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7932호(2023. 2. 3. 금요일).
시편 시 119:49-51.
찬송 172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우리나라 오페라 운동의 태동기에 선구적인 역할을 한 테너들이 있습니다. 1950년대 우리 음악을 대표하는 테너 이인선, 이상춘, 이인범 이지요. 이들은 현제명이 작곡한 오페라 <춘향전>을 비롯해서,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 비제의 <칼멘> 등에서 주역으로 활동하면서 제대로의 오페라를 접할 수 없었던 국내 무대에 정통 오페라를 소개했습니다. 그 중 이인범의 활동은 무척 두드렸지요. 1939년 <전 일본 성악 콩쿠르>에서 1등 없는 수석으로 당선되어서, 당시 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는 작곡가들과의 교류도 활발해서, 작곡가 김노현에게는 직접 가곡을 의뢰하기도 했지요. 그의 부탁으로 김노현이 완성한 곡이 이제 소개해 드릴 <고대>입니다.
“아름다운 희망을 안고, 너와 함께 거닐던 길을 오늘 다시 찾으니, 바람만 지나가누나. 황혼의 언덕위에 오색구름 꿈꾸던 시절, 황홀한 네 가슴 오늘 더욱 그리워지누나. 진주 같은 네 마음, 어둠 속에서 빛이 되리라, 맹세하던 너, 푸른 저 언덕 아름답던 시절, 서로 굳게 손잡고 맹세한 너는, 지금 어디 작은 빛 되었나. 오라, 어둠을 헤매는 이 가슴 속에, 내 맘에 그리는 그대 사랑이, 찬란한 밝은 태양이 되어 동녘 하늘위에 빛이 떠 오누나. 나를 반겨 웃는 듯.”
지나가는 일에 대한 애틋한 회상과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마음이 함께 담겨져 있습니다. <고대>는 앞서 소개를 해 드린 것처럼 지금은 고인이 된 이인범의 청탁을 받고 작곡가 김노현이 직접 시를 짓고 곡을 붙인 작품입니다. 안타깝게도 곡을 의뢰했던 이인범의 목소리로는 전하지 않습니다만, 청탁자인 테너 이인범을 의식해서인지 고음을 넘나드는 음역과, 극적인 감정의 진폭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부르기 어려운 곡으로 손꼽는 그러한 작품이지요. 테너 이인범과 작곡가 김노현의 인연을 이야기할 때, 작곡가 김동진의 이야기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일본 성악 콩쿠르 우승 후에 일본 각 도시를 돌면서 순회공연을 하고 있던 이인범은, 당시엔 알려지지 않았던 김동진의 <가고파>를 불러서 유명해졌기 때문입니다. 후에 김동진이 김노현의 스승이 되면서 이 세 음악인의 끈이 이어졌고요. 이 곡이 바로 그러한 사연 속에서 탄생된 셈이지요.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8년 1월 29일 방송>
2. “성령의 열매와 육정의 열매(16-26절)”을 읽었습니다. 어린 시절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를 큰 백지에 그려서 교회당 벽에 붙여놓고 외우게 했습니다. 마치 우리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실해에 옮길 것처럼 말입니다. 차라리 육체의 욕정들 열 여섯 가지도 그 곁에 그려서 붙여 놓았더라면 훨씬 효과적이었겠다 는 생각을 했습니다. 육체의 욕정들은 매우 친근한 것들이 아닙니까? 음행, 추행, 방탕, 우상숭배, 마술, 원수 맺기, 싸움, 시기, 분노, 이기심, 분열, 당파심, 질투, 술주정, 흥청대며 먹고 마시기, 그 밖에 비슷한 것들 말입니다. 이런 욕정들은 따라하라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현재 우리들의 현주소를 잘 알려주고 있다는 점에서 효과가 있는 게시물이 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우리 자신을 고발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육체의 욕정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상기 시켜주는 분들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대신 성령께서 맺어주시는 아홉 가지 열매들은 탐스러운 사과나 배 그리고 참외와 수박 등 먹기 좋은 과일들 위에 반 듯 반듯한 글자로 쓰여 있었습니다. 사랑, 기쁨, 평화, 인내, 친절, 선행, 진실, 온유 그리고 절제 말입니다. 앞서 소개했던 육체의 욕정과는 너무 다른 차원의 열매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잘 외우는 몇몇 학생들을 일으켜 세워놓고 큰 소리로 외우도록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비슷한 일들은 여전히 반복재생하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신학교 강단에 섰을 때, 어느 시골 성경학교 출신은 성경 구절을 수백 개 외운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신구약을 오가며 쉬지 않고 거룩한 목소리로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덩달아 아주 좋은 습관이라며 성경구절을 많이 외우도록 권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오랜 세월이 흐르고 나서 깨우친 것입니다.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를 청산유수처럼 외우는 것이나, 성경구절을 줄줄 외우는 것이 자칫 신앙생활에 도움이 아니라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깨달음 말입니다. 오늘 본문을 읽다보니까, 성령이 맺어주시는 열매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기를 쓰고 사람들 앞에서 외우고 잊지 않으려고 힘써서 되는 일이 아니라, 성령께서 맺어주실 때까지 참고 기다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사하라 사막 한 모퉁이에서나, 깎아 세운 듯 한 절벽에 작은 움막을 짓고 인고의 시간을 갖는 수도사들처럼 성령께서 임재하시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성령께서는 우리들의 삶의 순간순간마다 우리 곁에 머무시면서 때마다 일마다 필요한 가르침과 깨우침을 주시고 계시니 말입니다. 한국교회의 개혁을 위해서 작은 후원금이라도 보태보겠다고 나선 사람이 있다 합시다. 이런 깨우침은 어느 날 갑자기 섬광처럼 스쳐지나가는 성령의 바람 때문이라고 합니다. 억지로 무리해서 할 필요는 없다고 말입니다. 우리를 깨우쳐주시는 성령께 맡기면 될 일입니다.
3. 정말 오랜만에 복통으로 하루 종일 고생했습니다. 다행이 어제 오후부터는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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