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3980(2012. 4. 9. 월요일).

시편 140:1-3.

찬송 156.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에 나오는 주인공은, 어느 날 기숙사 룸메이트에게 간청합니다. 라디오 체조를 아침이 아닌 다른 시간에 하거나, 아니면 중간쯤에 하는 제자리 뛰기라도 빼고 하면 안 되겠느냐고요. 주인공은 아침잠이 많지요. 그런데 룸메이트가 아침마다 라디오를 켜놓고, 거기서 나오는 구령에 맞춰 체조를 합니다. 중간에는 유난히 쿵쿵 대는 제자리 뛰기도 했지요. 그러니 잠을 잘 수가 없어서 간청을 합니다. 하지만 룸메이트는 곤란하다며 고개를 흔듭니다. 그에게 아침 라디오 체조는 10년 이상 같은 시간에 계속해 온 한결 같은 습관이지요. 그러니 하루아침에 시간을 옮기는 것도 불가능하고, 또 시작만 했다하면 과정 전체를 무의식중에 다 하게 됩니다. 중간에 어느 한 부분만 빼자면 전부를 못 하게 되고, 전부를 하려면 한 대목도 뺄 수가 없다 라는 겁니다. 습관의 힘이 고정적이고 대단한지. 특히 몸에 들인 운동 습관이라는 게, 처음 들이기기 힘들지 한번 들이고 나면 얼마나 오래가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의 몸에 들이는 습관만이 아닙니다. 스포츠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누구에겐가 뭔가를 기억시키는 데에도, 사실 말보다 어떤 동작이나 운동성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가령 감독이 경기 중인 선수들에게 뭔가 지시를 내릴 때는, 소리를 치는 것 보다 지시 내용을 동작으로 짧게 해 보이는 게 훨씬 효과적이지요. 봄이 올 때면, 항상 운동에 대한 결심을 하게 됩니다. 무거운 외투를 벗듯, 겨울동안에 늘었을 군살이나 게으름에 대한 반성부터 하게 되곤 하지요. 그러니 소설 속의 아침 잠 많은 주인공에게는 좀 안된 얘기지만요, 아침마다 라디오 체조를 10년간 해 온, 그래서 그 시간만 되면 그 동작이 무조건 시작되고, 한번 시작하면 전체 과정을 빠트림 없이 다 하게 되는, 그 룸메이트 같은 운동 습관이 못내 부러워지기도 합니다.

<KBS FM 1. 노래의 날개위에, 201237일 방송>a.

 

2. 신앙과 과학은 늘 충돌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그렇지가 않습니다. 서로 보완해 주는 것이며, 전체를 온전하게 채워주는 것일 뿐입니다. 그것은 서로 다른 영역을 관장하는 때문입니다. 가령 창조나 탄생과 부활 같은 주제는 신앙의 영역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신앙의 영역을 과학이 끼어들어서면 낯설어집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태양계 등 천체의 현상을 탐구하는 일에 신앙이 끼어든다면 이 또한 낯설어질 것입니다. 서로 다른 영역을 간섭했기 때문입니다. 마치 인간의 이성과 감성이 전혀 다른 차원을 관장하면서도 한 인간을 온전히 구성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예수님의 부활을 알려주는 신앙의 자료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안식 후 첫날 막달라 마리아 등 세 여인이 예수님의 무덤을 찾았다가 무덤 문이 열려 있는 것과, 한 청년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알려주는 얘기를 듣고 너무도 놀라서 무덤에서 도망치듯 돌아왔다는 내용입니다. 죽은 예수님이 살아나셨다는 얘기를 이런 저런 정황과 함께 알리고 있는 말씀입니다. 부활은 문자 그대로 신앙의 영역입니다. 믿어야 하고, 믿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내용입니다. 신앙의 영역에는 절대자이신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습니다그래서 이런 신앙의 내용을 일일이 설명하려들거나 논리적인 만족을 얻으려고 노력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시원한 해답을 찾아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들의 머리가 혼란을 겪거나 뒤죽박죽이 되지 않도록 교통정리를 해 주어야 합니다. 신앙의 영역인가? 과학의 영역인가? 하는 구분부터 하는 일 말입니다.

 

3. 선관위에서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인 발언으로 투표에 영향을 주지 말라는 공문을 받았습니다. 너무도 당연한 얘기를 들어야 하는 오늘 우리 한국교회가 너무나도 부끄러웠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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