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8180호(2023. 10. 9. 월요일).
시편 시 22:22-24.
찬송 530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몸에 붙지 않아서 좋던 여름 이불의 까슬한 감촉이, 이제는 서늘하게 느껴집니다. 원목 의자의 촉감마저도 차갑다 생각되는 걸 보니까, 따뜻한 것이 좋은 계절이 오긴 했나 봅니다. 부지런한 분들은 벌써 여름 내 입었던 옷가지며 이불을 들여 들었을 테지요. 게으른 몸은 뒤늦게 계절을 실감하곤 합니다만, 마음은 늘 저만큼 먼저 앞서 있습니다. 바람자락 하나에도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느껴지는 걸 보면 말이지요. 햇살 나는 저녁 기운에 옷깃보다 먼저 여며야 하는 것, 계절을 타는 유약한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굳이 계절 탓을 하지 않으려고 해도, 몸은 어느 틈엔가 포근한 것들을 찾고 있습니다. 따뜻한 국물 요리나, 차렵이불의 포근한 감촉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쪽에서 온기가 느껴지지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유연하다 싶을 정도로, 마음은 새로운 계절을 누리고 싶어 합니다. 매년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 저절로 주어지는 계절인데도 말이지요.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하지 않는 나라 사람들은 이러한 재미나 즐거움을 모르고 살겠지요. 물론 자신에게 주어진 기후나 환경 안에서 저마다의 하루하루를 나름대로 누리면서 살아가고 있을 테지만 말입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8년 10월 7일 방송>
2. “나아만이 문둥병을 고침받다(1-19절)”을 읽었습니다. 문둥병이란 나균에 의해 감염되는 만성 전염성 질환으로 공식 병명은 한센병(leprosy)입니다. 현재는 24개국을 제외하고는 매년 1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1만 명당 0.02명이 발생하고 있다 합니다. 그러나 60, 70년 전만해도 우리나라에는 소록도를 포함해서 산청 거창 등에 나환자 수용소가 있는 등 매우 흔한 병이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2학년 크리스마스를 잊지 못하는 것은, 주일학교 교사들 십여 명이 거창의 한 수용소에서 나환자들과 함께 성탄절 예배를 드렸던 것입니다. 그리고 저의 고향집 바로 앞집에는 엄씨네가 사셨는데, 그 집의 둘째 아드님도 한센병에 걸려 어느 날 밤 서럽게 우는 소리를 들으신 어머니는 그 이튿날 둘째 아들이 어디론가 떠나갔다 말씀하셨습니다. 적어도 그 시절만 해도 한센병은 고칠 수 없는 천형(天刑)으로 여겨졌습니다. 하물며 지금부터 2,900여 년 전의 시대에 의료수준을 감안한다면, 떠올리기 싫은 무서운 질병이 아닐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북왕국 이스라엘의 위쪽에 위치한 시리아의 군 사령관으로 있던 나아만이라는 사람이 문둥병에 감염된 것입니다. 왕의 총애를 받고 있었지만 이 병 앞에서는 초라한 병자에 불과했는데, 이스라엘에서 포로로 잡혀온 한 소녀가 자신의 고국에는 문둥병을 쉽게 고칠 수 있는 예언자가 있다 알려준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나아만 일행은 시리아 왕의 친서와 함께 금 은 털옷 등을 선물로 준비해서 이스라엘 왕을 찾아옵니다. 시리아 왕의 편지를 받은 이스라엘 왕은 시리야가 침략할 트집거리로 삼은 줄로 알고, 두려움에 떨었다고 했습니다. 이 소식은 삽시간에 이스라엘 전역에 퍼졌고, 하나님의 사람 엘리사가 왕에게 사람을 보내 그 장군을 자신에게 보내라고 하였습니다.
나아만 장군 일행은 엘리사의 집으로 안내되었는데, 엘리사는 자신의 종 한 사람을 보내어 요단강에 가서 일곱 번 몸을 씻으라는 말을 전하게 합니다. 이 말을 들은 나아만 장군은 화를 냈다고 했습니다. 적어도 대국인 시리아의 군 사령관인 자신에게 제대로 된 예우를 하지도 않는 것은 물론, 몇 마디 말을 전하는 것에서 자존심이 상했을 것입니다. 장군은 요단강보다 강물이 맑고 큰 아바니강과 발바르 강이 있다며 발길을 돌리려 하자, 수행원들이 만류합니다. 이보다 더 어려운 일을 시킨다 해도 따를 수 밖에 없다면서 말입니다. 그렇게 해서 나아만 장군은 요단강에서 일곱 번 몸을 씻었고, 놀랍게도 어린아이 몸처럼 깨끗한 몸으로 회복된 것입니다. 하나님의 사람 엘리사를 다시 찾은 나아만 장군은 준비해 온 금은보화 등 예물을 전하였지만, 받지 않겠다 거절하며 돌려보냅니다. 그러자 나아만은 야훼 하나님만이 참 신인 것을 고백하며, 이후부터는 다른 신에게 번제나 희생제를 드리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고, 두 마리 나귀에 실을 흙을 가져가도록 부탁을 드립니다(야훼 하나님께 제사드릴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의 왕이 섬기는 림몸 신을 예배하러 갈 때 왕을 부축해야 함으로, 그때 신전을 방문하고 왕과 함께 엎드리는 것을 (의전상 형식적으로 하는 일임을) 용서해 달라 간청합니다. 나아만 장군을 천형 문둥병에서 고치신 일화는 오늘 우리에게 무엇을 말씀하고 있습니까? 그것은 단순히 불치병을 고친 사건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나아만 장군의 고백처럼 야훼 하나님만이 참 신이시며, 다른 우상들을 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우쳐주고 있다 하겠습니다. 난치병이나 불치병에서 고침을 받고 받지 못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라 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야훼 하나님만이 온 세상의 주인이시며 지금도 그리고 영원토록 섭리하고 계신다는 믿음을 더욱 더 확고히 하는 사건이라 하겠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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