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4491호 (2013. 9. 2. 월요일).
시편 시 117:1-2.
찬송 86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며칠 전 후배의 고민을 들어주다가 파니는 잠깐 딴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맨 처음 후배의 고민을 듣다보니 절실하게 느껴졌었지요. 전세 값이 오르자 집을 살 것인지 말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듣다보니 걱정의 본질이 조금 더 복잡했지요. 형편껏 맞추어 산 집이 나중에 좀 올라주었으면 좋겠고, 그러다 보니 지금 당장 편리한 집 보다는 나중에 집값이 많이 오를 것 같은 동네를 택해야 할 것 같고, 하지만 그러려면 약간은 무리를 해야 할 것 같고, 그랬다가 정작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매달 나갈 대출 이자가 아깝고, 줄줄이 이어지는 후배의 고민을 들어주던 파니의 집중력은 이쯤해서 바닥이 나 버렸습니다. 그리고 잠깐 [곤충기]로 유명한 파브르의 땅 생각을 했지요. 파브르는 비싼 전공책 한 권을 사면 점심을 굶어야 할 정도로 가난했습니다. 그런 그가 결혼도 안 하고 40년 동안 돈을 모아서 선뜻 척박하고 경제성 없는 땅을 샀습니다. “늘 뙤약볕이 내려 쪼이고 사람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지만, 민들레와 벌들의 마음에 들면 그걸로 족하다, 조용히 나난이 벌이나 땅벌에게, 어떻게 살고 있니? 하고 물어볼 수 있고, 실험을 통해서 서로 마음을 알 수 있으면 된다. 40년의 피나는 인내 덕에 이 땅은 이제 내 손에 들어왔다.” 이렇게 파브르는 형편없는 땅을 마련한 다음에, 온 세상을 다 가진 듯이 기뻐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 하나에만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능한 완벽한 만족감이었지요. 파니는 후배의 고민인 집 하나로 이사걱정에서부터 투자의 기쁨, 노후 보험까지 다 해결하려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포기해야 할 것을 포기해야만 비로소 지금 가진 것을 누릴 수 있다고 믿지요. 파니는 후배가 그 점을 알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KBS FM 1, 노래의 날개 위에, 2010년 4월 12일 방송>a.
2. 인류 역사를 공부할 때, 가장 잔인하게 다루었던 재판이 종교 재판이 아닐까 합니다. 신앙의 이름으로 정죄할 때, 아무런 죄책감이나 양심의 가책이 없이 형벌을 가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예수님을 종교 재판에 소환한 산헤드린 법정은 살벌하기 그지없었음은 물론입니다. 피고를 두둔하는 말을 했다가는 그 또한 그 무자비한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들은 마침내 예수님을 죽일 혐의를 찾아냅니다. 그게 바로 “네가 찬송 받을 자의 아들 그리스도냐?” 란 물음에 답하신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내가 그니라. 인자가 권능자의 우편에 앉은 것과, 하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너희가 보리라.” 그러자 재판 석에 앉아 있던 대제사장이 자기 옷을 찢으며, “참람한 말을 너희가 들었도다.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느뇨?” 그렇게 해서 사형에 해당한 자라고 정죄를 받게 된 것입니다.
여기에서 참람한 말이란 무슨 의미인가를 묵상하려고 합니다. 개역 성경을 제외하고 다른 한국어 역본들은 모두 “모욕하다.” 혹은 “모독적인 말을 하다”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을 모욕하는 일이나, 모독적인 말을 하는 것이야말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그래서 사형에 해당하는 죄가 될 수 있다고 말입니다. 실제로 낯선 이방인들이 종교적인 무지나 오해 때문에 상대가 신앙하는 신의 이름을 모욕해서 죽임을 당한 일들은 숱하게 많았던 것입니다. 단지 모르고서 한 한 마디 말 때문에 말입니다. 종교가 사람들을 평화와 사랑의 세계로 안내해 주는 공통분모의 역할을 하면서도, 동시에 이런 잔인한 처벌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도 또한 무엇이 모욕이며 모독적인가도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유대인들에게 있어서는 그럴 여유가 없었을 것입니다. 어떻게든 죽일 구실을 찾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다시금 질문해 봅니다. 지금 우리는 하나님을 모욕하는 삶과 얼마나 다른가?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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