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7797(2022. 9. 21. 수요일).

시편 시 100:1-3.

찬송 487.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추억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삭막할까요? 아름다운 추억은 언제든 살아 빛나지요.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더 생생하고 뚜렷하게 우리 마음에 남아 있는 추억도 있습니다. 최명림 시 장일남 곡 <추억>, 추억의 세계는 엷은 미색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닿지 않은 인연, 아쉬움으로 남았던 사랑,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마음이 그렇게 엷은 미색으로 남지 않을까 짐작해 봅니다.

    “지나간 것이 색이 있다면, 아마 엷은 미색일 게다. 지나간 것이 색이 있다면, 아마 엷은 미색일 게다. 봄 날 가벼이 엷게 물들인 나비의 날개처럼, 지나간 것이 색이 있다면, 아마 엷은 미색일 게다.”

    짧은 시지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고요하고 기품이 넘치면서도, 듣고 있으면 하염없이 곡 속에 빠져들게 되는 것은, 시에서 말하는 추억의 힘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는 아득한 느낌을 주는 이 곡은 마음을 차분하게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잔잔한 추억 속으로 빠져 들게 만드는 곡입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7921일 방송>

 

2. “욥의 기도(7-21)”을 읽었습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넘치는 시련과 고통을 겪을 때는 외마디 말 몇 번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할 말을 통째로 잃어버린 것입니다. 그리고는 무조건 자책에 빠져듭니다. 모든 문제가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서 출발했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끝 모를 깊은 심연으로 파고들어갑니다. 대부분의 소시민들이 경험하는 일이며 아픔입니다. 오늘 읽은 말씀을 욥의 기도라고 제목을 붙여두었습니다. 욥은 자신이 갑작스럽게 겪게 된 시련에 대해서 처음에는 이게 뭔일이지? 하고 자신의 삶과 신앙에 대해서 반신반의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간과 함께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비난을 들으면서 너무 억울하고 비참하다는 생각이 휩쓸고 지나갔을 것입니다. 그런데 마침내 제 정신을 차리게 되었고, 하나님을 향하여 두 손을 모으게 된 것입니다. 욥이 하나님께 드린 기도에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첫째는 행복이든 불행이든 이 모든 것의 근원은 생명을 취급하는 하나님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욥은 생명의 근원이신 하나님과 담판을 하듯 기도합니다. 인상적인 표현이 있는데, 인간의 목숨은 한낱 입김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인간을 흙으로 빚으신 후에 그 코에 생기를 불어넣으셨던 그 태초의 장면을 기억하게 합니다. 그러니까 인간은 하나님의 입김으로 생령이 되었다고 말입니다(7-16). 둘째는 인간은 하나님께서 아침마다 찾으실 정도로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주장입니다(17-19). 어떻게 들리십니까? 욥의 말투에는 어딘가 빈정거림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마지막으로 더 이상 이런 보잘 것 없는 존재를 주목하지 마시라는 투정입니다(20-21). 그 중심 구절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 해서 하나님께는 무슨 손해가 있기에 필요이상으로 감시하느냐는 말입니다.

   우리들 인간에게 주어진 특권 중의 하나는 하나님을 향해서 기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체로 인간은 기쁠 때는 노래를 부르고, 슬프거나 힘들 때는 기도하곤 합니다. 요즘 저는 격세지감을 느끼는 일들이 더러 만나곤 합니다. 배부르게 먹을 수만 있어도 행복했다는 추억에, 라면으로 배부를 수 있지만 행복하지 않다는 대답합니다. 여러 해 동안 목사의 길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초대해서 저녁을 사 주며 격려하곤 했는데, 요즘은 전혀 반가워하지 않습니다. 귀찮다는 반응입니다. 밥 한 끼를 놓친 것이 아니라, 지도자가 되어가는 꼭 필요한 과정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입니다. 버스를 몇 번 갈아타고 찾아가는 산속 기도원에서는 가슴에서 솟아나는 불덩어리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교회 승합차로 한 걸음에 갈 수 있는 전망 좋은 리조트에서는 간절함이 사라져버린 지 오래입니다. 하나님을 향했던 욥을 만나봐야 한다는 얘기를 간접적으로 늘어놓은 것입니다. 욥의 기도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들을 차례로 소환해 주었습니다. 하나님을 향해 진심을 전하는 것이 기도라는 점이고, 인간은 결코 보잘 것 없는 존재가 아닌 하나님께서 매일 한 순간도 주목하지 않는 날이 없는 그런 소중한 하나님의 자녀라는 점을 말입니다. 욥은 이런 중요한 점들을 반어법적 표현으로 혹은 빈정거리는 말투로 하나님께 나아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적어도 욥만큼의 고통과 아픔을 겪어봐야 욥의 기도에 다가가는 기도를 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기억할 구절입니다. 인간의 목숨은 소중한 하나님의 입김이고, 하나님이 매일 찾을 만큼 대단한 존재이며, 한 순간도 하나님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라고 말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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