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4041호(2012. 6. 9. 토요일).
시편 8:5-9.
찬송 410장.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희랍의 극작가였던 소포클래스야말로 하루의 위대함을 가장 높이 산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말했습니다. “단 하루면, 인간으로서의 모든 것을 망칠 수도 있고, 다 소생시킬 수도 있다.” 평범한 일상을 살다보면, 하루란 너무나 짧거나 똑 같지요. 며칠 쯤 없어져도 아무 상관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바로 그 하루에, 어느 날 단 하루에, 인생 전체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 분 역시 그날 이전까지는 정치에도 투표에도 아무런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다 자신을 세상에서 제일 게으른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지요. 그런데 어느 투표 날, 그 때만큼은 문득 투표가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평소의 자기답지 않고 새벽부터 일어났지요. 버스와 지하철과 배와 버스를 대여섯 번이나 갈아타면서, 반나절이 걸려서야 차에서 내렸습니다. 그나마 차에서 내리자 눈 섞인 비까지 왔고, 땅은 질척거리고, 구두는 다 젖어 갑니다. 그런데도 휑한 길을 10분이나 더 걸어서 투표소로 갔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투표지 한 장 집어넣고 갔던 길을 다시 그대로 돌아오는데, 돌아오는 길 내내 가슴속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솟는 느낌이었습니다.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책임감이랄까? 내가 정말로 중요한 사람 같고, 괜찮은 사람인 것 같은 그런 기분. 그날로부터 일상이 많이 바뀐 탓에, 그분은 그 날은 내가 선거에 당선된 날로 기억하면서 혼자 웃는다고 합니다. 어떤 종류의 날이든, 일상을 새롭게 시작하게 해주고, 자신을 바꾼 하루를 만난다는 것, 나만의 제임스 조이스 식 <블륨스 데이>를 갖는다는 건, 정말로 위대한 일이리라 생각해 봅니다. <KBS FM 1. 노래의 날개위에, 2012년 4월 10일 방송>b.
2. 마태복음서는 다른 복음서들과는 달리, 구약을 많이 인용할 뿐 아니라, 이른바 약속의 성취라는 분명한 틀을 강조하고 있는 점에서 독특합니다. 오늘 본문도 그런 류의 대표 격이라고 하겠습니다. 예수님께서 많은 사람들을 얽매고 있는 질병들을 고쳐주시면서, 자신을 나타내지 말라고 함구령(緘口令)을 내립니다. 그러면서 이사야의 예언을 이루려 하심이라고 해설을 붙였으니 말입니다. 이런 특징들로 해서 마태복음이 어떤 목적에서 또 누구를 대상으로 하였는가를 짐작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이런 연구들로 해서 우리는 마태복음의 공동체가 유대인들이었을 거라는 추측을 하게 되고, 그 목적이 구약에 정통한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려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됩니다. 이사야의 예언은 훗날 오실 메시아에 대한 한 모습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우리가 가장 많이 인용하고 좋아하는 구절,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아니하기를” 이라는 메시야의 정체성을 묵상해 보려고 합니다. 상한 갈대나 꺼져가는 심지란, 정말 보잘 것 없는 것들을 통칭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저와 여러분을 두고 하는 말씀일 수 있습니다. 갈대도 별 것 아닌데, 그것도 상한 갈대라니 뭣에 쓰이겠습니까? 지금 가물가물 꺼져가는 심지 같은 그 모습도 비슷한 처지입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에게 사랑을 쏟아 붓는 분이 있습니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그런 존재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가치 있게 여기는 존재가 있다고 말입니다. 우리가 모두 다 이 대목에서 잠깐 멈춰 서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바로 이와 같은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하나님의 사랑이 빛을 비추고 있습니다. 제가 이번 선교여행에서 밤에 제가 머무는 게르(몽골 사람들의 천막식 주거지)에 난로가 꺼져서 불을 피우려고 보니, 정말 꺼져가는 불씨가 하나 남아있었습니다. 성냥도 라이터도 없는 그곳에서, 그 불씨를 살려보려고 손과 입에 숯검정을 묻혔으나, 결국 허사가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우리 하나님께서는 그 꺼져가는 심지를 종내 살려내셨으니 얼마나 감사하고 기쁜 일인지요.
3. 지난번 몽골 선교지에서 만난 교회지도자 한 쌍이 결혼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가져간 것이 변변치 않아 아주 작은 선물로 축하해 주었는데, 결혼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사진 속에는 낯익은 얼굴들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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