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3998(2012. 4. 27. 금요일).

시편 145:4-7.

찬송 240.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산신(山神)이 남자일까 여자일까? 묻는다면, 아무래도 남자가 아니냐 하실 텐데요. 하긴 수많은 산신도에서 보이는 모습도, 백발 머리에 하얀 수염을 기른 할아버지이지요. 그런데 우리나라의 여성이 산신인 산이 있습니다. 바로 경상도와 전라도를 아우르며 뻗어 있는 지리산이지요. 지리산의 산신이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라는 점은, 지리산 삼대 정상 중의 하나인 노고단이라는 지명이 암시하고 있습니다. 도교에서 나오는 <노고/老姑>라는 말은 우리말로 할미, 즉 할머니를 뜻합니다. 이처럼 지리산의 여신은 노고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고요, 때로는 성모 또는 백모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신화에 따르면 성모 천왕은 하늘에서 내려온 키가 크고 힘이 센 여성이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이야기는 마고 여신이 지리산 여신이 됐다는 건데요. 마고 신화, 단군 이전에 있었던 우리 문화 민족의 생성 신화지요. 마고 여신은 개벽을 알리고 천지를 창조한 뒤, 세상의 이치가 바로 정해지고 조화롭게 되자, 지리산으로 들어가서 산신이 됐다고 해요. 신화라는 존재가 흥미로운 점은, 수천 년에 걸친 인류의 변천사가 압축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천지창조의 신이 여성이었다는 건 모계사회를 뜻하고, 청지창조의 여신이 지리산의 산신이 된 것은 여성의 역할이 축소된 것을 뜻합니다. 그런데 세월이 더 흐르면서 이런 신화가 추가 됐지요. 마고가 반야라는 남신을 사랑했는데, 어느 날 반야가 어디론가 훌쩍 떠나더니, 수 만년이 돼도 돌아오지 않더랍니다. 마고는 앙상하게 마르고 성격도 신경질적으로 변해서, 긴 손톱으로 지리산 나무들을 닥치는 대로 긁어 대서, 이때부터 지리산 높은 산마루에 있는 나무들이 모두 껍질이 벗겨져서 하얗게 됐지요. 이미 가부장제로 접어든 사회는 한술 더 떠서, 이런 전설까지 추가합니다. 마고가 벗겨진 나무껍질에서 하얀 실을 뽑아서 반야의 흰옷을 지으며 그리워했지만, 끝까지 나타나지 않자 흰 옷을 갈기갈기 찢어버린 다음에, 천왕봉 꼭대기에 성모 신으로 좌정해서 지리산을 지키는 산신이 됐다. 라고요. 여성 혼자의 몸으로 천지를 창조하고, 인류의 조상이 됐던 그 위대한 시작과는 어딘지 동떨어진데다가 서글픈 엔딩이네요. 흥미로운 점은요, 고대 산신은 대부분 여신이었다고 해요.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사회가 되면서 산신도 남신으로 바뀌었는데, 그래도 지리산만큼은 끝까지 여신으로 남았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위대한 건 지리산이 아니라, 지리산을 지켜낸 사람들이겠지요. 왕조가 바뀌고 남성 중심의 사회가 되고, 불교로 성리학으로 이념이 바뀌는 그 천년의 세월에도 흔들림 하나 없이, 지리산의 원초적인 신성함을 지켜냈다는 뜻일 테니까요.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236일 방송>

 

2. 공관복음서를 읽을 때, 왜 같은 주제의 말씀이 세 가지 다른 얘기들로 기록되었는가에 대해서 질문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의 한 신학교 시절의 동료는, 그런 차이점들에 회의를 느끼고 공부 줄을 놓고 딴전을 피우다가, 뒤 늦게 정신을 차리고(군 제대 후) 신학을 마치고 목사가 되기도 했습니다. 오늘 본문의 공관복음서 대조표를 보면, 유독 마태복음서 만이 예수님께서 행하신 첫 설교를 왜 갈릴리에서인가를 관심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다른 두 복음서(마가, 누가)는 그냥 주님께서 갈릴리에 가셔서 복음전파를 시작하셨다고 전하는 것에 비해서, 마태복음서는 구약의 예언을 이루기 위해서 그리하였다고 특별히 이사야의 말씀을 인용하고 있는 점입니다. 동일한 예수님의 첫 설교말씀을 듣고 그것을 전하는 세 기자의 태도에서 무엇을 생각하십니까? 서로 다르게 들을 수 있고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흥미롭고 풍성한 의미 창조입니까? 같은 말씀이 어떻게 다르게 들려질 수 있다는 것에서 기쁨과 또 한편 감사함을 가집니다. 그래서 모든 설교는 언제나 성공적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전하는 설교의 중심에 그리스도께서 우뚝 서 있고, 설교자의 진정성만 있다면, 두려워말고 용기를 내서 선포하라고 말입니다. 언제고 생명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3. 오늘은 고 지원상목사님이 우리 곁을 떠나신지 열 네 돌이 되는 날입니다. 목사님의 묘소에서 추모기도회가 있는데, 제가 설교하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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