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7821(2022. 10. 15. 토요일).

시편 시 104:16-18.

찬송 406.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가끔은 까닭 없는 욕심이 날 때가 있습니다. 이런 날씨, 이런 기분에 어울리는 좋은 음악을 들었다가나 아늑한 뒷골목에 차 맛이 좋은 찻집을 찾았다거나, 누군가와 듣고 함께 듣고 함께 즐기는 것도 좋겠지만, 아무 에게도 알려주지 않고 혼자만 독점하고 싶은 그런 기분이 있지요. 알려져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 내가 아꼈던 본래 그 모습이 훼손될까 염려해서 일 수 있습니다. 김동환 시에 임원식이 곡을 붙인 <아무도 모르라고>를 준비했습니다. 나만 홀로 간직하고 싶은 마음을 곡속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떡 갈나무 숲속에 졸졸졸 흐르는, 아무도 모르는 샘물 이길래. 아무도 모르라고 도로 덮고 내려오지요. 나 혼자 마시곤 아무도 모르라고 도로 덮고 내려오는 이 기쁨이여.”

   아무도 모르라고 다시 덮고 내려온다는 노래 말에서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 또 작고 소박한 욕심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무도 모르라고는 KBS 교향악단 초대 상임 지휘자를 맡았던 임원식 선생의 곡이지요. 지휘자이자 작곡가였던 임원식 선생의 많지 않은 곡 중에서 가장 대중에게 친숙한 곡이기도 합니다. 평온하면서도 아늑한 멜로디와 큰 기교 없는 곡의 전개가, 노랫말의 분위기와 잘 어울립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71015일 방송>

 

2. “에스더가 왕후가 되다(1-23)”을 읽었습니다. “여러분은 살아가면서 지식이 증가하고 경험이 늘어날수록 더 자유로워졌습니까? 더 행복해졌습니까? 더 명철해지고더 성숙해졌습니까? 눈매가 더 그윽해지고더 관용적인 사람이 되었습니까? 상상력이나 창의력이 더 풍부해졌습니까? 가족이나 이웃들과 더 잘 지내게 되었습니까? 여러분은 지금까지 바람직한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까아니면 바라는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까? 해야 하는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까아니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까? 좋은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까아니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까? 지식이라는 것이 정말 우리들에게 행복하고 좋은 것입니까? 혹시 내가 지식에게 주도권을 갖는 것이 아니라 주도권을 지식에게 넘겨준 후지식에게 지배를 당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서강대 철학과 최진석 교수께서 “인문학 특강 : 현대 철학자 노자” 강의 중에 역설하였던 대목을 옮겨놓은 글입니다.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이렇듯 유교에서 말하는 수신제가(修身齊家)는 이상(理想)일 뿐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일지 모르겠습니다. 유학자들이 최고의 성인으로 꼽는 공자 집안도 3대에 걸쳐 아내를 내쫓았는데, 아들 백어와 손자 자사도 그랬다고, <예기><공자가어>에 기록되어 있으니 믿어야 하겠지요. 또한 유학자들이 꼽는 이상적 군주라는 요, , 우는 모두 도덕적으로는 완벽했고, 나라를 태평성대하게 만든 인물들이지만, 수신제가에 실패한 인물들이었습니다. 그들 자녀들은 폐륜아들이었습니다. 심지어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는 글귀가 나오는 대학(大學)을 저술한 증자는, 아내가 음식을 제대로 익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쫓은 인물입니다. 아마 그랬을 겁니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들에 한이 맺혀서 남들에게는 그러지 말라고 썼을 것이며, 동시에 마음 같지 않은 우리네 삶에 대해서 지나치게 낙관도 비관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일깨운다 하겠습니다.

   사설이 길어진 것은 에스더서를 읽으면서 유독 유대인들은 어찌하여 이처럼 극심한 시련을 겪는 민족이 되었을까? 는 의문이 늘 잠재해 있었고, 반대로 민족이 통째로 멸망하기 직전에 혜성처럼 나타난 에스더라는 인물의 의미를 생각하다가, 혹시 이 모든 문제의 답은 윤리와 도덕을 대변하는 율법이 아니라, 순전히 하나님의 은총임을 말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해서, 율법의 진면목을 늘어놓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율법은 잠시잠깐의 자기만족과 자기 위안에 불과할 뿐이라는 사실 말입니다. 오늘 본문에는 아하스에로의 첫 왕비 와스디가 왕명을 거슬러서 폐위되고 4년 만에 재혼을 하게 되는 전 과정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127개 나라로부터 뽑혀 온 왕비 후보들이 궁녀를 관리하는 헤개의 손에 맡겨져 관리되는데, 흥미로운 대목은 왕 앞에 후보들이 한 사람씩 나아가기까지 무려 1년 동안 몸치장을 하는 내용입니다. 여섯 달은 몰약 기름을 쓰고 다른 여섯 달은 향품과 여인들이 쓰는 온갖 물품으로 몸을 정결케 한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뽑혀온 후보 중에는 유대인 모르드개의 양녀 에스더도 있었는데, 그녀가 궁녀대신 헤개의 눈에 들었다는 점입니다. 헤개는 에스더를 특별 관리하였으나, 에스더는 모든 소녀들에게 주는 기본적인 물품 외에는 다른 것을 구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다른 누구보다 돋보여 마침내 왕의 눈에도 들어 왕비로 뽑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궁녀대신 헤개에게 눈도장을 받게 되고, 이어서 왕에게도 낙점되었던 것은 하나님의 은총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입니다.

 

3. 가곡 <아무도 모르라고>는 편도가 약한 제가 부르기에는 안성맞춤인 노래여서 자주 부르곤 합니다. 부르긴 하면서도 혼자만 마시는 기쁨이라는 대목에서는 겸연쩍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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