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4284(2013. 2. 7. 목요일).

시편 시 70:1-3.

찬송 341.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로버트 브라우닝과 엘리자베스 바렛 브라우닝, 이 두 사람은 빅토리아 시대를 빛냈던 시인으로, 영국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그들의 사랑이 작품에 진실함을 더하기 때문일 겁니다. “나와 함께 늙어갑시다.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 그러나 로버트 브라우닝이 이 시를 썼을 때, 그가 사랑했던 엘리자베스는 더 이상 세상에 없었습니다. 엘리자베스 바렛은 8살 때 호메로스의 작품을 그리스어로 읽고, 14살이 되던 때 서사시 [마라톤의 전쟁]을 쓸 만큼 총명했지만요, 로버트 브라우닝을 만날 때까지 고독하고 절망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소아마비에 척추병이 겹친 병약한 몸으로 늘 죽음과 싸워야 했고, 또 아버지의 과잉보호로 집에 감금되다시피 살았기 때문이지요. 오로지 독서와 시 쓰기가 위안이었던 엘리자베스는, 39살 때 두 권의 시집을 발표하는데요. 시단의 인정을 받으면서 유명 작가가 됩니다. 그리고 이즈음, 여섯 살 연하의 무명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이 그녀에게 연서(戀書)를 보내지요. “당신의 시를 사랑합니다. 당신의 시집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당신을.” 두 사람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사랑을 키웠지만요, 엘리자베스는 아버지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히고 맙니다. 결국 그녀는 로버트 브라우닝과 이탈리아 피렌체로 사랑의 도피를 떠나서, 그곳에서 결혼식을 올리는데요. 아버지는 끝까지 딸을 용서하지 않았고, 두 번 다시 보지도 않았습니다. 이렇게 두 사람의 사랑은 장애와 질병 또 아버지의 반대까지 무릅쓴 모험이었지만요, 그 후로 엘리자베스가 어떤 삶을 살았고, 또 어떤 사랑을 했는지, 그녀가 쓴 시들을 통해서 짐작할 수 있습니다. “권리를 주장하듯 자유롭게 당신을 사랑합니다. 칭찬에서 돌아서듯 순수하게 당신을 사랑합니다. 옛 슬픔에 쏟았던 정열로써 사랑하고, 내 어릴 적 믿음으로 사랑합니다. 세상 떠난 성인들과 더불어 사랑하고, 잃은 줄만 여겼던 사랑으로써 당신을 사랑합니다. 나의 한평생 숨결과 미소와 눈물로써 당신을 사랑합니다. 주의 부름 받더라도 죽어서 더욱 사랑하겠습니다.” 엘리자베스가 남편에게 바친 시 <당신을 어떻게 사랑하느냐고요> 중에서였는데요. 죽어서 더욱 사랑하겠다고 다짐하는 아내, 그 아내가 죽은 후에도 그러니 나와 함께 늙어갑시다.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 라고 말하는 남편. 사랑을 문학적인 상상력으로가 아니라, 온 몸으로 보여 준 시인들이었습니다. 훗날 로버트 브라우닝은 말했지요. “읽는 시간을 따로 떼어두어라, 그것은 지혜의 샘이기 때문이다. 웃는 시간을 따로 떼어 두어라. 그것은 영혼의 음악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시간을 따로 떼어 두어라. 그것은 인생이 너무도 짧기 때문이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121113일 방송>

 

2. 우리는 인간의 위대함과 함께 인간의 나약함을 동시에 인정할 때가 많습니다.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베드로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는 예수님이 누구신지를 고백한 최초의 사람이었습니다그래서 그는 게바에서 반석의 의미를 가진 베드로로 이름까지 얻은 사람입니다. 물론 이런 그의 탁월한 고백은그 자신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감동에 힘입은 것이지만 말입니다(16:17). 그런데 문제는 바로 그 다음 순간에 그는 사단으로 불리는 치욕을 겪게 됩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다음도 아니고, 거의 곧 바로 역전되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들 인간의 두 모습입니다. 하늘의 천사도 부러워할 위치에서, 사단의 자리로 곤두박질치는 형국(形局)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인간을 의지할 수도 신뢰할 수도 없는 겁니다. 우리 주님은 이런 우리들을 향해서 말씀하십니다. 주님을 따르는 길은 첫째 자신을 부인하는 일이며, 둘째 자기 십자가를 짊어지는 일이라고 말입니다. 자신을 부인한다 함은 주님께 순종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결단이며 행동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자기 십자가라 함은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자신만의 힘든 멍에들이 지워져 있으며, 그것을 잘 감당하라고 말입니다. 어쩌면 남자와 여자로 태어난 자신의 자리며, 남다르게 주어진 재능이며, 소중하게 위탁된 소명들일 수 있습니다. 매일 매 순간을 담담하게 짊어지고 살아가는 일상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영웅의 길도 아니고, 유명세를 얻는 것도 아닙니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소시민의 삶을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링컨은 하나님은 그런 소시민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들을 더 많이 만드셨다고 깨달았던 것일 지도요.

 

3. 스마트 폰으로 묵상을 하시는 분들은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혹시 이름이 지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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