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6880(2020. 3. 18. 수요일).

시편 72:4-5.

찬송 493.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몇 년 쯤 쓰지 않고 그냥 갖고만 있던 만년필이 있었습니다. 친구가 선물한 것이었는데, 그 때는 만년필을 쓰지 않을 때였지요. 그래서 소중히 간직만 하고 정작 쓰지는 않았습니다. 선물 가운데는 그런 선물이 있기 마련이지요. 쓰라고 준 선물인데 딱히 쓰지 않는 종류의 물건인거나 아니면 쓰기에 너무나 아깝고 소중해서 오히려 그냥 묵히게 되는 선물도 있습니다. 때론 까맣게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다른 것들 틈에서 집어 들고는 , 이게 있었지”, 새삼 반가워하기도 합니다. 혹은 그 종류의 물건을 뒤 늦게 쓰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그게 어디에 있을 텐데”, 찾기도 합니다. 그 선물 만년필도 그랬습니다. 몇 년 만에 만년필을 다시 쓰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그 선물 받은 만년필이 어디에 있을 텐데 생각이 났습니다. 하지만 그 때 뿐 다시 잊어버렸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다른 물건을 찾다가 보게 됐습니다. 반가움에 얼른 잉크를 넣었습니다. 사실 뭐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만년필은 때론 하루만 안 쓰고 닫아 두어도 잉크가 잘 나오지 않잖아요? 몇 년을 안 썼으니 제대로 나올 리가 없을 듯 했습니다. 하지만 뒤 늦게라도 선물에 대한 그리고 만년필에 대한 예의상 한두 번을 쓰려고 노력을 해 봐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냥 넣어본 잉크였는데, 정반대였습니다. 뜻 밖에도 방금 전까지도 잘 써왔던 듯, 글자들이 펜 끝에서 시원스럽게 잘 써졌습니다. 신기에서 이런 글 저런 글, 이런 글씨 저런 글씨를 한참동안 써 보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모처럼 만년필 쓰는 재미에 즐겁고 신이 날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쓰던 손을 멈추고, 한참동안 만년필을 들여다봅니다. 얼마나 잘 만들었기에 몇 년 만에 쓰는데도 이렇게 아무 불편이나 고장이 없을까? 이건 누군가가 얼마나 자기 일을 확실하고 미덥게 뛰어나게 잘했다는 증거일까? 무슨 일이든 이왕 하기로 한 일이면, 이왕 시작한 일이라면, 정말로 많이 노력해서 이렇게 뛰어나고 확실한 수준까지 해 내야 하는 게 아닐까? 한참 동안 만년필을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KBS FM 1. 노래의 날개위에, 2012319일 방송>a.

 

2. “우상 앞에 놓았던 제물(1-13)”을 읽었습니다. 신앙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깊이 생각해 보면 성경에 대한 무지가 빚는 문제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 것들 중에는 우상에게 절한 제물을 먹는 것이나, 주초를 사용하는 것도 심각한 폐해였습니다. 신학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이런 문제에 대해서 자유로웠던 것 같습니다. 그들은 제물에 쓰였던 음식을 마음대로 먹기도 하고 술과 담배도 즐긴다는 말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고린도 교회 안에서도 불거졌던 문제들이었습니다. 먼저 우상에게 드린 제물들을 먹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제사를 지낸 후 제물을 먹는 것인 때문에 우상에게 드린 것이라면 우상을 섬긴 것으로 이해했던 것입니다(3:3, 7:15, 13:10). 그러나 하나님 외에 우상의 존재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신앙인에게 있어서는 우상에게 제사하는 것을 어리석은 짓으로 무시할 수 있기에 당당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상과 무관한 것들을 골라서 먹거나 사용할 수 없는 세상입니다.

   우리가 매일 타는 버스도 돼지머리를 앞에 두고 고사(告祀)를 지낸 후에 운행을 하고, 옷을 만드는 천을 짜는 방직기계를 시운전하기 전에 고사를 지내고 짠 옷이며, 심지어 야구장에서 프로야구를 개장할 때도 고사를 지냅니다. 그래서 담대한 신앙인은 우상을 비웃으며 제물을 먹고 마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도는 이런 것들은 구원에 아무 영향력이 없는 해도 안 해도 무방한 것, 곧 아디아포라(adiaphora)라고 불렀습니다. 문제는 이런 것을 알지 못하는 연약한 신앙인들은 이를 보고 시험에 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한국개신교회를 개척한 미국의 청교도 선교사들은 한국인들의 주초문제가 심각한 나머지, 이를 강조하였는데, 마치 주초를 사용하면 구원을 받지 못하는 듯 인식하게 만든 것입니다. 우리는 차제에 구원과는 아무 상관없는 비본질적인 것들에 관한 아디아포라에 해당되는 것들에 대해서, 마음을 여는 것과 함께, 연약한 동료 신앙인들이 낙심하거나 시험에 드는 일이 없도록 배려하는 성숙한 신앙태도가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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