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8307(2024. 2. 13. 화요일).

시편 시 45:4-6.

찬송 444.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고요함은 그 어떤 것보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합니다. 먼저 나서지 않고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않는 것만으로, 자연은 큰 위로를 건네주지요. 그런 자연 안에서 위로를 얻고 삶의 방향을 되짚어 나가는 일은, 이제 아주 오래된 우리의 관습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청산의 심상을 담은 가곡을 좋아하는 것도 아마 그러한 이유이겠지요.

    “청산은 깊어 좋아라/ 말이 없어 더욱 좋아라/ 말없는 청산 데리고 나 이렇게 혼자 사노라/ 강물은 맑아 좋아라/ 잔잔해 더욱 좋아라/ 흐르는 강물 데리고 나 이렇게 잊혀 사노라/ 영 넘어 둥실 흰 구름 고운님 손짓이어라/ 솔바람 칡덮사이로 밝은 달 더욱 좋아라/ 저 멀리 흰 돛단배 그 이가 오심이어라/ 정다운 강산 데리고/ 나 이렇게 즐겨 사노라.”

    작곡가 한 지영의 <청산은> 그리고 작곡가 김 연준의 <청산에 살리라>와 더불어 사랑받고 있는 곡입니다. 세 작품이 담아내고 있는 청산의 푸르고 싱그러운 심상이 노래를 드는 것만으로도 전해집니다. 노랫말 가운데 등장을 하는 <칡덮>이라는 말은 익숙한 단어가 아닙니다. 칡덤불이나 칡넝쿨을 상징하는 시어인데요. 운율을 위해 사용됐다고 합니다. 송 운은 전남 익산에서 원심 합창단을 만들고 지휘자로 활동해 왔지요. 원광대학교 음악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해 오다 정년퇴임을 앞두고 지난 2002년 가곡 발표회를 갖기도 했습니다. 이 공전 시 송 운 곡 <청산은 깊어 좋아라> 소개해 드렸습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9213일 방송>

 

2. “빌라도 앞에 서신 예수(28-38)”을 읽었습니다. 우리 인류 역사에서 가장 나쁜 인간을 꼽으라고 한다면 수천만의 자기 동족을 죽인 스탈린일까요? 아니면 유태인만 6백만 명을 죽이고 자국인과 또 다른 백성들을 수백만이나 죽인 히틀러일까요? 그런데 수 억 명에 달하는 크리스천들이 그들의 신앙고백서를 통해서 예배드릴 때마다 그 이름을 불러내는 빌라도는 어떨까요? 그런데 빌라도가 스탈린이나 히틀러처럼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살인을 저질렀던 인물이 아닌데도 그들보다도 더 악한 사람으로 일컬어지는 것에 대해서 억울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빌라도의 재판을 읽으면서 빌라도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첫째, 유대인들은 로마 총독 빌라도에게 고발했지만, 빌라도는 고발장을 읽기 전에 무슨 죄로 고발했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리곤 고발자들의 법대로 치리할 것을 명합니다. 빌라도는 정치인으로 종교적인 분쟁에 간여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밝힌 것입니다. 둘째는 유대인들의 해괴한 진술을 듣습니다. 자신들에게는 사형시킬 권한이 없어서 고발한 것이라고 말입니다. 빌라도는 정치적인 반란자들의 문제로 인식하고 예수께 첫 질문을 합니다. “그대가 왕인가?” 예수님의 대답은 그 질문이 당신의 질문인지, 고발자들의 질문인지를 말해 달라 합니다. 세 번째 빌라도는 비로소 재판관다운 질문을 시작합니다. 도대체 무슨 일을 했느냐고 말입니다. 동문서답하듯 예수님은 내 왕국은 이 세상이 아니라고 말입니다. 빌라도는 예수가 정치적인 세력을 대표하는 왕이냐고 거듭 질문합니다. 그때 주님은 진리를 전하려고 이 세상에 왔다고 말합니다. 네 번째 빌라도는 진리가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빌라도는 법치주의를 표방하는 로마에서 공부하고 경력을 쌓아온 전형적인 정치가입니다. 그는 예수님의 재판을 앞두고 고민했다는 공관복음서의 기록물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고발한 사건을 헤롯에게 넘기기도 하고, 예수를 살리기 위해서 실제 정치 선동가인 바라바를 내세우기도 합니다. 빌라도는 자기 아내의 충고로 최악의 재판을 막아보려 했고, 그리고 마침내 죄를 찾지 못했노라며, 그의 피에 대해서 책임이 없다고 공언(公言)하기까지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치주의를 입버릇처럼 뇌이던 빌라도는 가장 무기력한 비법치주의자로 전락하고 맙니다. 그는 공정과 상식에 따른 판결이 아니라 고발자들의 요청에 굴복하고 그들의 요구대로 사형판결을 내리게 됩니다. 빌라도는 스탈린이나 히틀러에 비하면 훨씬 유순한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죄목은 비겁함이었습니다. 비겁함은 배신의 중심 내용으로, 그는 숭고한 법의 정신과 목적을 배신하였고, 자신과 가까운 가족의 양심과 선의를 배신하였으며, 마침내 하나님의 거룩한 뜻을 배신한 것입니다. 1910년 한일합방을 막아보려고 일국의 왕(순종)의 계비인 순정효황후가 옥새를 치마에 감추자, 황후의 치마를 들추고 옥새를 찾아내 한일 합방의 1등 공신이 된 배신자 윤 덕영(해평 윤씨)을 우리는 어떻게 용서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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