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7745.

시편 시 89:22-24.

찬송 456.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잔디는 옆으로만 퍼져 가느라 키가 자라지 않는 풀이지요. 그럴듯한 꽃 한번 피우지 못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잔디 위에 앉는 것을 참 좋아하지요. 사진은 화려한 꽃 앞에서 찍어도, 오래 머물러 쉬는 곳은 잔디밭입니다. 작고 볼품없어 보이지만 묵묵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어 참 아름다운 것들. 우리가 오래 머물러 쉬고 싶은 곳은, 바로 그러한 아름다움이 함께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7731일 방송>

 

2. 성령강림절후 여덟째 주일의 복음서의 말씀 눅 12:13-21을 본문으로 부자들의 문제는 무엇인가?” 라는 제목으로 설교하려고 합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자유와 평등 또는 성장과 분배라는 서로 대립적이기까지 한 주제를 놓고 싸우고 있습니다. 해답이 요원해 보입니다. 그런데 자유와 평등 그리고 성장과 분배는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주제들입니다.

 

가족 간의 유산 다툼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13-15).

복음서를 읽을 때 흥미로운 점 하나는 예수님께서 설교를 하는 중에 가끔 질문자가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주님은 그 질문을 가지고 설교를 계속하신 것입니다(10:25-37). 주님은 현장의 소리를 경청하셨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도 이런 분위기라면 목사들의 설교가 많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일방 통행식이 아니라 쌍방 소통식 설교가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어느 시대나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라는 게 있었습니다. 오늘 본문에 유산 분배를 요구하는 질문자는 이런 사회적 합의를 무시한 자신의 형을 고발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부자 놀부가 가난한 동생을 힘들게 했던 것처럼 예수님 당시의 유대 사회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존재했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를 탐욕의 문제라 진단하셨습니다. 정당하게 취득한 재물이라 하더라도, 힘든 친지나 이웃에 관심을 갖고 돌보는 윤리적인 삶의 태도가 절실하다는 지적입니다.

 

부자들에게는 반드시 치명적인 문제들이 있습니다(16-19).

부자가 되는 과정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근면 성실한 삶을 꼽을 수 있습니다. 중국의 석학 임어당은 60년대의 한국 청년들에게 근면성실하면 반드시 자신의 뜻을 이룰 수 있다는 유명한 강연을 하였습니다. 소비보다는 저축을 꼽을 수도 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이 그 모델입니다. 눈치 빠르게 시류를 잘 타는 일입니다. 장사 수완을 익히려고 상인의 집에 도제로 들어가거나 정치인이 되려고 여의도를 기웃거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재물로는 만족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축재를 삶의 목표처럼 여기게 됩니다. 그 결과 통장에는 쓰고 남을 엄청난 돈이 있지만, 그들의 삶은 늘 가난뱅이라는 점이 첫째 문제이고, 둘째는 이웃이 없는 윤리 부재의 인생이라는 것입니다. 디킨즈의 <크리스마스 캐럴>의 스쿠리지 영감은 너무 늦게 깨달은 사람이었습니다.

 

쌓아두는 소유욕에서 함께 살아가는 윤리욕을 키울 일입니다(20-21).

성경에는 우리가 가질 신앙에는 반드시 윤리가 뒤따를 것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지인의 자녀 결혼식에 초청을 받아 결혼식장인 교회를 찾아가고 있었는데, 한 유명 노교수님이 제가 탔던 지하철에서 내려 1km도 족히 될 법한 길을 걸어가고 있었는데, 그 결혼식장의 주례자로 오셨던 것입니다. 그분은 조용히 선행을 베푸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오래 전에 소개드렸던 서울 YMCA 총무를 역임하셨던 현동완 선생님은 평생 하루 한 끼 식사를 금식했는데, 그 비용을 고아들 돕기에 썼다 합니다. 조금만이라도 안정된 삶이라면, 우리는 가난한 일가 친척과 딱한 이웃들을 정기적으로 돌봐야 하겠습니다. 몽골인 기독유학생들 <잘루스>를 섬기거나, 열악한 국내외 선교지나 장애인 교회 등을 섬기는 묵상식구들이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랑과 관심을 갖는다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들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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