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8213(2023. 11. 11. 토요일).

시편 시 30:7-9.

찬송 384.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작고한 화가 이 중섭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가 노래 불렀던 모습들을 회상하곤 한다고 합니다. 높은 톤의 목소리로 이 중섭이 크고 호탕하게 불렀던 노래들은 꽤 듣기 좋았다고 회고하는데요. 즐겨 부르던 노래가 두 가지였습니다. 독일 민요 <소나무>와 춘원 이광수의 시에 곡을 붙인 바로 <사비수>이었습니다.

    “사비수 내린 물에 석양에 비낀 재. 버들 꽃 날리는 데 낙화암 예란다. 모르는 이들은 피리만 불건만, 맘 있는 나그네 창자를 끊누나. 낙화암, 낙화암, 왜 말이 없느냐? 칠백년 누려오던 부여 성 옛터에, 봄 만난 푸른빛이 옛 빛을 띠건만. 구중의 빛난 궁궐 있던 터 어드메, 만승의 귀하신 몸, 가신 곳 몰라라. 낙화암, 낙화암, 왜 말이 없느냐? 어떤 밤물결 속에 북소리 나더니, 꽃 같은 궁녀들아, 어디로 갔느냐? 님 주신 비단치마 가슴에 안고서, 사비수 깊은 물에 던졌단 말이냐? 낙화, 낙화, 왜 말이 없느냐?”

    <사비수>는 백제 사람들이 백마강을 일컫던 말이었습니다. 이광수가 1932년 발표한 시, <낙화암>에 작곡을 한 곡입니다만, 곡의 제목은 <사비수><낙화암> 두 가지로 혼재하지요. 일제 강점기의 <낙화암>, 요즘의 대중가요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었습니다. 백제 멸망을 한탄했던 시의 내용이, 나라를 잃은 사람들의 애끓는 마음과 비슷했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그 곡은 작곡가 김대현이 작곡을 한 것과는 다른 곡입니다. 춘원의 시에 일본 가요의 멜로디를 딴 <낙화암 만경창파>라는 제목이었지요. 왠지 우리 역사 속에 쓸쓸한 이면을 보는 듯한 기분입니다. 이광수 시 김대현 곡의 <사비수> 소개해 드렸습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81111일 방송>

 

2. “사마리아인들이 방해하다(4:7, 11-24)”을 읽었습니다. 옛말에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말이 있는데, 문자 그대로 좋은 일에는 방해되는 일이 많다는 뜻입니다. 하나님의 넘치는 은혜로 바벨론 포로생활에서 해방되는 것은 물론, 고국에 돌아와 하나님의 성전까지 짓게 되었으니 이 보다 더 기쁘고 감사한 일이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기쁜 일에 방해꾼이 등장한 것입니다. 같은 민족이지만, 앗수르라는 다른 민족과 결혼동맹을 맺는 관계로 민족의 순수성을 일어버린 사람들이 바로 사마리아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사마리아인들과 상종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마치 정실부인에게서 난 적자(嫡子)들과 첩에게서 낳은 서자(庶子)들 사이의 시기질투와 같은 대립정도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처음에 사마리아인들은 성전을 짓는 일에 자신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청원을 넣었습니다. 그런데 보기 좋게 거절을 당한 것입니다. 그러니 얼마나 화가 났겠습니까? 이때부터 사마리아인들은 사사건건 트집을 잡으려 한 것입니다.

    첫 번째는 불법적인 수단으로 유다 백성들의 기를 꺾고 겁을 주는 등 방해하는 한편, 페르시아에서 파송한 고문관을 매수해서 성전을 짓는 계획을 수포로 돌리게 하였는데, 황제 고레스가 죽고 나라가 어수선한 틈을 타서 공사를 중단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합법적인 방법으로 방해하였는데, 페르시아의 새로운 황제 아닥사스다(페르시아 황제의 일반 명칭으로, 이집트의 황제를 파라오라고 부르는 것과 같음)가 등극하자마자 사마리아 관리들은 유다 주민과 예루살렘 성민들을 피고로 고소장을 올렸습니다. 그 고소장의 내용은, 바벨론에서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유대인들이 성을 쌓고 있는데, 이는 바벨론과 페르시아에 대해서 항거하기 위함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증거로 오랜 과거부터 유대인들은 바벨론에 조공이나 세금 그리고 관세도 바치지 않고 많은 손해를 입혀왔는데, 성을 쌓게 되면 반드시 그런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런 반역 질을 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성을 쌓지 못하도록 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고소장을 받아든 페르시아의 황제 아닥사스다는 조사를 시켰다고는 하나 조공과 세금 등을 내지 않을 조짐을 염려하는 고소장을 전적으로 인정하고 성 쌓기를 금지시키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다리우스 황제 2년까지 성쌓기가 중단된 것입니다.

 

3. 어제는 주성농인 교회를 설립하고 섬기시는 목회자 3분과 찬양인도자 그리고 농인교우 모두 5분을 아산 오찬에 초대하였습니다.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길손을 접대해서 하나님의 은총을 입었던 아브라함처럼, 그 뒤를 따르는 베네딕투스(분도) 수도원과 수녀원의 수도사들을 닮아보려고 했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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