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4396호 (2013. 5. 30. 목요일).
시편 시 94:14-16.
찬송 93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엄마한테 혼이 나고 울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혼이 났는지는 기억나지도 않습니다. 뭐 십중팔구 하지 말라는 걸 했거나, 해야 하는 걸 안 해서 혼났겠지요. 구석에서 슬퍼하며, 과연 우리 엄마가 진짜 엄마인가 가짜 엄마인가? 가짜 엄마라면 진짜 엄마를 찾아서 떠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어지는 의문과 갈등. 그 때 돼지 저금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동전으로 두둑해진 주머니에서 짤랑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부여잡곤, 집에서 나왔습니다. 곧장 학교 앞 구멍가게로 달려갔습니다. 그곳에는 엄마가 절대로 먹지 말라고 했던 것들이 있었습니다. 허가 내지 않은 원료를 사용하거나 규정 이상의 원료를 넣어 제조한 불량식품. 그래서 지금까지는 한 번도 먹지 않았던 <쫀드기>, <쫄쫄이>, <달고나>, <별사탕>, <왕사탕>. 색깔별로 골라서 실컷 먹었습니다. 먹고 나니까 우리 엄마가 진짜 엄마 같고, 뭐 진짜 엄마라면 굳이 떠날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하지 말라는 걸 하고 싶을 때도 있고, 해야 하는 걸 안 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에 대한 이해 없이, 하지 말라는 금지나 해야 한다는 명령. 이 두 가지 만으로 사람이 사람을, 조직이 사람을 조종하려고 들 경우, 극심한 피로와 함께 일탈의 욕망이 몰려옵니다. 그럴 때 불량식품을 찾습니다. 어린이들에게는 <쫀드기>, <쫄쫄이>, <달고나>, <별사탕>, <왕사탕>이고, 어른들에게는 <엠 에스티>, <설탕>, <나트륨>, <지방>, <알코올>, <니코틴> 등 등입니다. 금기와 명령에 대한 소심한 복수는 불량식품이 맛있는 비결입니다. 단 식후 30분, 내가 화풀이할 대상이 나 자신한테 밖에 없는가 싶어서, 더 서글퍼질 수 있다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3년 4월 16일 방송>
2. 최고의 권력자가 자신을 죽이려고 하니 피하라는 말은, 귓속말일 경우는 진심이 느껴지겠지만, 공개적일 경우는 위협을 주는 말로 들릴 것입니다. 누군가 힘을 가진 사람이 해를 끼칠 수도 있고,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 우리는 극심한 두려움에 빠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는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만, 제가 대학 1학년 때 학교 신문사가 초청한 <군사 훈련에 대한 좌담회>에서 했던 말이 학생 데모대의 구호가 되어서, 무려 6년 동안이나 경찰의 보호(?)를 받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저를 감시하는 형사는 인간적이라는 말을 앞세우면서, 서울을 20킬로미터 벗어날 경우에는 반드시 알려야 한다는 협박을 했으니 말입니다. 1970년 9월의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6년을 한결같이 형사가 찾아다니는 걸 제 주변 사람들이 알게 되었을 때, 저를 바라보는 눈이 따갑게 느껴졌음은 물론입니다.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오늘과 내일과 모레는 내가 갈 길을 가야 하리니, 선지자가 예루살렘 밖에서는 죽는 법이 없느니라.” 비장한 마음을 엿보게 합니다. 육체를 가지신 분이어서 그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죽음이 두려운 것은 육체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말씀이 진정성을 가진 것임을 느끼게 됩니다. 이 한마디 말씀, “오늘과 내일과 모레는 내 갈 길을 가야 하”겠다는 대목에서 화들짝 정신이 들었습니다. 내가 가야 할 길이란 무엇일까 하고 말입니다. 주님은 그것을 “귀신을 쫓아내”는 일이며, “병을 낫게 하”는 일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제 정신을 잃어버린 세대를 향해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병이 들어도 너무 깊은 병이 든 세상을 향해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하나님을 잃어버린 세대이며 세상입니다. 창세기의 주제이며, 성경의 중심점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하나님을 모시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세상은 온통 “사람 중심의 세상”을 만들겠다며 광란입니다. 무질서의 출발이며, 무관심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무정함의 씨앗입니다. 하나님이 사라진 세상의 모습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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