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8222(2023. 11. 20. 월요일).

시편 시 31:22-24.

찬송 73.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더디 오고 더디 가는 듯 싶던 계절이, 어느 새 성큼 다가온 듯 합니다. 서운 하게도 푸르기만 하던 잎들이 이제 막 곱게 물들었나 싶은데, 겨울이 벌써 이만큼 다가와 있습니다. 시골 처마에 걸려 있는 감의 빛깔, 바닥에 떨어진 노란 은행잎은, 마음에 담기에도 벅차게 아름답고요. 이 시간을 좀 더 천천히 한껏 누릴 수 있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추운 계절은 기다리지 않아도, 벌써 이만큼 우리 등 뒤에 다가와 있습니다.

    “산들산들 부는 바람 단풍 비 맞으며, 알알이 흩어진 금빛 은행 줍는다. 햇살 맑은 봄날엔 새싹으로 우릴 부르고, 곱게 잎 사이로 엷은 햇살 걸어놓고, 누렇게 익어가는 가을이 머문 자리. 그리움의 강가에서 삶의 수채와 그린다. 붉게 물드는 단풍 그 함성에 귀 기우린다. 스산하게 부는 바람 가을 비 맞으며, 흩어진 은행의 그 이야기 듣는다. 녹음 푸른 여름날엔 큰 그늘로 우릴 부르고, 손수레에 실려 가는 잎들의 그 아우성. 그윽하게 저무는 가을이 지나간 자리, 아쉬움의 강가에서 삶의 수채화 그린다. 낙엽 태우는 연기, 그 함성에 귀 기울인다.”

    어두운 밤에도 은행나무의 선명한 노란 색은, 제 빛을 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전날보다 수북하게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잎들을 보는 것이, 꽃이 지는 걸 보는 것만큼 상심스럽습니다.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이 풍경 이 빛깔들은, 곧 사라져 버리고 말겠지요. 진갈색의 앙상한 나무만 덩그러니 남겨둔 채 말입니다. 매년 보면서도 늘 마지막인 것처럼,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내야 하는 것이, 못내 아쉽고 쓸쓸합니다. 유영혜시 김해경 곡, <은행나무 아래서> 소개해 드렸습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81119일 방송>

 

2. “에스라 일행이 돌아 오다(7:25-28, 8:21-36)”을 읽었습니다. 오래된 친구들과 살아온 날들을 더듬다 보면 우리들에게도 기적 같았던 일들이 제법 많았다는 것을 실토하곤 합니다. 배고픔을 겪었던 50, 60년대가 지루할 정도로 길었다는 것이나, 70년대의 칠흑 같았던 터널을 어떻게 통과했을까 싶은 아찔했던 일들이 기적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는 왜 그렇게 배가 고팠고, 아무 대책 없이 그 문제를 고스란히 받아들였던 것이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어느 해 봄은 한 철 내내 쑥버무러기만을 먹고 지냈으니 말입니다. 또 고등학교를 다니던 어느 가을은 구호물자로 받은 밀가루로 수제비며, 튀김 등으로 열흘쯤은 먹었던 추억도 생각을 해 냈습니다. 50년대는 학질(말라리아)이 그렇게 무서웠습니다. 다행히 제가 살던 고향 교회에는 의사 장로님이 계셔서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당시에는 학질로 어린 아이들이 많이 죽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결론짓기를 어떻게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기적이 아니냐고 서로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우리들 삶에는 소름끼치도록 끔찍한 골짜기들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죽음의 골짜기를 지나서 바사(페르시아)의 아닥사스다 왕은 에스라를 유프라테스 강 서부지방의 백성들을 다스리게 하였고, 유대 땅 예루살렘에 있는 자기 백성들을 정치적으로 그리고 신앙적으로 다스릴 전권을 준 것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었을까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하나님께서 아닥사스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라는 추측 이외에는 다른 해석이 불가한 일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종종 우리의 삶에 넘치도록 내려쬐이는 따스한 햇볕을 대할 때면, 우리들 인생을 향하신 하나님의 은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죽음의 골짜기를 지나왔지만, 그때마다 불충한 우리들을 지켜주시고 보호해 주신 하나님의 사랑에 감격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이런 하나님의 사랑을 당연한 듯 생각해 온 것입니다. 우리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살아가는 모습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정책의 변화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그런 정책의 변화를 갖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시는 분이 하나님이신 것을 믿는다면, 놀라운 은총이 아닐 수 없습니다. 포로들을 귀환시키는 것이나, 자신들의 신앙생활을 장려하는 일 등은 천지개벽과 같은 발상의 전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에스라는 이런 점을 밝히며 하나님을 찬양하게 하였습니다. 에스라는 위인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는데, 그는 바벨론의 큰 강 아화와 강변에 유다 백성들을 모으고 그들에게 선포하기를, 우리 가족을 데리고 이 강을 건너 무사히 예루살렘에 돌아갈 수 있도록 음식을 끊고 기도하자고 권합니다. 바벨론 황제에게 우리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분이라고 장담했는데, 설령 도중에 원수들이 나타나 갖가지 방법으로 방해할지라도, 황제의 보병이나 기병을 요청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하나님의 은총으로 행진하겠다고 다짐합니다. 하나님만을 의지한 에스라의 행진을 하나님은 허락하시고 마침내 예루살렘에 입성하도록 인도하셨습니다. 신앙의 승리였습니다.

 

3. 버킷 리스트에 넣을 서울 야경 산책 코스로 삼청동길, 응봉산 팔각정, 낙산공원, 동작대교 노을카페, 반포대교라고 합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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