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6619(2019. 7. 1. 월요일).

시편 20:1-3.

찬송 381.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유점파(有占派)와 무점파(無占派), 남자는 시인이 이렇게 두 갈래로 나뉜다는 걸 알고는, 가지고 있던 시집들을 다시 펼쳐 봅니다. 시구에 마침표를 찍는 시인은 유점파, 찍지 않는 시인은 무점파라는데, 이것도 이것도 또 이것도, 남자가 가진 시집의 시인 대부분은 무점파입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시를 옮겨 적으며 왜 마침표를 찍지 않았지 생각한 적도 있지만, 그저 생각만으로 흘려보냈을 뿐, 무심코 남자 임의대로 마침표를 찍은 기억도 납니다. 어느 좌담회에서 진 은영 시인은 시인이 마침표를 찍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시인들은 대체로 마침표를 갑갑해 해요. 문장들이 완성됐다고 선언하는 것 같고, 이웃한 문장들에 대해 독립성을 주장하는 느낌이 들어요. 그런데 마침표를 안 쓰면 문장들이 깨진 채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는 듯 보이는 강의 얼음판 같은 느낌이에요. 아주 가깝게 붙어 있다가 점점 녹으면서 다른 조각들과 멀어져 물위로 흩어지는 거지요.” 한마디로 시는 산문과는 다른 글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인데요. 간혹 마침표를 찍더라도, 문장이 끝났음을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시의 느낌을 전하기 위한, 그 자체가 하나의 시어(詩語) 역할을 한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시와 마침표, 남자는 문득 자기 삶의 문장부호들이 궁금해집니다. 혹시라도 별 생각 없이 마침표를 찍어버린 감정이나 인연은 없었는지. 마침표를 찍어야 했는데 지지부진 끌려 다니고 있는 건 아닌지. 그저 하나의 점에 불과 하지만, 생각보다 큰 힘을 가진 마침표를 떠올려 보는 보통의 아침입니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9627일 방송>

 

2. 짧은 구절이지만 세 가지 서로 다른 내용의 설교들입니다. “죄의 유혹과 용서(1-4)”, “믿음의 힘(5-6)” 그리고 종의 의무(7-10)”입니다. 오늘은 세 번째 말씀을 묵상하려고 합니다. 우리 시대는 주인과 종이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지만 대신 갑과 을이라 부릅니다. 저와 같이 엄청난 세대차를 통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리 악습이고 폐습이라고 하지만 옛날이 그리워질 때가 많습니다. 가령 아버지에게만 주시던 날계란 한 알의 위상은 오늘 날엔 참 허망해졌습니다. 그 귀했던 날계란이 흔해 빠진 때문이고, 교수님이 들고 들어오시던 커피는 이젠 학생들은 머그 잔에 들고 들어오고 있습니다. 들었다 놨다 하시면서 혼자서만 즐기시던 그 모습이 이젠 누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되고 교수가 되었지만, 그걸 행복으로 느낄 과정들이 줄어든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걸로 행복을 느끼려했으니 얼마나 한심한 일입니까?

   50여 년 전만 해도 머슴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저의 큰 집에는 두 분의 머슴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이른 아침이면 주인 침실 앞에서 주인님, 오늘 뭘 할까요?” 하며 하루 일과를 하명 받아야 했습니다. 제 마음대로 일하고 살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21세기인 지금도 여전히 그런 신분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까? 일의 성격이나 경중이 다를 뿐, 우리는 모두 종의 신분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주인에게 최선을 다해야 하고, 충성을 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교회의 주인이 목사냐 장로냐 하는 문제로부터, 세상의 주인이 인간이냐 하나님이냐가 화두로 떠오르는 지도 오랩니다. 서울 거리 곳곳에 붙어 있는 건설현장의 바람막이나 현수막에는 인간 중심이라는 말로 도배되어 있습니다. 부모를 모르는 자식을 후레아들 혹은 호래자식이라고 부릅니다. 자신의 근본을 부정하는 자식이 되었고, 뿌리가 없으니 부평초 인생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제 눈에는 이런 사람들이 정치가들 중에 가장 많고, 그 다음에는 목사들인 것 같습니다. 가관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교회 대형 스크린에는 하나님이나 십자가를 생각할 겨를을 전혀 주지 못하게 하려고, 탐욕스러운 거짓말쟁이 얼굴들을 예배시간 내내 등장시키고 있으니 말입니다.

 

3. 마술 같은 하루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29) 07:51분 트위터에 그곳에 있는 동안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것을 본다면, 나는 DMZ(비무장지대)에서 그를 만나 악수하고 안부 인사(say Hello)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파격 제안, 32시간에 제3차 북미영수 회담이 성사되었으니 말입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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