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7820(2022. 10. 14. 금요일).

시편 시 104:13-15.

찬송 347.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가을나무의 아름다움은 모두가 볼 수 있지만, 가을 나무의 향기만은 맡을 수 있는 사람에게 전해진다고 합니다. 느낄 수 있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다는 거겠지요. 가을나무가 풍기는 향기, 꽃 냄새처럼 화사하지는 않습니다만 코끝과 정감을 동시에 건드리는 은은하고도 운치 있는 향기라고 생각이 듭니다. 흙냄새도 좀 묻어 잇는 것 같고, 견과류 냄새 같기도 하고, 나무마다 조금씩 독특한 향내가 있기도 해서, 어떤 냄새라고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렵습니다만, 할 수 없지 독특한 향기가 잇지요. 이러한 향기를 깊이 느낄 수 있는 때는 아쉽게도 참 짧습니다. 얼마 전 한 신문에서, 10월에 약한 독한 은행나무 냄새 때문에 외국인들이 서울의 향기를 착각하고 있다면서, 가로수의 냄새도 도시의 경쟁력이다, 이런 주장을 하더군요. 지금 한창 은행나무가 독한 향기를 풍기면서 열매를 알차게 키워가고 잇는 때입니다. 좋던 싫던 가을에만 느낄 수 있는 향기지요. 설악산 내장산으로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진한 가을의 맛, 충분히 누리고 계십니까?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71014일 방송>

 

2. “와스디 왕후가 폐위되다(1-19)”을 읽었습니다.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갔던 유대인들은 바벨론을 계승한 바사(페르시아)에 넘겨졌는데, 주전 539-331년간 존속했던 바사는 유대 민족에게 매우 관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메디아와 바벨론을 쳐부수고 제국을 세운 고레스 대왕은 유대인들에게 포로 생활에서 자신들의 나라로 귀환을 허락하였고(대하 36:22,23), 다리우스 1세는 유대인들의 성전 재건을 인가했으며(6), 아하수에로(크세르크세스 1)는 유대민족의 전멸을 모면케 한 에스더의 남편이었으며(1-10), 아닥사스다 1세는 추가 귀환을 허용했던(7:8, 2:18) 것으로 알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유대인들에게는 명절마다 읽는 특별한 성경이 있는데, 가령 유월절에는 아가서를, 오순절에는 룻기를, 예루살렘의 멸망을 상기하는 금식절기에는 애가를, 초막절에는 전도서를, 그리고 유대인들 전체가 학살을 모면한 것을 기념하는 부림절에는 에스더를 읽는 전통이 그것입니다.”(엄현섭, <구약성경의 길잡이> p.114).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에스더에는 하나님이라는 명칭이 없다는 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에스더서는 부림절의 역사를 유대인들로 하여금 기억하고 잊지 않게 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었음에 분명합니다. 역사를 기억하는 민족은 망할 수 없다는 교훈을 또 다시 얻을 수 있습니다.

   때는 아하수에르 왕이 통치하던 시대에(주전 486-465) 바사는 인도에서 구스(에티오피아)까지 무려 127개 나라를 치리하고 있었습니다(1). 아하수에로 왕이 특별했던 것은, 그가 통치하던 시절에 바사의 영토가 가장 넓었다는 점과, 그의 두 번째(?) 왕비를 유대인 포로 중에서 에스더를 맞이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우리는 일반적인 상식이나 일상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날 때는 두 가지 방향으로 주목하곤 합니다. 첫째는 인간 자신을 주인공으로 세우거나, 둘째는 드물긴 하지만 하나님을 주인공으로 삼는 경우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특출한 인간이라고 하더라도 그런 사람에게 기적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기적은 하나님의 현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아하수에로의 경우에는 하나님께서 그와 함께 하셨다고 이해하는 것이 바른 이해라는 말입니다. 아하수에로가 즉위 3년이 되었을 때 127개 나라의 지도자를 초청 무려 180일 동안 자신의 나라의 영화를 자랑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거창한 행사를 끝낸 후에는 당시 나라의 수도였던 수산궁에 사는 모든 시민들을 왕궁에 초대해서 7일 동안 잔치를 베풀었는데, 마지막 날 왕은 흥에 겨워 자신을 보좌하는 일곱 내시가 지켜보는 자리에서 왕비 와스디를 백성과 고관들 앞에서 자랑하고 싶어서 화관(花冠)으로 단장해서 나오도록 명하였습니다. 그런데 왕후 와스디는 왕명을 거역하여 왕을 부끄럽게 할 뿐 아니라 체면을 무참하게 구겼을 것입니다. 이로써 왕은 화가 치솟았고, 이럴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법관과 학자들에게 묻게 되었고, 이는 남편을 업신여기는 행위로 부녀자들이 따라할 것을 염려해서 반드시 고쳐야 할 것이라는 대답을 듣습니다. 결국 왕은 칙령을 내려 왕후의 무례와 불순종을 따르지 말라 명하게 되기에 이릅니다. 이 같은 왕후 와스디의 처신에 대해서는 어떤 이유나 해명이 없다는 점이 궁금하지만, 높은 자리에 오르는 사람들이 흔하게 보이는 오만불손의 일면으로 짐작이 됩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