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4279호 (2013. 2. 2. 토요일).
시편 시 69:13-15.
찬송 452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조선조의 선조 임금은 다소 우유부단하고 유약한 성격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백성들에게는 알리지도 않은 채 급히 피난길에 나섰겠지요. 피난길에는 왕비인 의인 왕후가 아니라, 아끼던 후궁을 동행했습니다. 그러면서 조정은 광해군에게 맡겼습니다. 전쟁이 아니었다면 광해군에게 조정을 맡기는 일은 영원히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광해군의 어머니는 임금의 수라를 만들던 곳의 나인이었습니다. 그러다 왕의 눈에 띄어 광해군을 낳았지요. 하지만 그녀는 그를 낳은 뒤 2년 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선조의 관심도 이미 광해에게서 멀어진 뒤였지요. 궁 안의 유일한 왕의 아들이었지만, 어머니도 없고 도와 줄 외가 친척도 없고, 아버지도 없다시피 한 고립무원의 처지가 됩니다. 선조의 귀비가 아들을 낳자, 상황은 더욱 나빠졌습니다. 적자가 태어났으니 광해군의 왕세자 책봉은 취소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선조는 난중에 조정을 서둘러, 그동안 광해군에게 맡기고 떠났습니다. 그러나 전쟁이 가라앉은 뒤 선조는 궁궐로 돌아오는데, 그 때 또 마음이 또 바뀝니다. 전쟁 중에 민심을 얻은 광해를 다시 밀어내고 싶었지요. 하지만 그 생각을 실천에 옮기기 전에, 선조는 병사하고 광해군은 힘들게 왕위에 오릅니다. 그를 그린 영화가 큰 인기지요.
그가 왕위에 오른 뒤 15일간의 행적을 그린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 15일은 왕의 언행을 기록하는 승정원 일지에도 기록이 없습니다. 따라서 영화 속 내용도 상상과 허구를 바탕으로 했을 겁니다. 몇 백 년 전의 역사서에 언급된 단 한 줄에 의해 방대한 장편 소설이 탄생하는가하면, 사라지고 없는 빈 기록이 오히려 한편의 영화를 만들기도 하니, 예술적 상상력이란 역시 대단합니다. 올해 단풍, 유난히 곱습니다. 그 고운 단풍들이 가져다주는 늦가을의 낭만과 더불어 11월에는 역사 속에서 누가 진정한 성군인지를 돌아보는 예술적이면서도 정치적인 상상력, 사색의 깊이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KBS FM 1. 노래의 날개위에, 2012년 11월 1일 방송>b.
2. 형식과 내용의 관계는 뗄 수 없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종종 어느 한쪽을 강조하다가 보면 마치 대등한 성질인양 선택의 문제처럼 취급되곤 합니다. 전통과 그 실천적 삶도 그런 관계입니다. 전통이란 좋은 습관을 사회 공동체가 받아들인 의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문에 나오는 결례나(1-5절) 고르반 전통도(9-13절) 그런 부류의 하나입니다. 외출 후에 손과 발을 씻는 결례는 건강을 위해서 지켜야 할 생활규범이라고 하겠습니다. 부모들은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끊임없이 결례를 얘기할 것입니다. 자신을 위해서건 가족 공동체를 위해서건 매우 유익한 생활율입니다. 그런데 이런 결례에 대한 관심이 지나쳐서 미움과 원수가 된다면 본말이 왜곡된 경우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을 올바르게 섬기기 위한 좋은 훈련으로 고르반(하나님께 드림이 되다 는 의미) 전통을 만들었는데, 이게 부모나 형제를 섬기지 않는 도구로 전락해 버린다면, 왜곡되어도 한참 멀어진 슬픈 현상이라 하겠습니다. 이런 현상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모든 측면에서 불거지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법 정신이 사라진 조문만 남게 되는 경우가 그렇고, 건학이념이 사라진 문자만 남은 사학재벌들의 횡포가 그랬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이 부패해 가는 과정에 정신이 빠진 형식주의가 사람들을 얼마나 피곤하게 하는지 모릅니다. 예배의 정신과 그 하나하나의 본래 의미와 역사를 되새길 때, 예배는 언제나 감격으로 채워지는 은총이며 기쁨입니다만, 형식만 붙들게 될 때는 참을 수 없는 지루함과 답답함만 남는 고통이 될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아무리 바쁘고 할 일이 많더라도, 초심으로 돌아가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형식과 내용이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며, 하나님을 잘 섬기려는 의도가 눈에 보이는 형제자매를 소홀히 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그 정신을 되찾고, 어우러짐을 소중히 여기는 순수로 돌아서야 하겠습니다.
3. 강습회가 은혜중에 마치게 되어 감사드립니다. 말씀을 배우는 일에 열정을 보여주신 목사님들에게 크신 은총이 임하시길 기도합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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