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7949(2023. 2. 20. 월요일).

시편 시 119:102-104.

찬송 305.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 세 시인의 이름은 굳이 청록파라는 이름을 앞세우지 않더라도 시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남다른 존재이지요. 1946년 발표된 시집 [청록집]은 좌파와 우파로 나누어서 사상의 대립이 심했던 당시 문학계에도 가장 순수한 문학으로 회기라는 평가 속에 많은 환영을 받았습니다. 아름다운 자연과 따뜻한 심성, 고향과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가는 듯 한 이미지를 담은 청록파의 작품들은 지독한 현실 속에서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게 해 주었지요.

    “꽃바람 꽃바람, 마을마다 훈훈히 불어오라. 복사꽃 살구꽃 환한 속에, 구름처럼 꽃구름 환한 속에. 꽃가루 흩뿌리어 마을 마다 진한 꽃향기 풍기어라. 추위와 주림에 시달리어 한 겨우내 움치고 떨며 살아온 사람들. 서러운 얘기 서러운 얘기 아, 까맣게 잊고 꽃 향에 꽃 향에 취하여 아득하니. 꽃구름 속에 쓰러지게 하여라. 나비처럼 쓰러지게 하여라.”

    이른 아침 들었다면, 하루 종일 콧노래로 흥얼거렸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금방이라도 훈훈하고 향기로운 바람이 불어올 것 같은 느낌을 주지요. 박두진 시에 이흥렬이 곡을 붙인 작품 입니다. 경쾌한 분위기의 앞 뒤 구절과 또 고난의 시기를 상징하는 듯 갑자기 느려지는 중간 소절의 대조가, 무척이나 매력적입니다. 추위와 주림에 시달려도 꽃바람이 불어올 것을 믿는 마음, 해방과 사상의 대립이라는 사회적인 혼란 속에서 시인 박두진이 꿈꾸는 따뜻한 이상향의 이미지는 바로 이 시, 이 곡이 담고 있는 그대로였을 거라는 짐작이 듭니다. 다가오는 봄이 주는 희망 그 건강함이 느껴지지요.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8219일 방송>

 

2. “룻과 나오미(1-14)”을 읽었습니다. 룻기는 사사 기드온과 입다가 통치하던 기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합니다. 룻기에 등장하는 인물은 먹을 것을 찾아 이방나라인 모압 땅을 찾아갔던 한 유대인 가정이, 이방 땅에서 가장(家長)과 두 아들을 잃고, 이방 땅에서 얻은 둘째 며느리 룻과 시모 나오미 사이의 아름다운 고부관계를 다루는 듯 하였는데, 후반부에는 훗날 유다의 성군(聖君) 다윗의 증조부가 될 보아스와 증조모가 될 룻이라는 무게 있는 부부관계로 발전합니다. 이렇듯 룻과 나오미, 보아스와 룻의 관계는 자칫 신앙적 관계보다는 도덕적 관계의 중요성에 방점을 찍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훗날 세상의 구주로 오신 예수님의 족보를 취급한 마태복음서 기자는 유대인 족보에서 찾아보기 힘든 네 여인을 등장시키고 있는데, 그 한 축으로 룻을 등장시킴으로, 하나님의 구속사에서 이방인을 향한 하나님의 지극한 사랑과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룻기의 진면목을 찾을 수 있다 하겠습니다. 시의 적절하게도 오는 35일부터 42일까지 광림아트센트 BBCH 홀에서 <뮤지컬 루쓰>가 올려진다고 하니, 그 주제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룻기는 구약의 마지막 사사로 일컬어지는 사무엘의 저술로 알려지고 있으나, 확인할 방법은 없습니다. 그러나 유대인들에게는 칠칠절(오순절)에 백성들 앞에서 낭독되었습니다. 오늘 본문은 하나님의 백성들인 유대인들이 얼마나 험난한 인생길을 걸어갔는 지를 배울 수 있는 내용입니다. 출애굽 과정을 통해서 신앙의 훈련을 철저하게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신앙인으로 살아간다고 하는 것은, 여전히 끝나지 않는 고난의 길임을 확인해 줍니다. 유대 땅에 흉년이 들어 베들레헴에 살고 있던 엘리멜렉은 아내 나오미와 두 아들 말론과 기룐 등 네 식구가 고향을 등지고 이방인의 땅 모압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그런데 피난처로 삼았던 모압 땅에서의 삶이 고단했던지, 가장 엘리멜렉이 죽고 그곳에 머문 지 10년 쯤 되어서는 두 아들마저 죽고, 시모 나오미와 두 자부만 남게 됩니다. 더 이상 이방 땅에서 살아갈 이유가 없어진 나오미는 두 자부를 타일러 자기 종족과 재혼하도록 권유하고 홀로 고국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그런데 큰 자부 오르바와 둘째 자부 룻은 시모와 생사를 함께 하겠다며, 시모의 고향땅으로 돌아가겠다고 고집을 부립니다. 시모와 며느리 사이의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은 충분히 일치할 수 있고, 설득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며느리들의 의지는 완강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열녀 상을 반추하는 듯합니다.

 

3. 묵상자료 216-18일 본문은 딤후에서 딤전으로 정정합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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