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종려주일입니다. 주님은 십자가를 지시기 위해서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셨습니다. 관습대로 유월절 만찬을 드시고,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신 후, 성경대로 십자가를 향해서 한 걸음 한 걸음 옮기셨습니다. 그러나 여기엔 하나님께서 눈을 감고 계셨던 것입니다. ![]() 하나님이 눈을 뜨고 계십니다. 세상이 어지럽고, 역사가 뒤바뀌듯 하는 경험을 할 때가 있습니다. 아마 후세인 치하에서 20여년을 살았던 이라크 국민들이 그럴 것입니다. 정신적인 충격이 심각할 텐데 잘 견뎌내기를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세상을 주관하시는 하나님께서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고 계시다는 믿음 때문에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부마사태와 광주사태를 겪으면서, 하나님께서 주무시지 않기를 기도한 적이 있습니다. 파도치는 갈릴리 바다에서 주님이 잠드셨던 것처럼, 혹시라도 그런 일이 있을까 해서 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리석은 염려입니다. 하나님은 한 번도 눈을 감으신 적이 없으셨기 때문입니다. 아벨이 의로운 피를 흘릴 때에도(창4:1-12), 야곱이 돌 베개를 베고 잘 때에도(창28:10-19), 이스라엘이 애급에서 노예생활을 할 때에도(출3:7-10), 주의 이름으로 냉수 한 그릇을 대접한 사람을 상 주기 위해 바라보십니다(막9:41). 세상이 모두 잠들고, 사람들은 모두 제 일에 잊어버린 순간에도 하나님은 눈을 뜨고 식물을 자라게 하시고 (막4:26-29), 온 세상을 두루 감찰하십니다(대하16:9). 이 세상은 인간의 무대이지만, 그 주인은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 하나님이 눈을 감으셨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과 이삭을 제물로 바치는 사건은(22:1-13) 대조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죽이려고 할 때 하나님은 눈을 크게 뜨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이삭의 가슴에 칼이 꽂히려고 할 때, 하나님께서 말리셨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엘리, 엘리 라마사박다니>라고 외마디 소리를 지를 때는 하나님께서 눈을 감으셨던 것입니다. 역사에 단 한 번 하나님은 그 밝고 빛나는 눈을 감으신 것입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아들이 가장 수치스럽게 죽도록 내버려 두셨던 것입니다. 참으로 비정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눈을 감으신 이 사건을 두고 복음서 기자들은 일제히 침묵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어리석은 사람들의 추측하는 말을 옮겨놓을 뿐입니다. 무엇 때문에 하나님께서 눈을 감으셨는지를 침묵하는 하나님을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사랑하는 아들의 죽음을 통해 이루려는 또 하나의 하나님의 역할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온 세상을 죄와 죽음에서 구하시려는 하나님의 구원행동이었습니다(요3:16). 하나님이 눈을 감으신 사건, 이것은 하나님께는 비극이었으나, 우리 인생들에게는 소망과 기쁨이 되었습니다. 한 알의 밀이 죽어 열매 맺는 원리를 친히 행동으로 보여주신 것입니다. 하나님이 눈을 감으신 것은 예수님의 십자가에서 나타나셨습니다. 하나님이 눈을 감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에스겔 선지자는 바벨론에 포로된 백성들에게 예언했습니다. 하나님이 뽑으신 민족, 할례로 언약을 세우시고, 율법을 맡겨주신 민족이 뜻모를 시련을 겪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예언자는 하나님의 백성들이 하나님으로 눈뜨고 볼 수 없도록 죄를 먹고 마신 때문이었다고(렘 8:5-13) 고발합니다. 우상 숭배는 하나님의 눈을 감기게 만들었습니다. 강포하고 무정한 행위도 하나님의 눈을 감기게 하였습니다. 하나님의 눈이 감길 때, 거기에는 시련과 고통이 뒤따르게 마련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 깊숙이 들어와 있는 쓴 뿌리가(신 29:18, 히 12:15) 내리고 있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하나님보다 세상을 더 사랑하는 병든 정신을 걱정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일보다 탐욕에 어두워진 생활을 염려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잠시 잠깐이라도 눈을 감으실까를 두려워해야 합니다. 포로에서 귀환했던 한 유다인은 하나님을 <지키시는 분>으로 고백했습니다(시121:3-8). 하나님께서 불꽃같은 눈으로 졸지도 주무시지도 않고 지키실 때에만 참 평안이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눈을 뜨고 지켜보신다는 믿음은 우리를 경건하고 근신하며 살도록 안내해 줄 것입니다. 깨어있는 신앙이란 하나님께서 눈을 뜨고 계시기를 부단히 간구하는 신앙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하나님이 눈을 감으신 사건은 예수님의 십자가에서 나타났습니다. 세상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아픔이었습니다. 우리의 삶에 하나님의 눈뜨심이 있기를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 2003년 4월 13일 박성완 목사님의 주일예배 설교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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