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7613(2022. 3. 21. 월요일).

시편 시 68:1-3.

찬송 165.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사랑은 서로를 마주보는 게 아니라, 둘이서 똑같은 방향을 내다보는 것이다.’ 사랑이나 결혼과 관련해서 종종 인용하는 글입니다. 앙투안드 생텍쥐페리가 쓴 책 <바람, 모래 그리고 별들>에 나옵니다. 그러나 이 문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생텍쥐페리가 이성간의 사랑과 관련해서 쓴 글이 아닙니다. 생텍쥐페리의 참전 경험은 2차 세계대전 뿐만이 아닙니다. 스페인 내전 초기, 마드리드 전선에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했는데, 프랑코 측에 포로로 잡혀 처형 직전까지 간 적도 있습니다. 이처럼 위험을 무릅쓰고 번번이 전선에 뛰어든 생텍쥐페리였지만, 전쟁에 대한 기본적인 신념은 전쟁이란 아무런 의미도 없으며 인간이 이런 식으로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바람, 모래, 그리고 별들>에서 전장에서 겪었던 경험담을 꺼냈습니다. 어느 날 인근 마을 가옥 스무 채를 폭격할 것이니 공격 태세를 갖추라는 명령을 받고 대기하던 중 공격이 취소됐습니다. 생텍쥐페리는 그 명령을 선물로 받아들였지만, 다른 군인들은 심하게 불평했습니다. 생텍쥐페리는 말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당신들을 흔들어놓은 소명이 모든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라고. 당신들이 속고 있는 것이라고. 그러니 공격이 취소돼서 더 오래 살 수 있게 된 것을 기뻐하라고, 그러나 그것만으로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올 수는 없습니다. 생텍쥐페리가 믿었던 평화의 방식이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중략>

   ‘사랑은 서로를 마주보는 게 아니라, 둘이서 똑같은 방향을 내다보는 것이다.’ 이 말은 생텍쥐페리가 몸소 전쟁을 치르면서 깨달은, 인류가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방식이었습니다.”            유선영, <문득 묻다 2>, pp.19-20.

 

2. “종말을 목전에 둔 미혼 남녀들(25-35)”을 읽었습니다. 종말에 대한 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임에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런 관심사를 구체적인 젊은 세대에게 초점을 맞춘 내용이라는 점에서 흥미롭기까지 합니다. 아마도 고린도 교회 젊은이들 중에서 종말에 관한 관심사가 화제에 올랐음을 암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종말에 대한 관심사는 나이든 장년에게만이 아니라, 젊은 세대들에게서도 활발했다는 반증이라 하겠습니다. 우리 시대를 3불 시대라고 말하는데, 불안, 불만, 불신이 그것들로 사회 현상 때문이라고 있다 한다면, 젊은 세대들이 말하는 3불은 결혼할 수가 없고, 집을 살 수가 없으며,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자신감을 잃어버린 절망감이라고 할 것입니다. 종말에 대한 관심사나 3불과 같은 사회현상은 우리 세대가 직면한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절망감이나 자포자기에 맡기기에는 우리 삶이 너무나 소중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었던 사도 시대의 문제풀이를 관찰하는 것도 지혜로운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종말을 직면한 1세기의 젊은 이들에게 사도는 첫째로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받아들이자고 권고합니다. “아내가 있는 사람은 헤어지려고 하지 말고, 아내가 없는 사람은 아내를 얻으려고 하지 말라.”는 구절이 그 대표적인 말씀입니다. 그러면서 두 번째로 현실을 초연(超然)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권고합니다. 아내가 있는 사람은 아내가 없는 사람처럼 살고, 슬픔이 있는 사람은 슬픔이 없는 사람처럼 살자고 말입니다. 오해할 여지가 있는 말입니다만, 주어진 현실에 집착하지 말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물건을 산 사람은 그 물건이 자기 것이 아닌 것처럼 살라는 말씀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려는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에 주목하는 말씀입니다. 남편과 아내를 기쁘게 하는데 마음을 쓰거나 세상일에 전심전력하여, 마음이 하나님과 세상 일로 갈라질까 염려한 때문이라 했습니다(33-34). 물론 오늘의 본문은 사도가 임박한 종말관을 가지고 있던 것을 배경으로 합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순간에 우리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이란, 세상 일이 아니라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라는 권고입니다. 이런 종말 자세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웅평 대위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할 때, 공습경보를 들은 제 아내는 중요한 것을 챙긴다고 챙긴 것이, 기도실에 엎드려 껴안고 있던 것이 베개였다고 술회했습니다.

 

3. 오늘은 춘분으로, 내일부터는 낮이 길어지기 시작합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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