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6588(2019. 5. 31. 금요일).

시편 14:1-4.

찬송 239.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파브르의 <곤충기>엔 곤충얘기 못지않게, 인간을 위한 당부나 교훈적인 구절이 많이 나옵니다. 가령 이런 구절들이지요. “요컨대 나는 책임을 중히 여기는 인격, 양심 의무 일하는 존엄성을, 하다못해 꿈속에서라도 생각하고 멈추지 말기를 바란다. 세끼 벌들에게 먹이를 가져다 줘서 먹이는 벌들을 관찰해 온 이래로, 나는 그 벌들 가운데서 게으른 벌들을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런 점들 때문에 <곤충기>는 어린이를 위한 생물책이면서, 동시에 어른들을 위한 인문학서 철학서로 대우 받기도 합니다. 그렇게 <곤충기> 발간 시리즈로 비로소 그간의 처절한 곤충연구를 인정받고 보상받게 된 파브르는 <식물기>도 썼습니다. 그의 독자들 가운데엔 <곤충기> 보다 덜 알려진 <식물기>를 더 좋아하는 독자들도 많습니다. 그럴 만큼 <식물기>야 말로 좀 더 친근한 식물들에 대한 흥미로운 관찰이며 연구며 아름답고 뛰어난 묘사들과 비유들, 그리고 신선한 감동을 일깨워줌으로 가득합니다. 예를 들면 나무 바깥쪽의 성근 의복을 보아오다가, 그 옷감속의 약품 창고도 있다는 걸 발견했다. 껍질은 그 주머니 속에 향수 제조공, 가죽 숙련가, 약사, 화학자, 그 밖의 여러 직업의 물자들을 간직하고 있다. 껍질이란 참 별난 의복이다.” 라고 묘사를 했는가하면, “당근은 원래 1년밖에 살수 없었던 1년생 식물이다. 하지만 열매를 맺기 전에는 죽지 않으려고 2년을 사는 쪽으로 사력을 다해 습관을 바꾸고 정착시킨다.” 그런걸 알고 나면, 순모 한 조각 국속의 양배추 한 장에도, 얼마나 위대한 생명의 노고가 깃들여져 있는지 감탄하게 된다는 식으로, 파브르는 모든 식물에 대해서 썼습니다. 그러니 파브르는 <곤충기><식물기>를 쓰면서, 실은 생명 근원을 파헤치는 생명 근원기와, 인간에게 삶의 지침을 일깨우는 인생 지침서를 쓴 셈이었습니다. 이렇게 50대부터 30년 넘게 열권의 <곤충기>와 한 권의 <식물기>를 쓴 파브르는 90대가 돼서, 열 한 권째 <곤충기> 집필에 들어갔지요. 하지만 너무 시간이 흘렀던가요. 완성을 보지 못하고 1년 후인 1951년 아흔 한 살의 나이로 눈을 감았습니다.  <KBS FM 1 가정음악 2019. 5. 24. 방송>

 

2. “예수의 영광스러운 변모(28-36)”을 읽었습니다. 갈릴리 주변에는 다볼 산이라는 평지에서 우뚝 솟아 오른 듯한 산이 있습니다. 주님께서 자주 오르셨을 것으로 보이는데, 등산이나 산책을 위해서가 아니라 기도하기 위해서 한적한 곳을 찾으셨던 주님께는 딱 알맞은 곳이었을 것입니다. 베드로와 야고보 요한을 데리시고 기도하시러 간 어느 날의 일화를 말씀하고 있습니다. 공관복음서 모두 취급하는 내용인데, 주님의 얼굴과 옷이 눈부시게 빛나더니, 주님께서 모세와 엘리야와 함께 주님의 죽음에 관한 말씀을 나누고 계시는 장면이 비춰진 것입니다. 그런 다음에 깊이 잠들었던 제자들이 깨어나서 이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비몽사몽간에 신비현상을 목격했다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 장면이 광채에 싸여 있는 것은 물론, 한 번도 만나 본 일이 없는 모세와 엘리야를 제자들이 어떻게 알아볼 수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도 버릴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가끔 듣는 어떤 이들의 신비현상에 대한 생각처럼 말입니다.

   이 신비현상은 제자들이 목격하기 시작하자마자 끝이 났던 모양입니다. 모세와 엘리야가 떠나가려하자, 베드로가 끼어듭니다. 그는 초막 셋을 지어서 세 분이 머무시도록 제안을 합니다. 물론 공관복음서 기자들은 모두 베드로의 이 말을 무슨 뜻으로 하는지 베드로 자신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자료를 그대로 수용합니다. 그러는 사이에 구름이 덮였고, 두 분이 구름 속으로 사라진 후, 음성이 들려왔는데 이는 내 아들이니 그의 말을 들어라!”는 소리였다고 했습니다. 신비현상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모세와 엘리야를 알아볼 수 있도록 소개나 암시가 있었을 것이라는 개연성을 생각해 볼 수 있고, 구름 속에서 들리는 거룩한 음성은 매우 또렷하게 들렸을 것입니다. 우리가 꿈속에서 기억할 수 있었던 것들 중에 가장 분명하게 남는 것이 음성인 것처럼 말입니다. 이런 신비현상은 중요한 의미를 전하고 있다 생각합니다. 그것은 본문에서 강조하듯이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시라는 것과, 그 분의 말씀을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제자의 도이며 신앙생활이라고 말입니다. 신비현상을 보여주는 참된 목적은 주님의 말씀에 주목하라고 말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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