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8655호(2025. 1. 26. 주현절후 셋째 주일).
시편 105:7-9.
찬송 236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제가 대학에 가면 꼭 들어보고 싶은 과목이 있었는데, 철학강의였습니다. 그런데 크게 실망하였습니다. 대학에 들어오기 전에 그 교수님이 쓴 여러 권의 책들을 읽고 감동을 받아 선뜻 그 분의 과목을 신청했는데, 너무 감성적이어서 전혀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세간의 인기와는 달리 그 교수님의 강의에 들어오는 철학과 학생들은 매우 적었습니다.
2. 주현절 후 셋째 주일의 구약 느헤미야 8장을 본문으로 “율법을 가르친 학사 에스라”란 제목으로 설교하려고 합니다. 느헤미야를 현대적인 시각에서 연구한 김형준목사님은 <섬기는 사람 느헤미야>에서, 특히 오늘 본문인 8장을 열면서 말의 힘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 유명한 Boys, be ambitious!를 외쳤던 삿보로 농과대학에서 초빙교수로 3년여를 가르쳤던 윌리엄 클라크 박사의 말을 전하고 있습니다. 1961년 거창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치던 때에 이 말씀을 들으며 제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서광이 비치는 감격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역사를 공부는 목적은 단지 기억하기 위함만이 아니라 미래를 꿈꾸기 위함입니다(1-3절).
주전 586년 바벨론으로 끌려간 이스라엘 노예들은 3차에 걸쳐 고국으로 귀환하게 되는데, 느헤미야는 3차 귀환 때 예루살렘 성을 재건하기 위하여 주전 445년 경 돌아왔습니다. 우리들 인간의 역사는 다분히 인간에 의해서 출발하고 전개되며 결론짓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진행과정을 깊이 들여다보면 승리의 역사든 실패의 역사든, 그 중심에는 언제나 하나님이 개입하고 계심을 알 수 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굵직한 역사는 우연같은 필연이 있었는데, 그것을 우리는 하나님의 역사 참여 혹은 역사 개입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역사를 반드시 공부해야 하는데, 우리의 과거를 잊지 않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더 빛나는 미래를 꿈꿀 수 있기 위해서입니다. 예루살렘 남동쪽 앞 기드론 골자기 기혼샘 옆 광장에 사람들이 모여, 해뜰때부터 해가 중천에 이를 때까지, 학사 에스라에 의해서 역사를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배우는 사람들의 자세는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수용적이어야 했습니다(5-6절).
공부 잘하는 비결은 무엇입니까? 저의 25년간의 노 하우에 의하면 선생님의 열굴을 정면으로 쳐다보고, 한 마디도 놓치지 않을 자세로 말씀을 빨아들이는 자세입니다. 제가 아산에 터를 잡고서 처음 한 일은, 마을 어린이들을 가르치겠다는 광고를 낸 일이었습니다. 딱 한번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지금도 가장 아쉬운 일이었습니다. 저는 어린 아이들에게 다음 월말고사에 나올 문제를 가르치는 선행학습을 하려는 게 아니었습니다. 공부를 잘 하는 왕도(王道)를 가르치고 싶었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목사가 전도하려고 아이들을 꾀이고 있다는 말이 돌았다 했습니다. 제가 연세대학 총장 최우등 장학금을 두 번씩이나 받았다는 것을 밝혔는데도 말입니다. 공부는 어쩌면 가장 쉬운 일일지 모릅니다. 선생님을 사랑하는 것이고, 매일 매일 배운 것을 잘 복습하는 것입니다. 본문에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아멘 아멘으로 응답했다 말합니다.
학사 에스라의 교수법은 알아듣기 쉬운 가르침이었습니다(8-10절).
학생들의 실력이 오르지 않는 원인에는 가르치는 교사의 책임도 있습니다. 제가 대학 1학년때 남대문 지역의 껌팔이 구두닦이 청소년들을 위해 야학에서 가르친 적이 있습니다. 그때의 열정은 지금도 자랑스러운 추억 중의 하나입니다. 제가 만난 설교자들 중에 가장 쉬운 설교를 잘 하시는 분이 계셨습니다. 동화작가 출신이어선지는 몰라도 누가 들어도 알아들을 수 있는 어휘를 택하셨고, 문맥의 흐름도 간결하고 명료하였습니다. 그런가하면 어떤 분은 다 알아들을 수 있는 낱말도 꼭 영어단어를 덮어 쓰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사족이지요. 강의도 쉽게 가르치시는 분도 있고 일부러 어렵게 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성서 기자는 에스라의 율법 해석은 “알아듣고 깨칠 수 있도록 풀이하여 주었다.”고 주석을 달았습니다. 어린아이나 노인들도 모두 알아들을 수 있도록 가르치고 설교하는 지도자가 존경을 받는 풍토가 기대됩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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