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7950(2023. 2. 21. 화요일).

시편 시 119:105-107.

찬송 509.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작곡가 변 훈의 가곡은 역동적이고 한국적인 가락을 지닌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대학 재학시절 테너로 노래를 곧잘 했던 변운은, 그의 음악이 전하고 있는 특징 그대로 성격도 정열적이고 적극적이엇던 것으로 지인들은 접합니다. 그의 곡은 선이 굵고 호쾌하면서도 동시에 낭만적인 성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남성 성악가들이 무대에서 즐겨 부르는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지요. 대표작 <떠나가는 배>는 변 운이 본격적으로 외교관으로써의 생활하기 전인 1952년 제주 피난 시절 작곡한 곡입니다.

    “저 푸른 물결 외치는 거센 바다로 떠나는 배, 내 영혼이 잊지 못할 님 실은 저 배는 야속하리. 날 바닷가에 홀 남겨두고 기어이 가고야 마느냐. 터져 나오라 애슬픔, 물결위로 오, 한 된 바다. 아담한 꿈이 푸른 물에 애끓이 사라져 내홀로, 외로운 등대와 더불어 수심뜬 바다를 지키련다.”

    변 훈은 다른 작곡가들처럼 기존의 완성된 시에 곡을 붙이기보다는, 자신의 음악적 영감에 어울리는 시를 청탁해서 곡을 완성하기를 즐겼다고 합니다. <떠나가는 배> 역시 그렇게 완성된 곡입니다. 제주에서 피난생활을 하던 피난지에서도 그냥 머물러 있지 않고, 학생들에게 영어와 음악을 가르쳤지요. 당시 같은 공간에서 국어를 가르치던 이가, 바로 이 곡의 노랫말을 쓴 양주해였습니다. 양중해는 시 안에 어쩔 수없이 이별해야 했던 친구의 애절한 사랑을 담았지만, 변훈은 당시 부산과 제주를 오갔던 피난민을 태운 배를 보며 느꼈던 비통함을 곡에 담아냈습니다. 배가 점점 작아지고, 결국 점이 되어 사라지는 것을 보며 느꼈을, 절망과 슬픔이 전해져 옵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8220일 방송>

 

2. “룻과 나오미2(15-22)”을 읽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고부(姑婦)간의 관계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부정적인 경향인데도, 룻과 나오미의 관계는 아름다울 뿐 아니라 신선하기까지 하다 하겠습니다. 어쩌면 중동지방이 아시아권과 서양권의 중간지대여서 주목을 받는 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21세기인 작금에도 여러 매체들이 전하는 우리나라의 고부관계는 여전히 부정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것을 의심할 수가 없습니다. 동일한 문화권 속에서도 가족들 사이에 내려오는 전통까지는 아니더라도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는 낯섦이나, 자녀들에 대한 부모의 애증이 합쳐져서 쉽게 동화내지는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 현상은 늘 작동되는 때문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시모와 며느리의 관계보다는 시부와 며느리의 관계는 비교적 관용적이라는 점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늘 본문은 어제의 룻기의 개괄적인 내용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나오미는 첫 며느리를 설득해서 고향 땅에 남게 되도록 한 후, 이를 둘째 며느리에게도 적용해 보려고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고향에 남는 것을 제 겨레와 제 신()에게 돌아갔지 않느냐?”고 말하는 대목입니다. 나오미는 자기 조상과 사돈의 조상을 서로 다른 신들의 대결구도로 설정하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룻의 대답은 확고합니다. “어머님의 겨레가 제 겨레요, 어머님의 하나님이 제 하나님이십니다.” 단순한 친정(親庭)으로의 귀환이라거나 옛 생활로의 복귀가 아니라 개종에 맞먹는 엄청난 결의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상과 같은 심각한 고뇌의 시간을 거쳐서 두 고부는 이전보다 더 확고한 의지와 동질 신앙의식으로 고향 베들레헴에 이르게 됩니다. 나오미를 알아본 마을 사람들은 환대합니다. 그러나 나오미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전능하신(사따이) 신께서 자신에게 쓰라림을 가득 안겨 주셨다면서 나의 귀염둥이라는 뜻의 <나오미>에서 쓰라림의 뜻인 <마라>라고 불러 달라 청합니다. 그녀의 심경을 잘 대변해 주는 이 한 구절이 우리들의 마음까지 아프게 합니다. “떠날 때는 아쉬운 것 하나 없었건만, 야훼께서는 나를 빈손으로 돌아오게 하셨다오.” 남편과 두 아들을 잃어버린 슬픔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나오미는 세상과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린 그런 쓰라린 마음으로 고향 땅을 찾아 온 것입니다. 이것은 나오미의 현실이었습니다. 희망으로 출발한 삶이었지만, 절망의 모습으로 돌아왔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캄캄한 절망이 전부라 생각할 것이 아니라, 샛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봐야 하겠습니다. 저를 가르치신 교수님은 한 밤중에 밖에 나와서 하늘의 별들을 주목해 보라 하셨습니다. 나오미의 삶의 배후에는 새 역사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인도하시는 하나님이 계셨던 것입니다. 지금 우리도 이런 희망으로 이끄시는 하나님을 바라볼 믿음의 눈을 떠야 하겠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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