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8697(2025. 3. 9. 사순절 첫째 주일).

시편 107:41-43.

찬송 499.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잘 사는 거라 말할 수 있습니다.” 요즘 많이 쓰는 말입니다. 한 인간으로 서건 한 신앙인으로 서건, 의미가 없는 삶이라면 헛된 것일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의미 있는 삶을 살려고 힘을 씁니다. 자신에겐 박/하게, 그러나 남에게는 후/하게 살았던 현동완 YMCA 총무나 원경선 풀무원 원장, 그리고 <강아지 똥>을 쓴 권정생 안동 일직교회의 종지기처럼 말입니다.

 

2. 사순절 첫째주일의 구약성경 신 26:1-11을 본문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것들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하려고 합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가치와 존엄성에 대해서 탐구하려는 자세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대신 남들과 비교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곤 합니다. 오늘은 하나님께서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무엇을 주셨는지에 대해서 묵상하려고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살아갈 터전을 주신 것을 감사하며 기억하게 하십니다(1-4).

17년 전 2008년 은퇴를 7년 앞두고 내 집을 하나 마련하겠다고 아산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너른 잔디밭이 있는 집을 희망해서 그런 집을 골라 구입했는데, 2년 된 새집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1년에 서너 번 오더니 몇 년 전부터는 한두 번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채전과 꽃밭 그리고 잔디밭에 쉼 없이 돋아나는 잡풀을 뽑는데 죽을 맛이라고 말입니다. 은퇴 후 10년을 혼자 살다시피 하는데 제게는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20여 년간 고향집에서 지낸 것을 제외하면, 평생을 떠돌이 생활을 했습니다. 그래서 등을 기댈 곳이 그리웠고, 텃밭을 일구고 잔디를 깎는 소일거리 등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무엇보다 내 이름으로 등록된 터전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위안과 즐거움인지 모릅니다. 하물며 남의 땅에서 노예로 살던 이스라엘 사람들이야 훨씬 더했겠지요. 그러나 현실에 적응하느라 감사와 기쁨은 줄어들게 마련입니다.

 

감사제를 드리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도록 하는 장치였습니다(5-8).

우리 인간의 삶에는 통과의례라는 것이 있는데, 태어남과 어른이 됨, 그리고 결혼과 장례가 그것들입니다. 이런 통과의례의 중심점은 변화하는 인생의 의미를 감사로 기억하자는 것입니다. 태어남은 부모의 은덕을, 어른이 되는 것은 스승과 사회의 보호를, 결혼은 가정의 신성함을, 그리고 장례는 자연으로의 순환을 기억하는 의식입니다. 이를 이스라엘 신앙에서는 감사제를 드리도록 하였습니다. 햇곡식을 거둔 후에 드리는 첫 추수절로 초실절과 유월절에서 50일이 되는 오순절이 그런 절기였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기념하는 생일이나 성인식과 결혼식과 장례식 등도 감사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가면서 본래의 의미나 정신은 퇴색해 버리고, 부모나 스승 사회나 국가에 대한 감사보다는 자기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잘못된 풍조가 불어 닥친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이기적인 개인주의가 판을 치는 때문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서 살게 하셨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9-11).

가나안 땅을 밟았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하나님께서 주신 가나안 땅의 실체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란 말씀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땅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막과 다름없는 불모지/不毛地였습니다. 어떻게 이런 땅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 말할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에 배신감마저 들었습니다. 제가 묵었던 옛 예루살렘 성내의 루터란 게스트 하우스의 관목/灌木과 잔디는 바닥에 비닐류를 깔고 흙을 부어 심었다 했습니다. 이런 땅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 소개한 첫 성경 구절은 출 3:8이었고,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여호수아 예레미아와 에스겔에 언급되었습니다. 오랜 번민 끝에 깨우쳤습니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란, 실재적인 묘사가 아니라 신앙적인 묘사라고 말입니다. 제가 깨달은 것은, 하나님 만 바라볼 수 밖이니까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었습니다. 실재와는 다른 이 세상에서 가장 척박한 땅이었던 것입니다. 하나님 외엔 다른 어떤 것에도 눈을 돌릴 수 없는 땅이야말로 젖과 꿀이 흐르는 곳이었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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