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한복음 12:20-33

사순절은 예수님의 고난과 죽으심을 깊이 묵상하는 절기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예수님의 십자가에 죽으심에 대해서는 낯설어 합니다. 하나님의 능력이 
십자가와 죽음과 잘 어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알의 밀이 가르치는 교훈보다도 
더 적절한 말씀은 없을 것입니다. 

 


<한 알의 밀 비유>는 위대한 죽음을 주목하게 합니다.

우리가 배워야 할 진리는 대부분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에 있습니다. 
한 알의 밀이 주는 교훈도 그런 진리들 중의 하나입니다. 튼실한 씨알을 상상해 보십시오. 
밭에 심겨진 씨알이 흙에 묻혀 죽게 될 때, 거기에서 수백 개의 열매를 맺게 됩니다. 
그러나 그 씨알이 죽지 않고 그대로 살아있다면 아무 열매를 거둘 수가 없습니다. 
너무나도 분명한 진리입니다. 그러나 여기에 죽음의 미학이 있습니다. 죽음이 가르치는 
위대한 진리가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들 대부분은 죽음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죽음을 비극이라고 한다든지, 죽음은 모든 것을 
단절시키고 만다든지 하는 고정관념이 그런 것들입니다. 그래서 죽음을 잘못된 것으로 
정죄하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할 수 있다면 죽지 아니하려고 발버둥을 칩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순절에 죽음에 대한 새로운 차원이 있음을 깨닫는 기회가 되어야 합니다. 
죽음은 절망이나 비극이 아니라는 것, 죽음이 모든 것을 단절시키는 것은 더욱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오히려 죽음은 더욱 더 풍성한 관계를 맺게 하는 
하나님이 세우신 계획이며, 새로운 삶을 열어주는 첫 단계라고 말입니다. 


<한 알의 밀 비유>는 영원한 생명을 주목하게 합니다.

인간을 초라하게 하며 두렵게 하는 문제 중의 문제는 죽음에 대한 잘못된 통념입니다. 
저는 죽음에 직면한 많은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겁에 질린 얼굴도 있었고, 
반대로 평화로운 얼굴도 있었습니다. 전자는 죽음을 절망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며, 
후자는 죽음을 새로운 생명의 출발로 믿는 사람이었습니다. 
신자의 죽음과 불신자의 죽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죽음에 대해서 
우리들이 가져야 할 자세를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25절). 죽어야 할 육신에 
애착을 두지 말고 오히려 냉정할만큼 내던지라고 말입니다. 그러므로 죽음에 대해서 
말하기를 꺼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리려 죽음에 대해서 분명하게 말하는 것이 
삶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말입니다. 죽음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은, 
더욱 충실하고 값지게 살려는 의지를 갖게 해줄 뿐 아니라, 영원한 생명으로 눈을 
더 크게 뜨게 해 주는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자기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 말씀하셨습니다. 당신이 지려는 십자가의 죽음은, 
한 알의 밀알 같은 죽음이라고 말입니다. 그것은 영원한 절망이 아니라 영원한 소망이며, 
수 없이 많은 생명들을 탄생하게 하는 위대한 새 역사의 출발점이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죽음은 마지막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첫 관문이며, 
영생을 알리는 서곡이라고 말입니다.


<한 알의 밀 비유>는 감격적인 삶을 주목하게 합니다.

전쟁의 포화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간의 생명이 경시되는 슬픈 현실입니다. 
유명 배우가 자살을 했다고 하며, 세계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암살되었다는 헛소문도 들립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에게 허락된 삶이 얼마나 복된 것인지에 대해서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가 누리는 생명은 <한 알의 밀>이 죽어서 생겨난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생명은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 태어난 것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사람의 탄생은 생물학적인 의미가 아니라, 영적인 의미라고 말입니다. 
육신을 가졌기에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영혼이 있기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예수님 때문에 기뻐할 수 있고, 삶을 긍정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의 자리가 어디이든지 간에, 
우리가 사랑과 소망을 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바울 사도는, 자신이 사는 것은 
그리스도 예수께서 자신 안에서 사는 것이라고 고백했습니다(갈 2:20). 우리에게 주신 생명은 
더 이상 죄와 죽음의 공포아래 속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허락된 
은총의 선물이라는 말입니다. 예수님 때문에 우리 모두는 감격적인 삶을 누릴 특권이 
주어져 있습니다. 매일 매 순간 적극적인 자세로 삶을 노래할 사람들이 되었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기쁘게 살아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한 알의 밀 비유>는 십자가에 죽으실 우리 주님을 가리키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이 말씀은 
영원한 생명을 바라보며, 감격적으로 살게 하는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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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4월 6일 박성완 목사님의 주일예배 설교문입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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