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8008(2023. 4. 20. 목요일).

시편 시 132:16-18.

찬송 542.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의재필선意在筆先, 붓질보다 뜻이 먼저다. 구상이 선 뒤에야 붓을 드는 법이다. 의욕을 앞세워 덮어놓고 달려들면 아까운 화선지만 버린다. 진나라 때 왕희지는 <위부인의 필진도 끝에 제한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글씨를 쓰려는 사람은 먼저 벼루와 먹을 앞에 두고 정신을 모은 채 생각을 가라앉힌다. 미리 글자 형태와 크기, 기울게 쓸지 곧게 쓸지 휘갈겨 쓸지를 생각해서 근맥筋脈이 서로 이어지게 하여 뜻이 붓보다 앞선 뒤에야 글씨를 쓴다.’

    청나라 때 화가 판교板橋 정섭鄭燮도 이와 비슷한 취지의 말을 남겼다. 그의 집은 강가에 있었다. 맑은 가을날 새벽에 햇살이 빗겨들고, 댓잎에는 이슬기운이 아직 남았다. 이 모든 것이 성근 대나무 가지와 촘촘한 잎 사이에서 아련히 떠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가슴 속에서 고물고물 그림을 그리고 싶은 강렬한 욕구가 일어난다. 억제할 수가 없다. 그의 가슴 속에 대나무가 걸어 들어온 것이다. 그는 서둘러 먹을 갈고 종이를 펼친다. 성큼성큼 붓을 재촉해서 온갖 형용을 그려낸다.

    그는 의재필선意在筆先과 함께 취재법외趣在法外를 말했다. 붓질보다 뜻이 먼저다. 하지만 흥취는 정한 틀을 벗어난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림만 그렇겠는가? 세상일이 다 그렇다. 순백의 화선지가 우리 앞에 펼쳐져 있다. 어떤 그림을 그릴까? 의욕을 앞세운 덤벙대는 붓질보다 차분히 생각을 가다듬는 일이 먼저다.”

정 민, <옛 사람이 건넨 네 글자 : 意在筆先>, pp,155-156.

 

2. “다니엘이 느부갓네살 왕의 꿈을 풀다2(2:31-49)”을 읽었습니다. 우리들 삶의 이야기는 호사다마(好事多魔)도 있고, 새옹지마(塞翁之馬)도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호들갑을 떨지도 말고 너무 의기소침할 필요도 없다는 말입니다. 성경에는 유대인의 역사가 심심찮게 기술되어 있는데, 이집트에서 430년간 노예로 살았던 일이나 70여 년간 바벨론에 유배 생활했던 치욕의 역사를 겪으며 어찌 살아냈을까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 속에서 새옹지마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다니엘과 그의 세친구들의 이야기가 이런 역사일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의 총애를 받은 다니엘이 왕이 꾼 꿈의 내용과 그 의미를 해석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목회 초기에는 꿈 해몽 때문에 진땀을 흘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경남 고성에서 3따님과 함께 부산으로 이주해 오신 김 집사님이 주인공인데, 그 분은 하루도 꿈을 꾸지 않은 적이 없으셨고, 새벽 기도회에 오셔서 그 해몽을 부탁하시는 것입니다. 대부분이 무서운 내용이었습니다. 험한 파도에 남편을 잃고 자녀들을 의지하고 살아오셨으니 얼마나 두렵고 불안한 인생이셨겠습니까? 아무리 자신 없다 말씀드려도 끝내 저의 해몽을 듣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분의 과거와 현재를 저울질 하면서 위로와 용기를 주는 쪽으로 해몽을 해 드렸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은 처음부터 왕이 꾼 꿈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맞히는 일이었습니다.

    임금이 꾼 꿈은 이랬습니다. 사람모양을 한 모습인데, 머리는 순금에 가슴과 두 발은 은, 배와 두 넓적다리는 놋쇠, 정강이는 쇠, 발은 쇠와 흙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누구도 손대는 자가 없는데 어디선가 돌 하나가 날아와 쇠와 흙으로 된 발을 치자, 정강이며 배와 넓적다리 그리고 가슴과 머리 모두가 산산조각이 나버린 것입니다. 아주 무서운 꿈입니다. 이런 꿈에 대한 해몽은 이랬습니다. 하나님께서 왕에게 금으로 된 머리를 주신 것은 세상의 왕들 중의 왕으로 삼으셨고, 차례로 이어진 왕들은 임금님 보다는 못한 이들로 계승될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세우실 나라가 있는데 그 나라는 영원히 망하지도 않고 다른 민족의 손에 넘어가지도 않을 것인데, 임금님께서 보신대로 바위산에서 떨어진 돌 하나가 사람모양을 한 거대한 신상을 가루로 부셔버려 무엇을 하실 것인지 예고하신 것입니다. 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다니엘은 왕에게서 큰 절을 받고, 백성들로부터는 신처럼 대접을 받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세 친구들과 함께 바벨론을 다스리는 중임을 맡게 된 것입니다. 하나님은 절망 중에 살고 있는 유대인 백성들을 위해 새로운 희망을 꿈꾸게 하신 것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