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7394(2021. 8. 14. 토요일).

시편 시 22:29-31.

찬송 284.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마네를 비롯한 인상주의 화가들이 일구어낸 가장 큰 업적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과 그 자연을 비추는 태양빛을 재발견 했다는 점입니다. 화구를 들고 아틀리에가 아닌 바깥으로 나갔기 때문에 가능했던 재발견이었지요. 그래서 인상주의 화가들의 공헌으로 초록색의 재발견을 꼽는 비평가도 있습니다. 초록색이야말로 바깥의 자연광이 보여주는 가장 큰 색깔이지요. 흔히 사람 눈에 가장 잘 띄는 색깔은 노란 색이나 빨간색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위험을 알리는 곳에는 빨간색 표지판을 많이 쓰고, 아이들 유치원복으로는 노란색을 많이 씁니다. 그런데 막상 정말 다급하고 위급할 때 쓰이는 비상구는, 표지판이 빨간색이나 노란색이 아닌 초록색으로 돼 있습니다. 그건 정전이 된다든지 해서 어두울 때, 어둠속에서 가장 잘 보이는 색깔이 바로 초록색이기 때문입니다 초록은 빛이 가장 많은 여름철에 가장 무성한 자연의 색깔입니다. 그런 색이 빛이 없는 어둠속에서 가장 잘 보인다는 건, 초록이 빛을 저장하는 색깔이라는 뜻이 아닐까요? 그토록 덥다고 했지만 이제 더위도 뜨거운 태양빛도, 또 다른 계절을 위해 마음에 저장하고 쌓아두어야 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KBS FM 1. 노래의 날개위에, 2012821일 방송>b.

 

2. “4천명을 먹이신 기적(1-10)”을 읽었습니다. 제가 아산에서 지낼 때는 아내의 도움 없이 식사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아침을 먹을 때는 하루 식단을 생각해 둡니다. 아침 식사는 23년째 선식을 하기 때문에 방울토마토 3-4개와 바나나 한 개로 충분하기에 아무 걱정 없이 식탁에 앉지만, 점심과 저녁은 준비를 해야 합니다. 요즘은 두 끼 중 한 끼는 물냉면이나 왕만두로 식사를 하고, 다른 한 끼는 밥이 있는 식사를 합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식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어서 하루 3끼는 꼭 먹도록 하고, 그리고 식사하는 자세도 매우 신중합니다. 최대한 맛있게 먹으려고 힘씁니다. 그런데 아무리 한 끼니를 잘 먹었다고 해도, 하루 두 끼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는 주님의 말씀을 들으러 찾아온 사람들이 사흘이나 되도록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이 사실을 알고 계셨고 그들에게 무엇인가 먹이고 싶어 하셨습니다. 빵이 몇 개나 있는지를 물으셨고, 일곱 개의 빵이 있다고 대답하자 주님은 그들을 풀밭에 앉히시고 감사기도를 드리신 후 빵을 나눠주게 하십니다. 그렇게 해서 4천명을 다 배불리 먹이고도 일곱 광주리의 부스러기를 모았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부스러기는 다음 식사를 위해서 모으셨을 것입니다. 그래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육신을 위한 양식은 매일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입니다.

   배고픈 경험을 해 보셨습니까? 다이어트나 건강진료를 위해서 금식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먹을 것이 없어서 배고픈 경험을 해 보셨다면, 그게 얼마나 처량하고 슬픈지를 절절히 느끼게 될 것입니다. 저는 대학에 들어가서 처음 몇 달 동안은 점심을 굶어야 했습니다. 학생식당에서 아주 저렴한 점심식사를 할 수 있지만, 그게 안 되어서 점심시간만 되면 학교 뒷산으로 올라가서 나무 그늘에 누워 잠을 청하거나 노래를 불렀던 추억이 있습니다. 비록 하루 한 끼를 먹지 못하는데도 다른 사람들이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그렇게 배가 고플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산으로 올라오기 전 화장실에 들러서 물을 한 바가지 정도 마시는 걸 잊지 않았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배고픈 것이 가장 비참한 일이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더욱 더 한 끼가 소중하고 한 끼 식사에 대한 애착이 강해졌을지 모릅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배고픔의 설움을 잘 알고 계셨습니다. 주님의 주변 사람들이 한결같이 그런 부류의 사람들, 천민에 가까운 오클로스(οχλος)들과 어울리신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말구유에서 태어나셨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배고픔의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셨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입니다. 이는 결코 가난이나 빈곤이 가져오는 모든 고통들을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그들을 그렇게 배고프게 살게 할 수 없다는 연민을 품고 계셨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입니다. 주님처럼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는 것이 행복한 이유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마가복음서 기자는 군중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그 행복한 마음을 십이분 이해할 것 같습니다. “모두가 배불리 먹었다.” 인류의 꿈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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