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4087(2012. 7. 25. 수요일).

시편 21:3-6.

찬송 373.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전통 염색을 업으로 삼은 이의 손을 보았습니다. 열 손가락이 모두 애처롭게 퍼렇게 물들어 있었지요. 이제 더 이상은 아무리 비누로 박박 문지르고 씻어도 빠지지 않는 쪽물이 세월과 함께 그의 손가락까지 물들여 버렸습니다. 그의 손을 잡으면 내 손에도 쪽물이 옮아올 것만 같습니다. 무명에 쪽물을 들이는 과정은 지난(至難)합니다. 봄에 쪽의 씨앗을 뿌려서 여름에 베어다가 뿌리와 꽃을 제거한 쪽 풀로 8월과 9월에 염료를 만드는데, 오래는 석 달도 걸립니다. 항아리속 군청색 염료에 천을 넣고 손으로 주무르면 쪽물이 들고, 물든 천을 햇볕에 말립니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지요. 다시 거두어서염료에 담갔다 널기를 50여 차례. 일일이 손으로 해야 하는데다 햇볕 좋은 날만 골라해야 하는 작업이다 보니, 쪽빛 무명 한 감에는 쪽물뿐만 아니라, 세월도 함께 물들었습니다. 그래서 물들다 라는 말에는, 이런 말들이 포함돼 있지요. “정성스럽게 서서히 오래오래.” 그렇게 물든 무명은 자투리까지도 귀한 대접을 받아요. 디자이너 문광자씨는 폭이 겨우 30cm 안팎인무명의 자투리를 모아서 패치워크(patch work)드레스를 완성했는데, 완성된 드레스는 다양한 색의 조합으로 화려하지만 눈부시지 않고 편안합니다. 바로 자연의 색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굳이 왜 자투리로 드레스를 만들었을까요? 그녀는 말합니다. “한 선생이 물들여온 소재를 보면, 바구니에 가득 담긴 꽃들이 보여요. 다른 옷감에선 만날 수 없는 감동이 있지요. 특히 물을 다 들이고 난 후 맨 마지막에는, 수돗물이 아닌 흐르는 시냇물에 일일이 씻어야 해요. 그 고통스러운 과정을 생각하면, 자투리도 절대 못 버리지요.” 여기서 한 선생은 전남 벌교에서 수십 년째 전통 염색을 하고 있는 한광석씨를 일컫습니다. 그가 일 년 내내 수고와 정성을 다해 물들인 모시는, 김제하 시인으로부터 꿈결이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그래요. 어쩌면 그럴 지도요. 시간과 정성으로 물든 모든 것은, 바다처럼 깊어지고 하늘처럼 높아져서, 꿈결처럼 아름답습니다. 애초에 아름다워서 물들인 것이 아니라, 물들어서 아름다워졌습니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253일 방송>

 

2. 오늘도 화난 예수님을 만나시겠습니다. 회칠한 무덤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라고(27-28), 옛날 선지자와 의인에 대해서는 자신 같은 사람이 없어서 생긴 것인 양 애석해 하지만, 그것이 자신들의 조상의 잘못임을 인정하는 것일 뿐 아니라, 여전히 그 가운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조상들이 했던 그 몫을 그대로 다 채울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29-32). 인류 첫 피살자인 아벨의 피(4:8-10)와 우상숭배를 책망하던 제사장이면서 동시에 선지자였던 사가랴를 성전 뜰에서 돌로 쳐서 죽인 구약 최후의 피살자가 된 그 피값이 그들에게 돌아가리라고 예언하십니다(33-36). 아이러니 하게도 하나님의 사랑이 넘치는 예루살렘 성전에서 온갖 증오심과 살의를 품도록 가르치고 있다면, 어떻게 그 죗값을다 치르지 않을까 하고 탄식하십니다(37-39). 저는 기회 있을 때마다 술 취한 주정뱅이나, 마약에 중독된 이들, 혹은 소문난 술집 작부나 노름꾼까지 우리 교회가 환영해야 할 것을 얘기합니다. 그들이 예배에 참석할 공간을 만들어 두어야 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들이 찾아와서 새로운 힘과 위로를 받을 곳이 주님의 교회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우리 교회는 그들을 맞이할 준비는커녕 오히려 원수처럼 적대시하고 거부하는 자칭 의인의 집합소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과 엄청나게 다른 사람이라고 자신을 생각하고 있다는 말입니다그러나 우리를 받아주신 하나님께서 그들 역시 기쁜 마음으로 환영해 주실 텐데 말입니다. 유대인들이 사마리아인들을 대하는 태도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요?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되려고 설교하고 다짐을 한다면, 그 구체적인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이 땅의 기독교인들이 바리새인들보다 훨씬 더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미워하고 증오하고 원수시하고 있다는 이 사실을 하나님께서 모르실까요? 주님이 화를 내셔서 저도 덩달아 화가 치솟고 있었습니다. 행여 마음에 걸림이 되시는 분이 계시다면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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