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7776호(2022. 8. 31. 수요일).
시편 시 94:18-20.
찬송 531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한 여름 바닷가에서 보는 물새의 시원스러운 모습과 늦가을 물새가 주는 쓸쓸한 분위기는 다른 것 같습니다. 한 겨울 매서운 바람이 부는 바닷가 갈매기의 느낌이 을씨년스러운 것처럼요. 정공채 시 변운 곡 <갈매기 우는 구나>. 철 지난 바닷가를 나는 쓸쓸한 갈매기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오랜 외국 생활에서 얻은 이국적인 감각이, 한국적인 가락과 선율에 간간히 나타나서, 잘 조화되고 있는 그런 곡이지요.
“갈매기야 자꾸 울기냐? 울음이사 나에게도 있는 것을, 배가 떠나도 울고 배가 닿아도 울고, 어찌 된 건가 울음이사 울 때 우는 건데. 너는 한 묻은 혼의 조각들, 가도 울고, 와도 울고 울며 날며, 날며 우는 애타는 바닷 손수건. 갈매기야 자꾸 우는 구나. 울어라 울어. 빈 배로 떠날 때 울었으면, 만석으로 닿을 때도 울 줄 알자구나. 갈매기 우리 갈매기야.”
갈매기의 끼리룩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 올 것만 같은 그러한 곡이지요. 배가 떠나도 울고 배가 닿아도 울고, 어찌된 건가 울음이사 울 때 우는 건데. 이러한 표현에서 울고 싶은 시인의 마음을 짐작해 봅니다. 일상의 수많은 숱한 부침 때문에 시인의 마음엔 슬픔이 가득 차 있었던 것은 아닌가 짐작해 보고요. 평소에 무척이나 친하게 지내던 정공채 시인에게 청탁한 시에, 변운 작곡가가 곡을 붙였습니다. 작곡가 변운은 누구보다도 시를 중시했던 작곡가였지요. 이 곡 역시도 시에 맞는 운율인가를 상당히 오랫동안 고심했다는 그러한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1970년대 후반에 지어진 곡이라고 합니다. 갈매기 울음으로 가득찬 시의 내용을 살리기 위해서, 곡 역시도 애절한 선율로 채워져 있습니다. 너는 한 묻은 혼의 조각들, 이런 부분에서 작곡가의 고심어린 그런 느낌이 전해져 옵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7년 8월 31일 방송>
2. “기드온이 미디안을 요르단 강 동쪽에서 섬멸하다(1-21절)”을 읽었습니다. 생사를 넘나드는 전쟁터에서는 수많은 일화들이 담겨 있을 것입니다. 매 순간순간마다 빗발치는 총알이나 화살이 오가는 곳에서, 많은 생각들도 많은 추억들도, 그리고 적들과 부딪히며 피가 튀고 비명소리를 들으며, 절박한 생각들과 간절한 기도들이 뒤범벅되어 어우러졌을 것입니다. 모든 전쟁은 이처럼 처절한 국면을 드러내게 마련입니다. 오늘 본문에 보면 기드온의 300명 군사는 더욱 그랬을 것입니다. 자중지란이 됐을 미디안 군사들을, 가만히 팔짱을 끼고 구경만 하지 않았을 테니까 말입니다. 그들은 함성을 지르며 칼과 창을 휘둘러 적군을 물리쳤을 것입니다. 그러느라 그들은 지칠 대로 지쳤다고 했습니다. 배도 고파오기 시작했을 때, 기드온은 요르단 강 건너편의 숙곳(혹은 수꼿) 추장들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미디안의 두 왕을 추격중인데 우리 병사들에게 먹을 것을 달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그들은 단칼에 거절하였습니다. 어쩌면 초라한 기드온의 군사들을 본 때문인지,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고 생각한 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화가 난 기드온은 하나님께서 미디안의 두 왕을 붙잡는 날, 당신들도 그렇게 찢을 것이라 약속합니다. 그런데 브누엘 사람들도 똑같이 거절하였고, 기드온은 그들의 성채를 헐어버리겠노라 다짐합니다. 누구에게나 절박한 순간들을 만나게 마련입니다. 생명과 연관된 것일 때는 더욱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지나고 나면 그런 시절에 살갑게 대하였던 사람들이 또렷이 기억에 남습니다.
아무리 무서운 전쟁이라 해도 반드시 끝나는 날이 있습니다. 기드온과 미디안의 싸움도 그랬습니다. 갈골(혹은 카르콜)에서 미디안의 병사 120,000명이 죽임을 당하고 미디안의 두 왕은 살아남은 15,000명과 함께 도망을 치다가 체포되었습니다. 완벽한 기드온의 승리였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기드온은 약속한 대로 자신을 조롱하였던 숙곳의 장로 77인을 죽이고, 브누엘의 성벽을 헐고 그 안의 백성들을 죽였습니다. 전형적인 전쟁의 승자가 보이는 비정함입니다. 그리고 다볼 산에서 죽임을 당한 기드온의 형제들을 확인한 다음, 미디안 두 왕을 죽이게 됩니다. 우리는 이런 역사를 공부하면서 무엇을 배워야 하겠습니까? 유행가 하나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밥 딜런은 <바람만이 아는 대답/Blowing in the wind>이라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의 노래는 베트남 전쟁을 멈추게 하는데 크게 일조했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그를 사람이라고 불러주기 전까지, 사람은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야만 할까요? 모래에서 잠들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바다를 흰 갈매기는 항해를 해야 하는 걸까요? 그래요. 그럼 영원히 금지되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포탄이 날아야만 할까요? 친구여, 그 대답은 바람 속에서 흩날리고 있어요. 그 대답이 바람 속에서 날리고 있다고요.” 영원히 포탄이 멈춰 설 전쟁, 그 날은 언제나 올까요? 우리 모든 인간들이 평화의 세상을 만들기를 바라시는 평화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그날이겠지요. 평화를 위해 있는 힘을 다 쓰지 않고서야, 어떻게 평화의 천국에 어울려 살 수 있을까요?
3. 여러분은 "감사, 묵상과 함께한 7,779일" 오찬에 초대되셨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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