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7042호(2020. 8. 27. 목요일).
시편 102:26-28.
찬송 263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언니 보세요> 어제 박경리 선생님 장례식 장면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 보셨지요? 처음엔 선생님 돌아가셨다는 그 소식을 듣는데, 뭔가 커다란 정신적인 유산 하나가 사라져 버렸다는 느낌이 너무도 생생해서 며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을 정도였지요. 그러면서 유기농 농사를 고집하는 오빠와 언니 생각, 참 많이 했습니다. 오빠가 농사를 짓겠다고 온 식솔을 이끌고 시골로 떠날 때, 또 언니가 그런 고집불통 남편을 말리지도 못하고, 한숨 쉬면서 그 뒤를 따라 떠날 때가, 벌써 10년이 넘은 아득한 옛일이 됐네요. 시골로 내려간 지 채 2년도 안 돼서, 언니는 자글자글 시골 아줌마가 돼서 나타났지요. 아주 중요한 볼 일이 잇다. 기에 함께 가봤더니, 작가 박경리를 선생님의 강연회장이었습니다. TV에서 배추농사며 고추 농사짓는 작가의 모습을 잠깐 봤는데, 그 호미질하고 고춧대 만지는 손놀림이 가짜 농사꾼이 아니어서, 언니는 그 순간부터 작가 박경리를 더욱 더 존경하게 됐다고 하셨지요. 그렇게 강연 회장을 찾아다닐 정도로 말이 예요. 농사지으러 고향으로 가겠다는 남편 때문에 많이도 울었던 언니. 땅만 파헤치면 나오는 지렁이며 땅 벌레 때문에, 하루에도 엉덩방아를 찧곤 했다는 언니가, 그사이 참 많이 변해 있었다는 것을 저는 그날 처음 알았어요. 그때 강연회에서 박경리 선생님은 농사꾼들의 현실을 도회지 사람들에게 알리느라, 목소리를 참 많이 높이셨었지요. 그 서슬 푸른 야단에 생각 없는 소비자였던 저도 참 많이 변했었는데. 그렇게 글로 말로 또 행동으로 땅을 사랑하는 방법을 보여주셨던 분이이셨는데. 뉴스 보면서 언니와 오빠 생각 참 많이 했습니다. 봄 되니까 이래저래 정말 바쁘시지요? 곧 한번 내려가서 서투른 일손이나마 보태드릴게요. 그리고 밀린 이야기는 그 때 더 나누도록 해요. <KBS FM 1, 노래의 날개 위에, 2008년 5월 9일 방송>a.
2. “빌립과 나다나엘을 부르시다(43-51절)”을 읽었습니다. 흔히 전도의 유형을 얘기할 때 친구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엔 빌립을, 가족을 대상으로 할 경우에는 안드레를 예로 들곤 합니다. 빌립은 벳새다 출신으로 친구인 나다나엘을 예수께 인도하였고, 안드레는 자신의 형 시몬을 예수께로 인도한 때문입니다(40-41절). 하나님의 은혜로 저는 태어나기 전에 이미 가족 전체가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고, 부모님이 전도하지 못했던 백부님을 저와 형제자매들이 일흔 살이 넘으신 나이에 신앙생활을 한 일도 있습니다. 제가 중학생이던 시절 친구를 교회로 인도해서 지금은 장로로 시골 교회를 잘 섬기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빌립형 전도와 안드레형 전도를 한 셈이 되었습니다. 제 연배가 되시는 분이라면 30-40년대의 유명한 부흥사 최봉석(권능) 목사님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자살을 하러 바닷가로 가는 한 사람을 향해 큰 소리로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을 여러 번 외친 때문에 그가 돌아서서 예수님을 영접했다는 일화 말입니다. 이 이후로 한국 교회는 노방전도의 대표적인 구호가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불특정 다수를 향한 전도방식 보다는,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가족을 찾아간 안드레처럼, 친구를 찾아간 빌립처럼 가장 가까운 이웃을 전도하는 것이 바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사가 되어서도 자신의 부모도 인도하지 못하였다면, 그 목회가 제대로일까 하고 말입니다.
물론 전도는 외적인 면에서 보면 사람이 하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습니다만, 사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분은 성령님이신 것을 알아야 합니다. 전도의 열매를 맺는 것 또한 성령께서 하십니다. 그렇다고 불특정 다수를 향해서 비인격적인 전도만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자신을 너무나 잘 아는 가족이나 친구를 대상으로 할 때 진정성이 묻어 있을 것이고, 그래서 그의 말과 행동을 뒷받침해 주는 그의 삶의 태도와 인격이 동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인격전도를 항상 강조합니다. 자신을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말이나, 성격이나 품위에서 평판이 나쁜 사람의 전도는 진정성을 상실한 때문입니다. 빌립 전도와 안드레 전도 일화는 이런 인격적 전도의 모델을 암시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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