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6779호.
시편 52:8-9.
찬송 104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요즘은 정원이 있는 집이 참 부럽습니다. 뜰의 낙엽을 쓸면서, 늦가을과 정면으로 만날 수 있는 그런 정원이요. 대문을 대신할 울타리 옆엔 빨간 우편함을 달아서 혹시나 올 편지를 기다리는 그런 집. 가끔은 지금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쓰는 편지가 우표를 달고 도착할 수 있는 집, 겨울이 정원으로 들어오는 게 보이는 집, 그런 집 정원에 의자 하나를 놓고 앉아서, 빈 하늘을 보고 싶어지는 12월 첫 번째 주말 아침입니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06년 12월 2일 방송>
2. 대림절 둘째 주일의 복음서 말씀 마 3:1-12을 본문으로 “세례 요한이 증거하는 삶의 목표”라는 제목으로 설교하려고 합니다. 사람이 사는 목적이 무엇일까? 자주 물어도 좋을 질문입니다. 그런데 세례 요한은 이런 물음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매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하겠습니다. 그는 자신의 삶의 의미와 목적을 분명히 알고 살았던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세례 요한은 당대 최고 인기인(人氣人)으로 자신을 광야의 소리꾼으로 자처했습니다(1-3절).
세례요한이 살던 유대 나라 인구가 몇이나 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요즘 통계로는 약 600만 정도라니까, 그 시절과 같다 치더라도 수천 명 내지 수만 명이 요단강변에서 세례 요한의 설교를 듣고 세례를 받았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식민통치를 하던 빌라도 총독이나 유대 왕 헤롯 등이 충분히 긴장할만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던 메시야가 아니라, 자신을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꾼으로 소개하면서, 회개의 세례를 외쳤고, 오실 주님의 길을 준비하라고 하였습니다. 소리꾼은 예나 제나 가장 천한 직업군에 속합니다. 지체 높은 관리의 행차가 원만하도록 큰 소리를 질러서 길을 터주는 일을 했습니다. 당대 최고의 인기인이 자신을 소리꾼으로 비유했습니다.
자신의 소명에 충실한 삶을 온 몸으로 실천하였습니다(4-9절).
세례 요한은 자신이 해야 할 일과 해선 안 될 일을 분명히 알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초심 혹은 분수를 망각하는 바람에 멋진 인생을 놓쳐버리곤 합니다. 독일을 무대로 첩보활동을 하는 영화를 감상했는데, 사람 목숨을 초개같이 생각하는 비정한 첩보세계에서 주인공들은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을 하고 있는가? 애써 찾아낸 답이 “더 안전한 세상을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누구도 신뢰할 수 없는 불안전한 채 막이 내립니다. 세례 요한은 메시야만이 평화의 세상을 가져오실 것을 믿었고, 오직 그 분의 길을 닦는 소리꾼으로써 자신의 소명을 뚜벅뚜벅 실천합니다. 세상을 바꾸어 보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메시야가 그 일을 하시도록 무슨 일을 할지 심사숙고해야 하겠습니다.
메시야의 길을 닦는 것은 회개 외에 다른 것이 아니었습니다(10-12절).
요즘 서울 어디를 가든, 새로운 공사장의 가림 막에는 “인간 중심”이라는 말이 반드시 대문짝만한 글씨로 붙어있습니다. 1910년대의 러시아 혁명 구호를 연상하게 합니다. 왕과 귀족에 의해서가 아니라 노동자들에 의해서 새로운 세상을 열자는 구호였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특징은 인간 중심입니다. 알렉산더 대왕 이후로 인본주의의 핵심 사상은 인간이 힘을 합치면 사막에도 비를 내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큰 오산입니다. 바벨탑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은 파멸이었습니다. 메시야만이 새로운 세상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메시야를 맞기 위해서 회개(삶의 방향 바꾸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시궁창에서 푸른 하늘을 향해 돌아서지 않으면 안 됩니다.
3. 며칠 간 마을 축대 쌓는 작업장에서 일꾼들을 격려했습니다. 수백 명이 할 일을 세 대의 중장비차량이 거뜬히 감당하고 있었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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