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7993(2023. 4. 5. 성주간 수요일).

시편 시 127:1-2.

찬송 253.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봄이라는 계절의 고운 이미지와는 참 어울리지 않게, 봄에 부는 바람은 참 센 편이지요. 연약한 꽃잎이 바람에 흩어지고, 나뭇가지가 마구 흔들리는 것을 보면, 애처롭기까지 한데요. 그런데 봄날의 거센 바람은 식물이 자라는 데 아주 큰 도움을 주는 그런 바람이라고 합니다. 겨우내 거의 활동을 하지 않던 나무줄기들은 봄바람이 그렇게 흔들어 주어야지, 뿌리에서 빨아들인 영양분을 줄기 끝에 있는 나뭇잎까지 잘 올려줄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니까 봄날의 나무는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점점 더 푸르러진다는 그런 얘기인데요. 세상사에 흔들리면서 조금씩 더 성숙해져 간다는 사실에서는 우리들과 마찬가지겠지요. 봄바람에 흔들리면서 점점 더 푸르러지는 나무들이,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것 같습니다.

<KBS FM 1, 출발 FM과 함께, 200845일 방송>

 

2. “죽음을 예고하신 예수(27-36)”을 읽었습니다. 공관복음서에는 세 번의 수난 예고를 말씀하고(8:31, 9:31, 10:34) 있습니다. 유대인들에 의해 십자가형에 죽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사흘 후에 다시 살아난다는 말씀도 함께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 말씀을 들었던 제자들의 반응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첫 번째는 베드로의 신앙고백 뒤에 말씀하셨는데(8:22-9:1), 베드로가 주님을 붙들고 그리 마옵소서!” 하며 만류합니다. 그러자 주님은 베드로를 사단이라고 부르며 물러가라고 명하십니다. 두 번째는 귀신들린 아이(간질병 환자)를 고치신 후 말씀하셨는데(9:14-32), 이번에는 무슨 말인지 깨닫지 못하고 묻기도 두려워했다 했습니다. 세 번째는 예루살렘에 올라가는 길에 제자들에게 하신 구원에 관한 말씀을 하신 후에 하셨는데(10:32-34), 이때는 제자들이 전혀 무슨 말씀인지 깨닫지 못하고 들어 넘겼다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니까 주님의 제자들은 유독 수난 예고에 관해서만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심각한 체 하였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본문은 이 세 차례의 수난 예고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바로 첫 번째 수난 예고 후에 주님께서는 제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차분한 마음으로 가르치셨다고 생각되는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의 첫 두 구절은 주님의 독백 수준의 말씀입니다. 그리고 천둥소리 같은 음성이 하늘에서 들려 사람들이 놀라는 장면이 있고 나서 주님께서, 당신이 세상을 떠나실 것과 그 하늘의 음성이 전하는 목적이란, 주님의 제자들을 위한 것임을 밝히십니다.

    우리는 죽음이라는 말을 금기시하는 삶을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가 1991613<각당 복지재단>이 주최하는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모임 창립총회10여명의 교우들과 함께 참석하였습니다. 연세대학교 100주년 기념관에는 약 1천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였다고 훗날 주최자의 자료에서 확인했습니다(<죽음으로부터의 자유>, 추천사, 김옥라, pp.1-2.). 그때 교우들은 쭈삣한 표정을 지었지만 반 강제로 모시고 갔는데, 그 모임은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교육을 시작했고, 대부분의 교우들이 그 일원이 되어 훌륭하게 봉사자로 헌신하였습니다. 죽음은 조용히 떠들지 않고 눈을 감아야 하는 일일까요? 어쩌면 주님의 수난 예고를 들었던 제자들의 심정이 그랬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주님은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셨던 것입니다. 한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는 훗날 자신이 호스피스 병동에서 수혜자가 되어 눈을 감으면서, 제게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목사님, 이제는 쉬고 싶습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50세도 안 된 젊은 나이에 삶과 죽음을 진지하게 마주 대하며 살다간 자랑스러운 봉사자였습니다. 수난 예고를 제대로 들을 수 있었던 제자들이었다고 한다면, 그들은 훨씬 더 충실한 제자도를 실천하며 살았을지 모르겠습니다. “문밖이 저승이라는 말은 국민 드라마 <전원일기>에 자주 나오는 명대사입니다. 그러나 그래서 진지해야 할 삶을 살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3. 편한 농부로 살기로 했습니다. 상추 20포기, 열무 10, 고추 20포기(예정), 부추 2, 오이 5포기(예정), 수박과 참외 약간(예정)이 금년 텃밭에 심을 작물들입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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