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8215(2023. 11. 13. 월요일).

시편 시 31:1-3.

찬송 523.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작품은, 나름의 이유가 있음을 깨닫곤 합니다. 흔히 고전(古典)이라 일컫는 작품들이지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접해야 하는 고전이라 이름 붙은 것들에 대해서 학창시절에는 이유 없이 반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훗날 다시 살펴본 고전들은, 전에 깨닫지 못했던 생의 커다란 진리로 다가오기도 하지요. 그 진리를 깨닫게 되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있습니다.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강나루 건너서, 밀 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언어가 주는 함축성이 무엇인지, 박목월의 <나그네>는 직접 일러주는 것 같습니다. 변 훈 김동진 윤이상 등 많은 작곡가들이 목월의 시 <나그네>를 가곡으로 새롭게 담아냈습니다만, 그 여러 곡들이 지니는 분위기는 대체로 비슷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치 자욱한 안개 사이로 지나는 희미한 그림자처럼 은은하고 호젓하지요. 마음의 운율이라고 일컫는 심원의 뜻을 목월은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절제된 어휘로 이러한 심상을 그려낸 박 목월의 언어적 정신은 참으로 놀랍지요. 박목월 시 김원호의 곡으로 소개해 드렸습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81112일 방송>

 

2. “단식하며 죄를 뉘우치다(9:1-15)”을 읽었습니다. 갑작스럽게 에스라에서 느헤미야로 바뀐 것은 성경 읽기 표를 따른 때문임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느헤미야는 에스라와 동시대의 인물로, 유다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활동하였는데, 에스라가 대사제로써 종교적인 개혁을 주도했다고 하면, 느헤미야는 정치적으로 에스라를 도운 인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묵상식구 김형준 목사님의 저서 <느헤미야>섬기는 사람이라는 부제를 붙였는데, 서문에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은 고치는 일이고 다시 세우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느헤미야는 페르시아의 아닥사스다 왕의 술맡은 관원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1:11, 2:1). 그는 이스라엘로 귀환한 지도자들 중의 한 사람으로, 예루살렘 성벽을 쌓는 일의 책임자로 참여하였으며, 사마리아인들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성벽 쌓는 일을 52일이라는 단시간에 완성된 성벽을 보게 될 정도로 추진력이 대단한 인물이었습니다. 신앙개혁을 주도하였던 에스라는 여호수아 시대 이후로 지키지 않았던 초막절을 지키도록 하였는데, 백성을 대표한 각 지파의 대표들을 예루살렘 성전 뜰과 수문 광장은 물론 에브라임 문 광장에 올리브 나뭇가지, 소귀나무 가지, 종려나무 가지, 참나무 가지를 꺾어다가 초막을 짓게 하고 7일 동안 초막에 거하게 하였습니다. 그때 그들은 베옷을 걸치고 흙을 뒤집어쓴 채 단식을 하였는데, 특히 자신들의 잘못과 선조들의 잘못을 고백하게 하였습니다. 하루 6시간은 율법을 읽고, 6시간은 야훼 앞에 엎드려 회개의 기도를 초막절 내내 드렸던 것입니다.

    724일부터 시작된 초막절에는 레위 지도자들 수십 명이 일어나 아훼 너희 하나님을 기리라.”고 시작되는 율법을 낭독하였습니다. 내용은 하늘과 땅을 지으신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택하시어 갈대아 우르에서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인도하시고, 모세로 지도자로 세우시고 이집트에서 고생하는 이스라엘 민족을 홍해를 육지같이 갈라 탈출하게 하신 일, 낮에는 구름기둥으로 밤에는 불기둥으로 자기 백성을 인도하신 역사와, 시내 산에서 율법을 주시고 안식일을 지키게 하신 일들, 그리고 광야에서 아침에는 만나를 저녁에는 메추라기로 그들을 먹이신 일들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비록 전체 민족을 대상으로 한 초막절 행사는 아니였지만, 각 지파의 지도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새 역사가 시작되는 엄청난 사건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 일에 느헤미야라는 걸출한 인물이 쓰임 받았다는 것은 주목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역사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재능을 가진 일꾼들이 필요함을 깨닫게 하는 내용이라 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율법을 가르치는 가장 중요한 일에 적극적으로 협력한 인물로써 느헤미야를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8).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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