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7344(2021. 6. 25. 금요일).

시편 시 14:1-3.

찬송 33.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꽤 오랫동안 손목시계를 차지 않았습니다. 물론 휴대전화 때문이었지요. 그러다 다시 문득 손목시계가 아쉽기도 하고 그립기도 했습니다. 일일이 휴대전화를 열어보는 것도 번거롭고 불편하던 때가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멈춰선 손목시계 두 개를 챙겨들고 시계 집을 찾아갔습니다. 많이 아끼던 손목시계인데 아예 고장이 났으면 어떡하나 새삼 마음을 졸이면서 이었지. 하지만 주인아저씨의 작업은 채 5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시계약이 다 됐을 뿐, 다른 문제가 없어서였겠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멈춰 있다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시계 초침도, 그 작업이 너무나 간단한 것도 새삼 신기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신기해도 아저씨가 부른 수리비용은 생각보다 훨씬 비쌌습니다. 뭔가 좀 억울한 느낌이 들었지요. 하지만 문을 열고 나오면서 마침 며칠 전에 읽었던 시계 수리업에 관한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국립민속 박물관에서 한국인들의 일상을 수집하고 보존하기 위해 펴낸 [교동도의 시계수리공과 이발사] 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였는데요. 우리의 일상에서 시계수리점포들이 어떤 인기와 부침을 겪었고, 어떻게 사양화 되고 있는지를 담은 책이었습니다. 그 중에 시계수리업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할 때의 상황에 대해, 한 주인아저씨가 이렇게 설명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당시 목 디스크로 작업이 어려워지고 들인 노력에 비해 받는 수리비가 너무 적어서, 시계수리만으로는 생활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당시 많은 수리점포들이 문을 닫거나 금은보석 집을 겸하거나 도장집을 겸하게 됐다고 합니다. 그걸 읽을 때는, 종일 작디작은 시계 부품들을 들여다보느라, 목 디스크까지 앓기도 하는구나. 거기다 노력에 비해 대가가 그렇게 작다니 참 힘드셨것다, 안타까움이 들었지요. 그런데 그새 그럴 잊어 그토록 간단한 작업의 대가치고는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다니, 돌아서서 아저씨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고픈 마음이 들었습니다<KBS FM 1. 노래의 날개위에, 2012626일 방송>a.

 

2. 지혜를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이라면, 어디에서 배울 수 있을까요? 오늘 본문은 지혜란 야훼 하나님께서 주시는 것이라고 말씀합니다(6). 그러니까 지혜를 가진 분들은 그 스스로 터득한 것도, 깨우친 것도 아니라, 하나님께로부터 얻게 되었다는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지혜를 얻을 수 있을까요? 새벽 기도 시간일까요? 아니면 예배 시간일까요? 그래서 우리는 본문을 주목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지혜를 전할 분들을 보내신 것입니다. 바로 우리의 부모님이었고, 스승들이었습니다. 우리에게는 훌륭한 지혜의 교사들이 계셨습니다. 어른의 말씀을 잘 받아들이고, 훈계를 잘 간직토록 가르치신 분들이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그런 지혜의 스승님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저의 경우는 한두 분 예를 들 수 있습니다. 저희 교회 나이 든 전도사님이 계셨는데, 그 분은 요샛말로 꼰대가 아니셨습니다. 언제나 함박웃음을 지으며 칭찬하기를 좋아하신 분이셨습니다. “성완아, 이리 오너라. 너는 어쩌면 이렇게 머리가 크냐? 아무리 많은 말씀도 다 넣을 수 있겠구나. 코만 잘 닦으면 나무랄 데가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몇 번이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며 칭찬하셨습니다. 또 한분은 중학교 때 국어 선생님이셨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몇 차례 선생님 댁에 초대를 받아가서 저녁을 먹었던 기억이 나는데, 늘 비슷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책 속에는 너희의 호기심을 채워줄 넓고 넓은 세상이 가득 담겨 있단다.” 어쩌면 그런 말씀 때문에, 선생님을 좋아하게 되고 말씀을 귀담아 들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지혜의 교사는 확신에 찬 음성으로 말씀합니다. “은을 찾아 헤매듯, 숨은 보화를 파헤치듯 지혜로운 말을 마음에 두고, 바른 판단에 마음을 두라.”고 말입니다. 고등학교 때 영어 선생님은 연세대 영문과를 나오신 처녀 선생님이셨습니다. 하루는 저를 불러 세우시고는 아직 배우지 않은 페이지를 읽으라 하셨습니다. 읽으니까 이번에는 해석을 해 보라 하셨습니다. 앞이 캄캄했습니다. 그래서 곧 바로 못하겠습니다.”고 대답을 했는데, “왜 못해!” “안 배운 것을 어떻게 합니까?” “그러면 아는 대로 하면 되지 않아?” 선생님의 꾸중은 험악했습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그 단어를 그대로 쓰면 된다는 말씀이셨습니다. 아는 것만으로 요리조리 꿰 맞춰볼 수 있지 않느냐고 하셨습니다. 그때 크게 깨우쳤습니다. 그래서 훗날 대학 1학년 때, 신약 주임교수님이 <Time>에서 한 페이지를 제게 읽히고 무슨 말이냐고 물으셨을 때, 모르는 단어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는 것을 가지고 모르는 단어들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해석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교수님은 저를 칭찬하셨고, 그 뒤 제가 신약을 전공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지혜는 하나님께로부터 직통으로 얻는 게 아니었습니다. 우리의 모든 어른들을 지혜의 교사로 우리에게 보내셨던 것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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