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4475호 (2013. 8. 17. 토요일).
시편 시 111:9-10.
찬송 464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슈퍼마켓에서 방울토마토 한 팩을 샀습니다. 가격표가 붙어 있었는데 차라리 3,900원이었다면 그러려니 이해했을지도요. 그런데 3,900원도 아니고 4,000원도 아니고 3,980원이었습니다. 가격이 하도 희한해서 왜 3,980원 이냐고 점원에게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 이렇습니다. “아, 아, 원래 3,980원이예요.” 세상에, 원래 3,980원이라니, 그러니까 이 방울토마토 한 팩은, 본디 처음부터 3,980원이었고, 앞으로도 계속 3,980원이어야 마땅하다는 뜻입니다. 세상에 그런 방울토마토는 없다고, 말도 안 된다고, 소심하게 속으로 흉을 보면서 계산을 치렀습니다.
그러나 나도 이따금 했던 말입니다. 관행처럼 선배들이 해 왔고, 나도 했던 일에 대해, 한 후배가 문제점을 지적했을 때, “원래 그래.” 라고 대답했습니다. 방울토마토 한 팩이 원래 3,980원이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실수를 저질렀지요. 그 때 후배가 따끔하게 일침을 놨습니다. “선배, 원래라는 것은 없어요.” 원래라는 말의 힘이 얼마나 큰지, 그 때 깨달았지요. 이상한 권위를 가지고 있어서, 그 말 앞에 계속 굴복해 왔다는 사실을 처음 알아차렸습니다. 혹시 남들이 다 원래 그렇다는데 대해서 반기를 들면, 혼자서만 이상한 사람 취급받을까 봐서요. 오랜 세월에 걸쳐서 사람들은 원래라고 쓴 커다란 상자 안에 차곡차곡 지켜야 할 것들을 집어넣었습니다. 그것들은 질서가 되고 풍습이 돼서 사회를 지배하고, 하나의 고정관념이 돼서 생각과 판단을 지배합니다. 이 세상에 원래라는 건 없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원래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사고의 전환이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지금보다 훨씬 관대해 질 수 있습니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3년 7월 29일 방송>
2. 앞 날 일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해 보셨을 것입니다. 그러면 우선 헛된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그래서 훨씬 미래에 알맞는 유용한 맞춘 삶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생각하면 훨씬 더 심각한 고민으로 힘들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될 것 같습니다. 사도는 자신 앞에 일어날 폭풍이 몰아치는 미래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석 달 동안이나 헬라지방(마케도니아를 포함)의 교회들을 순방하고, 다시 아시아 드로아에 와서 기다리고 있던 베뢰아인 소바더, 데살로니가인 아리스다고와 세군도, 더베인 가이오와 디모데, 아시아인 두기고와 드로비모를 만나, 드로아에서 이레를 머물며 사역하였는데, 안식후 첫날(주일)에 떡을 떼러 모인 성도들 앞에서 늦은 밤까지 설교하는 바람에, 청년 유두고가 졸다가 삼층 베란다에서 떨어져 죽게 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사모아를 지나 밀레도에 이른 사도는 에베소의 장로들을 초청합니다. 그들과 지난날들을 회고하며 하나님의 교회를 부탁합니다. 그런데 마치 마지막 유언과 같은 말을 남기고 있습니다. “유익한 것은 무엇이든지 공중 앞에서나, 각 집에서나 거리낌 없이” 하나님께 대한 회개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증거하라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심령에 매임을 받아 예루살렘으로 가는데, 거기서 무슨 일을 만날는지 알지 못하노라.”고 얘기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알 수 없었겠지만, 사도는 말할 수 없는 시련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주님께서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신 일이나, 사도가 예루살렘을 향해서 가던 길이나, 얼마나 힘드셨을까를 생각합니다. “모르니까 사는 거지. 알고야 살 수 있겠어? 좀 더 나아지겠지, 하는 희망을 품고 사는 거지. 뭐.” 평범한 이웃들이 하는 말입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미래라고 할지라도, 여전히 우리 주님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심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3. 건강하게 귀국하였습니다. 감사드립니다. 현지에서 생긴 일인데, 신학교에 도착해서 긴장이 풀린 때문인지 오토바이에서 내리다가 그만 뒷 발이 걸려 뒤로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왼쪽 팔꿈치에 찰과상을 입고 많이 아팠는데 지금은 거의 다 나았습니다. 한 꼬멩이만 그 장면을 목격했는데,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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