 돌려서였을까요. 그제서야 택시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통근버스 기다리는 위치가 평소 택시가 설만한 위치도 아니었지요. 거기다 기사 아저씨가 유리창까지 내리면서 자신들에게 빨리 타라고 재촉했던 것도 좀 이상합니다. 물론 그냥 승객을 빨리 태우려고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렇다기엔 아저씨의 재촉이 워낙 자신들을 위한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참지 못하고 말했습니다.

<KBS FM 1. 노래의 날개위에, 2014512일 방송>a.

 

2. 현자(賢者)와 우자(愚者)를 가르는 기준이 무엇일까요? 셈이나 이해관계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으로 지혜로움과 어리석음을 가르는 것이 세상 기준이라고 한다면 이해가 될 것 같은데, 오늘 주님은 오히려 정반대를 말씀하고 있어서 혼란스럽기 까지 합니다. 저주의 심판으로부터 멀리 떨어질 사람을 지혜와 슬기로운 사람이 아니라, 어리석기까지 한 어린아이들이라고 분명히 말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이것이야말로 하나님의 뜻을 엿볼 수 있는 지름길처럼 암시하고 있는 것이 놀랍기만 합니다. 최근 총리지명자인 보수 논객의 글과 말이 구설수에 올라서 한동안 온 나라를 들끓게 할 전망입니다. 그 구설수 중의 한 구절은 우리 기독교인들에게도 마음을 편치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바로, “일본 식민지 생활은 하나님의 뜻이었다.”는 구절입니다. 하나님의 뜻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하나님께서 세상을 다스리고 계신다는 넓은 의미에서는, 세상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하나님의 뜻이라는 말로 함축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 하나님의 뜻을 적용할 때는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가령 인간이 죽는 것은 하나님의 뜻입니다.”라고 말할 때는 무방합니다. 그러나 위안부로 끌려간 조선의 꽃다운 처녀들이 일본 군인들의 노리개가 된 것은 하나님의 뜻입니다.”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자칫 하나님의 뜻이 악마의 뜻과 일치한다는 오해를 할 수 있게 만드는 때문입니다. 헬라어 성경에는 하나님의 뜻을 말하는 두 단어가 있습니다. 하나는 인간에게 바라시는 하나님의 뜻입니다. 텔레마라고 하는 단어인데, 우리들 인간이 항상 기뻐하고, 쉬지 말고 기도하고, 범사에 감사하라.”(살전 5:16-18) 는 게 하나님의 뜻입니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말은 불레라는 단어입니다. 하나님의 뜻은 너무 깊고 광대해서 우리들이 감히 측량조차 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11:7-9, 3:11). 문제의 총리지명자는 바로 이 두 번째 하나님의 뜻을 헤아린 듯 말했던 것 같은데, 신앙적인 면에서 만이 아니라, 인간적인 면에서도 해서는 안 될 말을 해버린 것입니다. 이런 언행은 기독교의 진리를 이해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곡해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지 우려됩니다.

 

3. 어제와 오늘의 묵상자료가 뒤바뀌었습니다. 곧 바로 알았지만, 붙잡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걸 알려주시고, 무거운 눈꺼풀 때문인 것도 맞춰주신 분은 그레이스 사모님이었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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