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8745(2025. 4. 26. 토요일).

시편 118:13-15.

찬송 410.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깊고도 넓도다 깊고 넓은 샘물 흐르네. 깊고도 넓도다 깊고 넓은 샘물 흐르네.” 1970년대 교회에서 소창으로 많이 불렀습니다. 대구대학에 재학 중인 열 명의 시각장애 대학생들과 지리산 뱀사골로 하루 소풍을 갔을 때, 그들은 높고 낮고 깊고 너른 개념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걸 알게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정상인은 알 리 없을 겁니다.

 

2. “법정에 선 베드로와 요한2(13-22)”을 읽었습니다. 변화가 없는 일상은 매우 단조로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골 생활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주목해서 바라보면 모든 주위환경은 날마다 새롭게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잔디밭의 잡초는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자라납니다. 그래서 사 나흘이 되면 반드시 뽑아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채전의 상추와 부추 역시 빠른 속도로 자라나서 기쁨을 배가해 줍니다. 엊그제 피었다 생각한 목련꽃과 수선화가 지자, 이번에는 철쭉이 보라색 연분홍 그리고 백색 등 서로 자랑이라도 하듯 야단법석을 떨면서 피어납니다. 둥글 레 꽃망울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꽃잔디는 여름 내내 피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이제 라일락이 꽃망울을 맺고 있고, 내일 모레 쯤이면 작약 꽃이 입을 벌릴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들 삶에서 변화는 축복입니다. 아침 햇살이 어둠을 몰아내고, 검은 구름이 푸른 하늘을 덮어줍니다. 잔잔하던 공기를 거센 바람이 소용돌이를 몰고 옵니다. 비가 오고 햇볕이 내리 쬐이고 눈이 내립니다. 나뭇잎도 연둣빛에서 파란 빛으로 그리고 노란 황금색으로 옷을 갈아입습니다. 채전의 식물들도 저마다 제 길을 가겠다며 앞 다투어 키 재기를 합니다. 시골 생활 17년이 되었지만, 감사한 일상을 누리고 있습니다. 봄철은 나이 드는 사람에게는 더 없이 좋은 일상입니다. 산새들과 산비둘기가 매일 찾아와 주고, 아랫집 강아지가 짖으면 온 동네 개들이 합창을 합니다. 오늘은 또 다시 법정에 서 있는 베드로와 요한을 주목해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들 삶도 평온하지만 않은 것 같습니다. 의지와는 다르게 강요된 대답을 해야 하고, 때로는 생각과는 전혀 다른 억지소리도 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들 인생은 불편과 고통을 감내해야 합니다. 베드로와 요한을 법정에 세운 소위 지도자라는 사람들은 고민이 생겼습니다. 무식한 어부 출신으로만 생각했던 그들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스마트한 인물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서로 대책을 세웁니다. “저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놀라운 기적을 일으킨 것을 예루살렘 사람들 중에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 말입니다. 그러니 다시는 예수의 이름으로 말하지 말라고만 경고를 해서 쫓아냅시다.” 그러나 제자들은 단호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보다 당신들의 말을 듣는 게 하나님보시기에 옳은 일인지 한번 판단해 보시오.” 라고 말입니다.

     서슬 퍼런 법정에서 그것도 중인환시/衆人環視 속에서 저 같은 입도 뻥긋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베드로와 요한은 담대하였습니다. 입안에서만 맴도는 그런 숫기 없는 촌뜨기가 아니더라는 말입니다. 그들은 당당하게 한 마디 한 마디를 외쳤습니다. 베드로의 설교를 듣고 회심한 사람들이 수천 명이었고, 설교를 듣는 회중의 수는 5천명 정도였다 하였으니(4:4), 아무리 백성의 지도자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할 사람들이 아니었다는 말입니다. 두 제자가 받았던 심문은 세 가지로 요약이 됩니다. 첫째는 무슨 권한으로 그리고 누구의 이름으로 앉은뱅이를 고쳤느냐고 하였습니다. 베드로는 이미 준비되었다는 듯이 대답하였습니다. 저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앉은뱅이에서 건강한 사람으로 바뀐 것은 나사렛 예수의 이름을 힘입어 그리 된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 나사렛 예수는 여러분이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인 바로 그 분입니다. 둘째는 절대로 예수의 이름으로 말하지도 가르치지도 말라고 엄히 명한 것이었습니다. 베드로는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서 우리는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분명히 거부의사를 밝힌 것입니다. 아산시 영인면 공세리에 있는 공세리 성당에는 병인박해 때 32 분의 순교비와 함께 박씨 3형제(의서, 원서, 익서)의 순교비사도 기록되어 있는데, 죽음이 코앞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순교의 제물이 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고백한 맏형 박의서의 고백은 우리가 배워야 할 신앙의 장엄함과 고결함을 가르치고 있다 하겠습니다. 우리의 신앙의 자리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를 깨우치고 있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