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4473호 (2013. 8. 15. 목요일).
시편 시 111:1-4.
찬송 266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더위에 지쳐서 수박만 드시는 아버지께, 잡숫고 싶은 거 없냐고 여쭸더니, 언제나 그렇듯이 없다고 하십니다. 이럴 때는 쉽게 포기하지 말고, 잠시 기다려야 합니다. 잠시 후에 아버지가 뜸을 들이며 말씀하십니다. “거, 메밀국수 맛있게 하는 데가 있으면” 하고, 말끝을 흐리십니다. 장안에 메밀국수 맛있게 하기로 소문난 집을 수소문해서 모시고 갔지요. 역시나 사람들 입소문은 가공할 만한 위력이라 줄이 꽤나 길었습니다. 기다리기 싫다면 돌아가자는 아버지를 겨우 설득해서 줄을 넣고, 마침내 자리에 앉았습니다. 메밀국수는 금방 나왔습니다. 계산을 치르고 국수집을 나모면서, 맛이 어땠냐고 여쭸습니다. 아버지는 신드렁하게 대답하십니다. “에이, 그 맛이 아니야.”
그 맛이 아니라는 말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겨울에도 난데없이 “맛있는 찹쌀 떡 한번 먹어봤으면” 하셨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백화점까지 가서 비싼 찹쌀떡을 사다드렸더니, 한 개 겨우 드시고는 “그 맛이 아니야.” 하셨습니다.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속상했지요. 화를 낸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비슷한 일을 몇 번 겪고 나니, 아버지가 “그 맛이 아니야.” 하시면, “어떻게 그 맛일 수 있겠어요?” 능청스럽게 대꾸할 수 있게 됐습니다. 어떻게 그 맛일 수 있을까요? 아버지의 그 맛이란, 대부분 아버지의 고등학생 시절이나, 아니면 그 보다도 더 어렸을 때 먹었던 음식 맛입니다. 아버지의 아버지가 사온 찹쌀떡이거나, 아버지가 아버지의 어머니 손을 잡고 모처럼 외출해서 먹었거나, 고등학교 시절에 친구들과 큰마음 먹고 시내에 가서 먹었던 음식들입니다. 당시로써는 귀한 음식이었지만, 지금은 흔한 음식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그 맛일 수 있을까요?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3년 8월 1일 방송>
2. 얼마 전 한 일간지에 <예수 팔아 장사회>라고, 기독교회의 이름을 바꿔야 할 것이라는 칼럼이 실렸습니다. 교회당을 매매하는 한 광고 문안을 예로 들었는데, 다른 부동산 광고와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5,000세대 아파트 단지, ooo 공원 인접, 신항만 배후 단지” 투자가치가 많다는 식이었습니다. 그리고 교회가 가르치는 내용에 대해서도 지적하기를, “사랑과 정의, 평화를 위한 말씀과 삶은 실종되고, 돈으로 채워진 성채가 떡 버티고 있는 격”이라고 말입니다. 오늘 본문에서도 복음을 들은 사람들 가운데 빗나간 사람들이 있었음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소위 예수 이름으로 마술을 하고 병을 고쳐 장사하는 사람들이라고 했습니다. 유대인 제사장 스와게의 일곱 아들들이 그들이었는데, 귀신들린 사람을 치료한답시고 예수 이름을 사용하다가, 도리어 귀신에게 붙잡혀 벗은 몸으로 도망갔다는 일화가 그것입니다. 그 일로 예수 이름을 장사 속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회개하고 돌아올 뿐 아니라, 그들이 사용하던 마술 책들을 불살라 버리는 일까지 생겼다고 말입니다.
참과 거짓은 여러 가지 과정을 통해 구별되는 것 같습니다. 본문에서처럼 거짓을 통해서 진리가 제 자리를 인정받는 것처럼 말입니다. 교회가 교회다워져야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교회가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된답시고, 온갖 유용한 활동에만 심혈을 쏟아서도 안 될 것입니다. 교회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하나님의 복음을 선포해야 할 사명을 가진 때문입니다. 그 복음이 잘 선포되도록 도움이 될 활동은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수단들이 목적을 덮어버리는 우는 범해선 안 될 것입니다. 예수가 그리스도이시라는 복음, 하나님이 역사의 주인으로 지금도 일하고 계시다는 복음, 하나님은 우리를 복음의 통로로 부르셨다는 진리를 잊어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3. 오늘 오전에 시험을 치르고 호치민(사이공)으로 돌아옵니다. 1번 국도인데도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엉켜서 더위에 시달려야 합니다. 저의 선교를 도우시는 현지 목사님 교회를 방문할 예정입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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