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7953(2023. 2. 24. 금요일).

시편 시 119:113-115.

찬송 286.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작곡가 금수현은 의욕적인 음악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작고하기 전까지 작곡가로써 왕성한 활동을 해온 것은 물론이고요, 영 필하노니 이사장과 한국 작곡가 협회 회장을 지내면서, 우리 음악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지요. 음악 전문 잡지라 부를 만한 것들이 없던 때인 1970, [월간 음악]을 창간한 했던 것 역시 금수현의 업적 중 하나였습니다. 음악인들에게 편히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만든 음악인 마을은, 그의 가곡 <안골포>의 배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안골포 언덕에서 가덕도 바라보니, 바다가 호수인가? 호수가 바다인가? 갈매기 날아가네. 울면서 날아가네. 고깃배 거북선인 듯 그 옛날이 아롱지다. 안골포 성위에서 수평선 바라보니, 바다가 하늘인가? 하늘이 바다인가? 구름이 흘러가네, 바람을 헤어가네. 옛 님도 도 가슴 조인 듯, 그 함성이 들려온다.”

    1982년 작곡가 금수현은 자신이 창간한 잡지 [월간 음악]의 이름으로 예술인 마을을 만듭니다. 그곳이 바로 충무공의 대첩지로 유명했던 경남 진해의 안골포였지요. 대지 6천 평에 11채로 지어진 그 공간이 그는 50여명의 음악인들에게 가끔 쉼터가 되기도 하고, 작업실도 되기를 원했습니다. 안골포의 아름다운 풍경은, 작곡가 금수현에게도 예술적인 영감을 불어넣었지요. 그곳을 배경으로 완성된 곡이, 금수현이 직접 시를 쓰고 곡을 붙인 <안골포>옅습니다. 1987915KBS FM을 통해 발표되었지요. 안골포의 풍경이 이 곡을 통해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낙초시 금수현 곡 <안골포>옅습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8225일 방송>

 

2. “밤을 타서 보아스와 가까워지다(1-18)”을 읽었습니다. 오늘 본문에는 고향에 정착한 시모 나오미와 며느리 룻 사이에 미래를 위한 대책회의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매우 소박하다 못해 우리들 마음을 아리게 하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어떤 당사자들의 처지에서는 매우 중요한 일임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제안은 시모 나오미가 꺼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핵심은 며느리 룻의 행복한 미래를 위한 대책이라고 밝히고 있는 점입니다. 단순히 답답하고 어두운 현실탈출에 관해서가 아니라, 추상적이긴 하지만 행복한 미래를 두드리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들의 상식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습니다. 첫째 보아스는 우리의 친척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해 둡니다. 둘째, 며느리로 하여금 목욕과 향수 뿌림, 장옷을 입으라는 것입니다. 셋째, 타작마당으로 내려가 저녁 식사를 마칠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입니다. 넷째, 보아스가 잠자리에 들거든 살그머니 그 발치의 이불을 들치고 누우라는 것입니다. 다섯째, 그 다음은 보아스가 일러줄 것이다는 내용입니다. 황당한 이야기가 아닙니까? 그러나 이런 낯선 대책회의의 배경에는 유대인들의 오랜 전통이 담겨 있었습니다.

    시모 나오미의 제안에 대한 룻의 대답 또한 우리를 놀라게 합니다. “어머님의 말씀대로 어김없이 하겠습니다.”고 대답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유대인의 오랜 전통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그것은 수혼법(Levirate marriage law)이라는 전통입니다. 38:8-11에 처음 등장하고 신 25:5-10에는 율법으로 승인되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수혼법의 내용은 한 가정의 장자에게서 대를 잇는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전통에 따라, 장자가 아들을 낳지 못하고 죽으면, 둘째 아들이 형수와 관계를 맺어 형의 아들을 잇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 22:23-33에 보면, 천국을 부정하는 사두개인들이 이 수혼법을 근거로 천국에서는 형수의 남편이 여럿이 생길 경우의 수를 내 세우게 된 것입니다. 이 수혼법이 오늘의 본문에서는 나오미의 큰 아들 말론이 아들을 낳지 못하고 죽었는데, 그 동생 길룐도 죽어 대를 끊기게 되었습니다. 이럴 경우 친척 중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을 통해서 대를 잇도록 규정하고 있었는데, 가장 가까운 친족인 보아스가 원하면 대를 이을 수밖에 없는 그런 사정을 말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해괴하기 짝이 없다 하겠으나, 현대 사회에서도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가족 제도가 엄존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령 동남아시아나 중국과 몽골 등지에서는 모계 사회가 있는데, 사위는 장모의 소유가 되고, 자기 재산이나 자녀를 갖지 못하는 그런 종족들이 많은 것에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룻은 이런 제도적인 뒷받침으로 해서 보호도 받고 자녀도 낳는 축복을(?) 받게 된 것입니다.

 

3. 어제 저녁 성회수요일를 깃점으로 사순절이 시작되었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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