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4240호(2012. 12. 25. 화요일).
시편 59:5-8.
찬송 115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프랑스 작가인 파스칼 킨야르도 [옛날에 대하여] 라는 책에 썼습니다. “희미한 흐릿한 반투명한 모호한, 칙칙한 빛 속에서 떠오르는 기억은, 어느 것이나 거의 실제인 기억이다.” 한 사람의 기억 속에 들어온 것들은, 희미하든 흐릿하든 어떤 식으로 재구성됐든,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겁니다. 파스칼 킨야르는 가난하지는 않았지만, 어린 시절을 정신적으로 힘들게 보냈습니다. 1948년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에서 태어났지요. 부모님은 음악가와 언어학자 집안 출신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킨야르는 일찍부터 피아노와 바이올린 등의 악기 연주에 뛰어났습니다. 독일어 영어 라틴어 등 5개 국어도 일찍 익혔지요. 그런데도 그에겐 심한 자폐증과 실어증이 있었습니다. 그만이 알 수 있는 다른 사람은 이해하기 힘든, 그만의 세계가 있었던 겁니다. 그런 세계 속에서 어린 킨야르가 겪은 모든 것들 역시, 그 기억이 아무리 희미하고 모호해도, 다 생생한 사실들이겠지요. 그가 훗날 작가가 돼서 그 기억들을 글에 옮겨 놓음으로써, 우리 독자들은 우리가 직접 알거나 겪지는 못했지만 존재하는, 또 다른 세계를 알고 이해하고 사랑하게 됩니다. 마치 남편의 가난했던 어린 시절이, 아내의 사랑을 더 애틋하게 만드는 것 같달까요? 연인이 됐든 부부가 됐든 친구나 동료가 됐든, 나를 알기 전 내가 모르는 힘든 시간을 건너온 이들의 등을, 마음으로 한 번 더 두드려주고 싶어집니다. <KBS FM 1. 노래의 날개위에, 2012년 10월 3일 방송>b.
2. 오늘 본문을 두고 이견이 팽팽합니다. 세례자 요한의 설교가 계속 이어진 것으로 보는 견해와, 요한복음서 저자의 신학적 명상으로 보는 견해가 그것입니다. 어떤 견해이든 그리스도에 대한 증언이라는 점만은 분명합니다. 그리스도는 위로부터 오신 분이시라는 점(31절), 그래서 땅에 속한 사람들이 그의 말씀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점을 설명합니다(32절). 평행선을 긋듯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말하는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왜 교회를 다니는지 이해가 안 될 때가 많습니다. 절간이나 무당 집에서나 들을 수 있는 말들로 온통 가득 찬 예배당이 많으니 말입니다. 도무지 하나님의 말씀이 무엇을 가르치려는지 들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성공이고 출세고, 최고가 되는 것이고 잘 사는 것으로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욕망으로 가득 찬 사람들에게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려고 아첨을 떨고 있습니다. 저는 목사들의 입에서 “하나님의 자녀가 되라.” 든지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생활을 하라.”는 등의 설교를 잘 듣지 못합니다. 오직 자나 깨나 “축복 받는 길, 성공의 길, 권세를 잡는 사람”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어쩌다가 기독교회가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제대로 들려지기를 기도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제대로 들을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세상을 사랑하신 하나님, 죄와 허물을 용서하시고 화해하신 하나님, 서로 사랑하기를 간곡히 바라시는 하나님, 그래서 하나님 나라 백성답게 살 수 있기를 바라시는 하나님을 생각하며, 오늘 오신 우리 주님을 맞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조금만 너그럽게 생각하면 이해 못할 게 하나도 없는데, 조금만 깊이 생각하면 사랑하지 않을 이웃이 하나도 없는데 말입니다. 이런 마음이 주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마음일 텐데 말입니다. 성탄절은 마구간에 오신 주님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3. “기뻐하십시오. 주님께서 탄생하셨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를 우리말로 옮겨보았습니다. 여러분들의 삶에도 기뻐할 이유가 가득 하시기를, 그리고 이런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빌고 빕니다.
'묵상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신의 가능성. / 요 13:20-35. (0) | 2019.05.15 |
---|---|
사람을 살리는 사람, 사람을 죽이는 사람. / 행 7:59-8:8. (0) | 2019.05.15 |
오직 하나님 중심을 몸으로 실천하신 주님을 본 받아. / 요 5:30-47. (0) | 2019.05.15 |
말씀을 바르게 이해할 수 있기를. / 벧후 3:1-8. (0) | 2019.05.15 |
개와 돼지에게서 배울 점들. / 벧후 2:17-22. (0) | 2019.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