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7260(2021. 4. 2. 금요일).

시편 시 143:4-6.

찬송 508.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에쿠니 가오리와 츠치 히토나리의 [냉정과 열정 사이] 가운데서 인용합니다. “나는 이 거리에서 나 자신을 재생시킬 수 있을까? 내 안에 르네상스를 일으킬 수 있을까?” 여자 작가 에쿠니 가오리가 쓴 빨간 표지의 책, 그리고 남자 작가 히토나리가 쓴 푸른 표지의 책, 두 권의 책으로 구성된 [냉정과 열정 사이]. 빨간책은 여자 작가가 여자 주인공 아오이의 관점에서, 푸른 색 책은 남자 작가가 남자 주인공 준 세이의 관점에서 펼쳐 나가는, 일종의 릴레이 러브 스토리입니다. 보석가게 점원으로 일하면서 미국인 남자와 함께 지내는 아오이, 그녀에게는 오래전에 헤어진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지요. “아가타 준세이는 내 인생에서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 터무니없는 무엇이다. 그와 나 사이에 있었던 일은 먼 옛날 학생시절의 사랑으로 끝나지 않는 무엇이다.” 오래 전 그와 사랑을 할 때, 아오이는 이렇게 생각했지요. “내내 준세이와 함께 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인생은 다른 곳에서 시작됐지만, 반드시 같은 장소에서 끝날 것이라고. 영원히 준세이와 함께 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헤어질 수 없다고.” 한편 준세이는 아오이와 이별한 뒤, 고 미술품 복원 전문가가 되었고, 아름다운 애인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그는 옛사랑 아오이를 잊을 수가 없었지요. 잊으려하면 할수록 아오이는 기억 속에서, 이를테면 횡단보도를 건너갈 때, 지각하지 않으려고 마구 달릴 때, 망령처럼 불쑥 모습을 드러내 나를 당혹스럽게 한다. 그렇게 아오이와 준세이는 오래전에 헤어진 후, 각자 다른 사랑을 하면서도, 서로 잊지 못해 그리워합니다. 그런 어느 날 두 사람은 10년 전의 약속을 떠올리지요. “피렌체에 있는 두오모 대성당은 연인들의 성지대,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곳, 나와 함께 그곳에 가 줄거지?” 아오이의 서른 번째 생일에 피렌체 두오모 성당에서 만나자고 한 오래 전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곳으로 달려가는 두 사람, 성당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그 동안의 그리움을 씻듯이 애절한 사랑을 나눕니다. 에쿠리 가오이는 후기에 이렇게 쓰고 있지요. “어떤 사랑도 한 사람의 몫은 이분의 일인 것이다. 한 사람은 기억하고 한 사람은 망각한다면, 그 사랑은 반쪽짜리 사랑이겠지요. 한 사람만 노력한다면, 그 사랑 역시 절반의 사랑일 것이고, 한 사람은 그리워하는데, 한 사람은 이미 잊고 있다면, 그 역시 채울 수 없는 사랑입니다. 폐허가 된 나를 재생시키는 사랑, 그 사랑의 절반을 나는 어떻게 채우고 있을까요?”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07330일 방송>

 

2. “베드로의 장담(36-38)”을 읽었습니다. 사람은 저마다의 성품이 있습니다. 그 성품을 고쳐보려고 애를 쓰지만 그게 뜻대로 잘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성품이 선천적일 수도 있지만 환경에 따라 후천적으로 형성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인물은 베드로입니다. 그는 강자에게 잘 대들고 약자를 도우려는 정의감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그런 의협심을 속으로 감추고 있는 것에 반해, 베드로는 곧잘 밖으로 그 감정을 드러내기 잘 했습니다. 오늘 본문도 그런 일화를 전하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유월절 만찬을 나누는 자리에서 매우 비장한 말씀을 하시며 마치 유언 같은 말씀을 하시자 분위기가 내려앉았을 때, 베드로는 주님께서 가시는 곳이면 목숨을 걸고라도 어디든 따르겠노라고 다짐합니다. 그러자 주님은 새벽 닭 울기 전에 세 번 주님을 부인할 것이라 예언하십니다. 그래서 유럽의 교회당 지붕에는 장 탉 한 마리가 서 있습니다. 베드로의 허세를 기억하며 주님을 부인하는 삶을 살지 말라고 말입니다

   요즘도 말도 못해?” 이런 말이 드라마에서 그리고 우리들 삶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은 친구로 두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런 사람은 언제 어디서든 다른 이웃 사람에게 심각하게 상처를 주거나 배신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제가 사는 작은 마을에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던 때가 있었습니다. 좋은 말이 아니라 안 좋은 말을 너무 쉽게 전하는 사람들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언성이 높아지고 마침내 어느 한쪽 남편이 사과하는 것으로 일단락 나곤한 일도 있었습니다. 베드로는 주님을 위해서 목숨을 내놓을 수도 있겠다고 다짐한 사람이지만, 주님은 그가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주님을 모른다고 할 사건을 예고한 것입니다. 베드로의 성품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입니다. 어찌하여 이런 불상사가 생긴 것입니까? 신중하게 생각하고 말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입니다. 심사숙고(深思熟考)라는 말처럼 깊이 생각하고 깊이 살펴보는 것이 신앙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우쳐 줍니다.

 

3. 오늘은 성금요일로 전통적인 교회에서는 어둠의 예배를 드립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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