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7226(2021. 2. 27. 토요일).

시편 시 136:10-12.

찬송 409.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침대는 사진이라고 불렀다. 책상은 양탄자, 의자는 시계, 신문은 침대, 거울은 의자, 시계는 사진첩, 옷장은 신문, 양탄자는 옷장, 사진은 책상, 그리고 사진첩은 거울이라고 불렀다. 일상이 몹시 지루한 한 늙은 남자가 뭔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던 중에, 왜 침대를 사진이라고 하면 안 되지? 의문에 사로잡힙니다. 결국 그는 사람들이 부르는 물건의 이름을 서로 바꿔치기 하죠. 침대를 사진이라고 부르기로 하고 그는 아침마다 사진에서 일어나 양탄자 앞에 놓은 시계에 앉아서 방안에 있는 다른 물건들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지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파란 공책을 사서 새로운 단어들을 가득 적어 넣었죠. 이 일로 그는 너무나 바빠졌고, 사람들에게서 멀어져 갔습니다. 또한 옛 날에 쓰던 말을 거의 잊어버려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려면 파란 공책에서 원래의 말을 찾아보지 않으면 안 될 정도가 됐고요. 그도 사람들도 더는 대화를 나눌 수 없게 되었습니다. 스위스 작가 페터 빅셀이 쓴 [책상은 책상이다.] 여기에는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어 놓고 희열을 느끼다가, 결국 자기 세계에 갇히고 만 한 남자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책상을 책상이라 하지 않을 때 얻게 되는 것, 그건 소외와 외면 그리고 침묵이었습니다. <KBS FM 1, 노래의 날개 위에, 2004228일 방송>

 

2. “예수와 사마리아 여자(1-26)”을 읽었습니다.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사마리아는 입에 올리기조차 불편한 아킬레스 건 같은 대상입니다. 실제로 성경에 등장하는 사마리아나 사마리아인에 대한 내용은 긍정적이라고 보다는 부정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내용이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이고 오늘 본문도 그런 범주에 둘 수 있습니다. 본문에 등장하는 여인은 유대 사회에서는 도무지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부정한 여인이고 음란한 여인입니다. 출신 배경이 너무 화려한(?) 때문입니다. 무려 다섯 차례나 결혼 이력이 있었고, 지금은 이름 모를 한 남자와 동거 중인 여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여인과 예수님이 오랜 시간동안 얘기를 나누었다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남북 왕국으로 나뉘게 된 것은 솔로몬 이후(B.C. 930) 르호보암이 왕위를 계승하면서 벌어진 일로, 백성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어리석은 정책들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10지파를 데리고 나라를 두 동강으로 나눈 여로보암의 북왕국 이스라엘이, 두 지파에 불과한 남왕국 유다보다 취약해서 패했다는 것(B.C. 721)은 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것은 북왕국이 앗수르와의 전쟁에서 패한 제일 원인이 결혼동맹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결혼동맹으로 북왕국은 씻을 수 없는 오명을 쓰게 되었는데, 야훼 신앙에 이방 종교를 끌어들여 전체 이스라엘 공동체에게 순수한 야훼신앙을 훼손하게 되었습니다. 북왕국의 수도 사마리아는 이런 불순한 야훼 신앙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게 되었고 더 이상 상종할 수 없는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모든 율법의 출발점은 하나님을 올바르게 섬기는 일인데, 그것은 하나님을 대신 하는 우상숭배를 금하는 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율법의 첫 단추를 잘못 꿰게 하는데 결혼동맹을 통한 이방 신앙을 끌어들였으니, 그 원망과 저주는 하늘을 찌를 듯 하였음에 분명합니다. 그 결과 유대인과 사마리아인 사이에는 교제금지가 자연스러웠을지 모릅니다. 이런 분위기가 무려 300여 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 예수님은 사마리아의 중심에 있는 야곱의 우물을 찾으셨고, 거기에서 이방신앙을 끌어들인 결혼동맹을 연상케 하는 정숙하지 못한 사마리아 여인과 긴 대화를 나누신 것입니다. 그런데 이 여인은 다섯 남편을 돌려세우고, 또 새 동거인과 둥지를 틀 정도의 드센 여인답게 예수님과의 대화도 삐딱합니다. 물 한 모금을 요구하는 주님께, 사마리아 여자에게 어떻게 물을 달라느냐고 면박합니다. 그래서 주님은 하나님이 주실 선물이 무엇인지, 또 당신이 누구인지 알았더라면 오히려 청했을 것이고, 당신은 생수를 주었을 것이라고 대답하십니다. 중요한 것은 유대인을 대표한 주님과 사마리아인을 대표한 여인 사이에 말문이 트인 것입니다. 모든 문제는 말문이 열리는 것이 우선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이 여인은 주님을 온 사마리아 동네에 소개할 수 있었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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