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8115호(2023. 8. 5. 토요일).
시편 시 9:7-9.
찬송 174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시조 시인 정완용은 지금까지 10여권의 시조집을 낸 원로 문인입니다. 시인은 평생 한국의 정형시인 시조만을 위해 살아왔다는 평가가 무색하지 않게 마치 일기를 쓰듯 시조를 짓는 일에 몰입해 왔습니다. 한국의 시조를 말할 때, 가람과 노산 초정에 이어 정완용을 꼽을 정도이지요. 작고한 시인 박재삼은 정완용의 인간적인 면모를 높이 사, 야단스럽지 않고 기다릴 줄 아는 성품이 그를 시조의 거목이게 했다. 평하기도 했습니다. 흰 백자와 물 수자를 쓴 시인의 호 백수는, 바로 그러한 정갈하고 묵묵한 시인의 성품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행여나 다칠세라 너를 안고 줄 고르면. 떨리는 열 손가락 마디마디 에인 사랑. 손닿자 애절히 우는 서러운 내 가얏고여. 둥기 둥 줄이 울면 초가삼간 달이 뜨고. 흐느껴 목메이면 꽃잎도 떨리는데. 푸른 물 흐르는 정에 눈물 비친 흰 옷 자락. 통곡도 다 못하여 하늘은 멍들어도. 피맺힌 열두 줄은 굽이굽이 애정인데. 청산아 왜 말이 없이 학처럼 만 여위느냐?”
이 시조는 196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된 정완용 시인의 초기 작품입니다. 조국을 전통악기 가야금에 빗대서, 조국에 대한 애끓은 사랑과 안타까움 그리고 분단의 현실에 대한 비원을 담아낸 연시조입니다. 시인은 옛 시조의 행 배열을 살리면서 장중한 어조로 감칠맛 나는 고열(가야금의 높은 줄)을 사용했지요. 정완용 시 이 한삼 곡 <조국> 이었습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8년 8월 6일 방송>
2. “바알세불과 성령(20-30절)”과 “누가 내 어머니이며 내 형제이냐?(31-35절)”을 읽었습니다. 오늘 묵상은 첫 단락입니다. 예수님의 생애를 채집해서 소개하고 있는 공관복음서는, 짧은 공생애 3년 동안 힘써 하신 일들을 거의 일기형태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가운데서도 유난히 논쟁적인 일화들이 소개되고 있는 것은 항상 불편함을 주곤 했습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투쟁적이거나 싸움꾼의 얘기를 고운 시선으로 보지 않기 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언급하셨던 것처럼, 하나에서 열까지 온통 튀틀려버린 세상을 고운 눈 순한 말로 대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은 당신이 세상에 불을 던지러 왔으며, 화평이 아니라 검을 주러 왔다 시며, 한 집안의 식구들이 서로 분쟁할 것을 예고 하셨습니다(마 10:34-36). 그러니 이른바 종교적인 논객인 율법사나 바리새파 사람들과 만나기만 하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논쟁에 빠져들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모처럼 살벌한 세상에서 평안과 안식과 기쁨을 기대하고 찾아온 교회에서 싸움 얘기만 실컷 듣게 되자 실망한 사람들이 많이 생긴 까닭입니다. 오늘 본문은 그런 말씀들 중의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습니다.
우선 세간에서는 예수가 미쳤다는 소문이 흉흉했다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여기에 기름을 부은 이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예루살렘을 무대로 주가가 꽤나 높은 율법사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주님께서 귀신의 왕 바알세불에게 사로 잡혀서 그 귀신의 힘으로 마귀를 쫓아낸다 비난한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논쟁은 제대로 붙이 붙었는데, 주님은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을 불러 모아놓고 시비를 가리자며 따져 물었습니다. 한 가정과 한 나라가 든든하려면 내분이 일어나서는 안 되는데, 주님 자신을 사탄의 괴수에게서 신 내림을 받았다고 하면서, 같은 사탄을 내쫓는 일을 한다고 하니 말이 안 되는 억측이 아니냐고 논리적인 불일치를 지적하신 후, 도둑이 남의 재산을 훔치려면 그 집에서 가장 힘센 사람을 묶어두어야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는 성령 하나님을 모독하는 사람은 그 죄를 영원히 씻을 수 없다고 말씀으로 비약합니다. 바알세불의 논쟁과 성령 모독죄의 논쟁은 직접적으로 연결점이 모호하지만, 주님을 귀신의 왕 바알세불로 지칭하는 것에 대한 강한 반발로 성령을 훼방하는 죄로 연결 지었다고 볼 수 있는데, 이 본문과 평행 귀에(마 12:22-32, 눅 12:10)대한 해석상의 난점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다시 말하면 성령훼방죄에 대해서는 바람직한 해석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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