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8052호(2023. 6. 3. 토요일).
시편 시 143:7-8.
찬송 508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시는 문학 장르 가운데 가장 함축적인 장르입니다. 이러한 언어적인 압축 덕분에, 시는 읽는 사람에 따라서 다양하게 해석될 수도 있고, 또 각자 다른 이미지를 연상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음악이나 영화 같은 다른 장르로 새롭게 태어날 수도 있고요. 음악가들에게 깊이 사랑받는 시인들 가운데 정호승이 있습니다. 정호승의 시는 <우리가 어느 별에서>를 비롯해, 서른 편 가까이 가곡과 대중음악으로 만들어졌지요. 그의 시가 대중과 음악들에게 이렇게 사랑받는 이유는, 아마도 세상을 끌어안는 따뜻함이 그의 시 안에 있기 때문이겠지요.
“하늘에는 눈이 있다. 두려워할 것은 없다. 캄캄한 겨울 눈 내린, 눈 내린 보리밭 길을 걸어가다가, 새벽이 지나지 않고 밤이 올 때, 내 가난의 하늘 위로 떠오른,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나에게 진리의 때는 이미 늦었으나, 내가 용서라고 부르던 것들은 모든 거짓이었으나, 북풍이 지나간 새벽 거리를 걸으며, 새벽이 지나지 않고 또 밤이 올 때, 내 죽음의 하늘 위로 떠오른,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정호승을 별의 시인이라 부르는 분도 계십니다. 때로 서글픈 존재로, 때로 늘 곁을 지켜주는 든든한 이로, 별은 정호승의 시 안에 늘 등장합니다. 별은 시인에게 희망을 대신하는 해처럼 눈부시게 밝은 존재가 아니라, 있는 듯 없는 듯 가녀리게 밝은 우리 현실 속에 존재하는 희망의 모습 그대로 말입니다. 정호승 시 우동희 곡 <별들은 따뜻하다> 이었습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8년 6월 3일 방송>
2. “개인적인 부탁(9-21절)”을 읽었습니다. 70대이면 한참 젊은 나이입니다. 건강도 무던하고 하는 일도 재미있던 시절인데 저는 유서 쓰기를 자주 했습니다. 가족들에게 남기는 말들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신앙적인 내용이 들어가다가 마지막에는 몇 푼 되지 않는 금전 얘기로 끝을 맺곤 했었습니다. 참 부끄럽고 쪼잔한 내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제 유서다운 유서를 써 봐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중입니다. 오늘 본문은 사도 바울이 사랑하는 제자 디모데에게 부탁하는 유언과도 같은 말입니다. 몇 사람의 이름들이 등장합니다. 신앙의 길에서 세상길로 돌아서 버린 사람, 이런 저런 이유로 자신의 곁을 떠나간 이름들, 그리고 남겨진 사람과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들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서가(書架)에서 톨스토이의 단편선 <세 가지 질문>을 펴들었습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가장 중요한 시간은 지금이라는 시간,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함께 있는 사람, 가장 중요한 일은 함께 있는 사람에게 착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아마도 이를 두고 요즘 유행하는 말, 까르페 디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사도 바울 역시도 사람냄새가 나는 것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자신을 괴롭힌 구리 세공업자 이름을 떠올립니다. 그리고는 주님께서 벌주시기를 바라며 경계하라 전합니다. 그런데 처음 재판을 받던 때를 떠올립니다. 한 사람도 도와줄 사람이 없던 썰렁한 재판정을 말입니다. 비록 자신을 버린 사람들이지만, 그들에게는 벌이 내리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까닭은 주님께서 곁에 계심을 더욱 느끼게 한 때문입니다.
어쩌면 길을 지나가는 사람을 한 사람 꼽아서 그의 삶을 듣게 된다면, 그리 큰 편차 없이 비슷한 굴곡진 인생 고개를 넘어가고 있을 것입니다. 이른바 행복과 불행을 얘기들 하는 세상이지만, 실상은 그리 대단한 행복도 그리 대단한 불행도 아닌, 대체로 고만고만한 도토리들이 굴러가고 있을 뿐이라고 말입니다. 은퇴를 한 후배 목사님이 제게 농사짓는 얘기를 하러 찾아오시겠다 합니다. 제 얘기가 저 멀리 강원도까지 전해진 모양입니다. 10평도 안 되는 작은 텃밭 돌보기도 힘들다며 너스레를 떠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삶이란 어느 것 하나도 쉽게 건너뛰지를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까르페 디엠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톨스토이의 세 가지 질문을 되뇌게 됩니다. 가장 중요한 시간은 지금,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함께 있는 사람,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이란 함께 있는 사람에게 착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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