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8608(2024. 12. 10. 화요일).

시편 97:1-3.

찬송 71.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네덜란드의 격언에 비에 젖은 자는 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비가 내릴 땐 비에 젖을까봐 처마 밑이나 우산 속으로 피하지만, 어쩔 수 없이 비에 젖어버렸다면, 오히려 비 맞는 일이 걱정이나 두려움이 아니라, 오히려 당당할 수가 있을 것이다. 어느 늦여름에 고교시절의 친구 한 녀석이 겨울철 검정 코드를 입고 비에 맞고 학교에 오는 것을 보았다.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가 없었다. 인생에 쏟아질 비를 남김없이 다 맞으려는 자세는 매우 당당해 보였었다.

 

2. “권면과 끝 인사(12-28)”을 읽었습니다. 사도는 데살로니가 교회 교우들에게 권면하고 싶은 말들이 많았습니다. 그 하나하나를 다 묵상하기에는 벅차기 때문에 하나님의 뜻으로 권면한 16-18절의 말씀을 묵상하려고 합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우리보다는 교회 생활을 오래 전부터 해 온 나라에서는 찬송가에 예배에서 사용되는 여러 가지 내용들이 편집되어 있습니다. 가령 우리 찬송가에도 앞 뒤 첫 장과 마지막 장에 신앙고백인 사도 신조(신경)과 주기도 그리고 십계명이 편집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십계명의 말미에 십계명을 요약한 듯한 예수님의 말씀이 소개되고 있습니다(22:37-40). 그러니까 첫째 되는 계명이 신 6:5의 말씀을 인용하신 것과, 둘째 되는 계명으로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레 19:18을 인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모든 계명(혹은 율법)의 요점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이라는 것입니다. 그동안 엄격하고 무미건조한 법조문으로만 생각했던 십계명이 사실은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라는 따뜻하고 달콤한 중심 주제를 가지고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이제부터 우리는 더 이상 십계명을 마땅히 해야 할 것들과 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엄격한 조문이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주제로 이해해 보자는 말입니다. 오늘 본문에서도 저는 하나님의 뜻으로 구체적으로 적시한 구절, 항상 기뻐하는 일, 쉬지 말고 기도하는 일, 그리고 모든 일에서 감사하는 일이야말로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임을 기억하고 살아야 할 것입니다.

    항상 기뻐한다는 것에 대해서 역정을 내며 항변할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이른바 기뻐할 것도 없는데 어떻게 기뻐하느냐는 식으로 반문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어제는 팔십을 눈앞에 둔 일곱 대학 동창들이 모처럼 오찬을 한 후 성공회 대주교좌가 있는 성당 커피숍에서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많은 고비를 넘어온 친구들이었는데, 마지막 고백은 하나님, 감사합니다 는 것이었습니다. 가난을 버티다 못해 일시 후퇴하는 심정으로 군대에 가거나 잠깐 동안의 생계형 일터로 갔던 이야기며, 뒤늦게 손주들에게 몸과 마음을 다 내주며 행복해 하는 바보(?) 할배들의 푼수를 여과 없이 드러내는 모습에서 기쁨의 의미를 새롭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것은 아홉 개의 시련과 역경을 뛰어넘고도 남을 단 하나의 재롱과 사랑스러움으로 충분히 기뻐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진짜 기쁨이란 수많은 역경 속에서 찾아오는 한 순간의 사랑과 감사라고 말입니다. 쉬지 말고 기도하라는 말씀은 그만큼 우리들 삶에는 짊어지고 가기엔 벅차고 벅찬 고갯길이 수도 없이 펼쳐진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하나님께 기도하지 않고는 그 많은 두려움과 염려와 걱정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주님은 우리들로 하여금 하나님을 바라보라고 하십니다. 그때 하나님께서 주시는 위로와 희망이 보인다고 말입니다. 마지막 권면은 범사/凡事에 감사하라는 말씀인데, 크고 작은 일만이 아니라, 좋은 일과 좋지 않은 일, 살아가는 순간순간마다 부딪히는 일들에서 감사를 찾으라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욕심 많은 우리들이 저절로 감사한 마음이 되기란 불가능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아무리 원망스럽고 답답한 삶일지라도, 진심으로 찾아보면 놀랍게도 감사할 일이 많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조금만 기다려 보면 우리가 힘들어했던 것들이 다 감사로 변해버린 것을 깨달을 수 있다고 말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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