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8585호.
시편 92:4-6.
찬송 481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생전에 반항의 아이콘으로 불린 천재 예술인 제임스 딘(1931.2-1955.9)은, 자신의 죽음을 알기라도 한 듯 남다른 명언을 남겼습니다. “dream as if you'll live forever live as if you'll die today. 영원히 살 것처럼 꿈을 꾸고, 오늘 죽을 것처럼 살라.”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제임스 딘은 실연의 괴로움에, 술과 카 레이싱에 심취하였고, 결국 레이싱 사고로 24살의 짧은 삶을 마친 것입니다. 이루지 못한 사랑의 원인은 종교적인 문제였다고 합니다.
2. 오늘은 교회력 마지막 둘째주일로 복음서 막 13:1-13을 본문으로 “종말을 준비하는 삶”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하려고 합니다. 성경은 종말에 대한 3가지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임박한 종말, 둘째는 실현된 종말, 셋째는 미래적 종말이 그것들입니다. 모두 다 맞는 가르침입니다. 누구나 맞게 될 죽음이 임박한 종말입니다. 종말을 체감하고 사는 삶이면 실현된 종말입니다. 그리고 우주적 파국의 날이 미래적 종말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셋째 종말만을 생각하는 경향입니다.
우주적 파국인 셋째 종말은 더 이상의 기회가 없다고 말씀합니다(3-8절).
하나님의 성전을 떠받히는 돌들이 다 무너질 것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로마의 성베드로 성전을 방문한 한 시골 장로님은 영원한 만세반석위에 세워진 하나님의 전이라고 칭찬했습니다. 웅장하고 화려한 성전을 짓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르는 때문에 하는 헛소리입니다. 하나님을 모시기에는 그보다 더 화려한 성전도 불가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계시고 싶은 자리는 결코 화려하고 웅장한 그런 자리가 아닐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이를 암시하셨는데, 가난하고 애통하며 온유하고 의에 주리며 불쌍히 여기는 청결한 마음들과 화평을 위해 힘쓰는 사람들 그리고 의를 위해서 박해를 감수하는 사람들 곁이라고 말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바로 그런 사람들의 나라이며, 우리 주님은 그런 나라에서 다스리시는 하나님을 바라보게 하셨던 것입니다. 그러니 이 세상에서 무너지지 않을 바벨탑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 하십니다.
두 번째 종말의 현장은 미움과 다툼이 들 끊는 세상 한복판입니다(9-13절).
우리는 오랫동안 주님께서 우리들 마음속에 좌정하시는 상태를 실현된 종말쯤으로 생각했습니다. 백번 옳은 깨달음입니다. 그런데 그 현상을 사랑과 공의 그리고 평화가 넘치는 현상으로 설명하려고 했습니다. 그것이 크게 잘못된 이해입니다. 오늘 본문처럼 사람들을 법정으로 넘겨주고 성전으로 불러들여 매질을 하며, 형제가 형제를, 부모가 자식을 죽는 자리에 내어주며, 주님 이름을 사랑한다는 것이 미움과 곤욕을 치르는 세상 한 복판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오직 주님만을 애타게 찾는 현상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거짓과 불의가 너무 가득하여서, 오직 하늘만을 올려다 볼 뿐이고, 오직 주님 도우심만을 구하는 그런 사람들 속에 주님께서 임재하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끝내 평온하고 사랑스러운 시간과 장소를 자질 수 없을지 모릅니다. 눈먼 사람들의 아비규환 속에서 오직 주님만을 모시는 사람들만이 누릴 은총입니다.
종말을 준비하는 가장 적합한 때와 자리는 지금 여기입니다(1-2절).
종말의 인식은 의미를 찾는 사람들에게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어느 날인가 불현 듯 의미를 묻게 되는 순간이 찾아와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하고 있는가? 라는 기초적인 물음에서부터, 신앙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역사는 끝은 무엇인가? 같은 거시적/巨視的 질문으로 발전할 때가 우리의 생각 속으로 파고 들어온다는 말입니다. 젊은 날의 의미를 찾던 질문들은 답답하고 암울했던 현실을 극복하는데 큰 위로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인생의 석양을 맞이한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의미가 필요해진 것입니다. 그것은 더 이상의 출구가 없다는 이른바 곧 이르게 될 것이라는 임박한 종말이 그것입니다. 하나 둘 가까운 이웃들이 우리 곁을 떠나갈 때,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맞을 죽음이라는 종말을 성실하게 준비해야 하겠다고 말입니다. 성전의 돌 하나도 다 무너지리라는 깨달음 앞에서 말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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