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8310(2024. 2. 16. 금요일).

시편 시 45:13-15.

찬송 245.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쌓인 눈 위를 가장 먼저 밟았던 기억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겁니다. 새 하얗게 쌓인 눈 위로 지나가는 게 미안해서 머뭇거리다가 어쩔 수 없이 첫 발을 내 디뎠을 때, 마음엔 묘한 상실감 같은 것이 들곤 했습니다. 눈으로 온통 하얗게 덮인 길을 보면서, 두려운 기분이 들기도 했고요. 눈으로 덮인 세상은 내가 발을 딛는 곳을 새로운 길로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발을 재촉하다가 뒤를 돌아보면 눈 위엔 오직 내 발자국만이 남아 있습니다. 새로운 길이 될 수도 있는 수많은 가능성을 지닌 나의 흔적들이겠지요.

    “조그만 산길에 흰 눈이 곱게 쌓이면/ 내 작은 발자국을 영원히 남기고 싶소/ 내 작은 마음이 하얗게 물들 때까지/ 새 하얀 산길을 헤매고 싶소/ 외로운 겨울 새 소리 멀리서 들려오면/ 내 공상에 파문 일어 갈 길을 잃어버리오/ 가슴에 새겨보리라 순결한 임의 목소리/ 바람결에 실려 오는 가 흰 눈 되어 온다오/ 저 멀리 숲 사이로 내 마음은 달려가나/ 아 겨울새 보이지 않고 흰 여운만 남아 있다오/ 눈 감고 들어보리라 끝없는 임의 노래/ 나 어느새 흰 눈 되어 산길 걸어간다오

    눈이 하얗게 덮인 풍경을 마주할 때마다, 우리 가곡 팬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곡이 바로 이 곡 <>이 아닐까요? 노랫말과 음악이 만들어내는 조화가 참 서정적으로 다가오는 그러한 곡입니다. 김 효근은 이 작품으로 1981년 대학 가곡 제에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그로 인해서 작곡가로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만, 본래의 전공을 살려 지금은 경제학자이자 경영학부의 교수로 남아 있습니다. 작곡가로써의 꿈을 버린 것은 아니기에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만, 덕분에 다작은 하고 있지 않지요. 그래서 우리에겐 더 귀하고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김 효근 작사 작곡 <> 소개해 드렸습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9216일 방송>

 

2. “제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시다2(9-19)”을 읽었습니다. 은퇴를 하고 달라진 저의 생활 중 하나는 기도해 주십시오.”라는 부탁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기도의 부탁을 하는 목적이 애매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가 느끼는 경우는 거의 100%가 경제적인 도움을 청하는 것으로 들렸던 것을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라고 할 때, 이것은 중보기도를 의미합니다. 중보란 하나님과 사람들 사이에 서 계시는 분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말씀하였습니다(딤전 2:5). 그러니 중보기도란 누구나 함부로 할 수 있는 기도가 아니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서, 때로는 누군가를 대신해서 그를 위해 기도해야 하는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생전 만나 본적도 없는 사람을 위해서 진정성을 가지고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 뿐 아니라, 매우 조심스럽기까지 할 것입니다. 오늘 본문을 읽으면서 우리에게 중보자로써 유일하면서도 가장 적절하게 중보해 주실 분이란 예수 그리스도이신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기도가 아니라, 특정한 사람들 다시 말하면 이름은 물론 성격과 취미 그리고 많은 대화와 생활을 통해 얻은 풍부한 정보를 알고 있는 당신의 제자들을 위해서 기도했다는 점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한 편의 영화처럼 수많은 이야기들이 떠오르는 사랑하는 사람들, 크고 작은 임무를 맡길 때마다 잘 감당했던 제자들을 위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그토록 간절한 마음으로 중보 했던 기도의 말씀은, 고작 그들의 신앙과 신념을 지켜주시라는 것이었습니다(11). 하늘나라의 비밀을 알려주고, 그 무거운 멍에를 짊어질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주고 싶어 하셨던 것은 화수분과 같은 보물 상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도 아니면 혼란에 빠진 어지러운 시절에 권력의 자리를 꿰차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당신이 세상을 떠나고 외롭게 남게 될 제자들의 흔들리는 마음을 굳게 붙잡아 줄 힘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그들이 하나가 될 것을 기도하신 것입니다(11). 누군가 여러 사람을 향해 하나가 되라고 권고한다면, 이는 아무런 특징도 없는 단일화나 통일의 개념이(unification) 아니라, 저마다의 특이한 재능과 속성을 가지면서 함께 모일 때 조화를 이루는(harmony) 모습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가 말씀 안에서 기쁨으로 충만하기를 구하신 것입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부모의 유언을 들으려고 임종을 지켜야 한다는 전통이 있습니다. 세상을 떠나는 분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래서 오랜 시간 생각하고 생각한 후에 몇 마디를 남기는데, 그리 특별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합니다. 많은 자식들을 향해서 어머니 잘 모시고 형제 우애하며 살라든지, 신앙생활 더욱 열심히 하라는 부탁 등이라 하겠습니다. 우리 주님은 우리들에게 하나님의 현존인 말씀 안에서 기쁨이 충만하기를 바라신 것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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