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자료 8258(2023. 12. 26. 화요일).

시편 시 37:10-12.

찬송 340.

 

1.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시간을 겪으면서, 우리는 마음의 조각을 조금씩 떼어서, 지난 시간 안에 남겨두는 것 같습니다. 숲으로 걸으면서 길을 잃을 까 두려워 빵을 조금씩 떼어 남겨 두었다는 어느 동화의 한 장면처럼 말입니다. 한껏 걸어가다가 고개를 들었을 때, 생경한 풍경에 둘러싸이더라도, 걸어온 길을 표시해 주는 빵조각이 있다면 조금은 덜 당황스럽겠지요. 하지만 동화 속에서처럼 무심코 돌아 봤을 때, 뒤에 남아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두고 온 사람은 있는데, 남겨진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그래서 우리는 자꾸 뒤를 돌아보는 걸 겁니다. 길을 잃은 것 같은 두려움, 또 뭔가를 잃어버린 것 같은 그러한 기분 때문에 말입니다.

    “풀벌레 슬피 우는 밤 달빛도 찬데/ 어이하여 우리 님은 이별을 고하시나/ 유채꽃 물결 바람을 타고/ 끝없이 날고 싶던 지난 날/ 눈부시게 아름답던 꿈을 눈감고 잊으리까/ 부엉새 슬피 우는 밤바람도 찬데/ 어인 일로 우리 님은 먼 길을 떠나시나/ 유채꽃 물결 바람을 타고/ 끝없이 날고 싶은 지난 날/ 눈부시게 아름답던 꿈을/ 눈 감고 잊으리까

    시 속에서 말하는 이는 왜 지금이냐고 상대에게 묻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상대는 이미 이별을 고하고 떠난 뒤이지요. 멀어져 가는 사람의 등을 바라보면서, 혹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대를 향해, 화자는 끊임없이 묻고 있습니다. 이제 함께 했던 시간이나 추억은 온전히 남겨진 사람의 몫이지요. 그 시간 속에 영원히 남아 있던, 떨치고 나와서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명명하든, 그것은 스스로가 선택해야 할 일이겠지요. 임 랑 작사 작곡 <별리> 소개해 드렸습니다.

<KBS FM 1, 정다운 가곡, 20081222일 방송>

 

2. “예수 탄생의 예고(26-38)”을 읽었습니다. 기독교회의 유산을 많이 계승하고 있는 로마 가톨릭 교회나 희랍 정교회 그리고 이집트 콥트(Copt)교회에 우리는 많은 빚을 지고 있습니다. 가령 성탄절은 로마가 태양신을 섬기고 있었는데, 콘스탄틴 대제가 기독교를 공인하였을 때, 태양신의 축일인 1225일을 예수님의 탄일로 바꾼 데서 유래하였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역사입니다. 동지가 지나면 해()의 길이가 늘어나게 되는데, 예수님의 탄일로 바꾸던 해의 동지가 1224일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는데, 이집트의 정교회인 콥트교회에서는 로마 가톨릭 교회처럼 태양신의 축일로 지키던 16일을 예수님의 탄일로 지키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1225일은 성탄절로, 16일은 주현절(빛으로 나타나신 주님) 절충한 것이 오늘의 교회력이라 하겠습니다. 그래서 이런 배경을 가진 성도들 가운데는 성탄절 기간에 주현절의 기간(16일부터 성회 수요일 전까지)을 다 합해서 지키는 이들이 있습니다. 가령 미국 시골에 가면 성탄절부터 성회수요일(금년은 214) 전날까지 성탄 트리나 성탄 화환을 보존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이런 새로운 발견(?)으로 인해서 교회력에 변화가 올 수 있다 하겠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마리아와 정혼한 요셉이 12세기쯤에야 319일에 축일로 정착됐습니다. 왜관의 분도수도회의 한 수사는 요셉이 천국에서 난동을 부렸는데, 자신의 처는 성모라 존경하고, 아들은 성자로 숭배하는데, 나는 평생을 마리아를 지켜주기만 했는데, 어느 놈 하나 거들떠도 보지 않아 속이 상한다 했다 합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요셉의 날을 제정하게 됐다 전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성탄절 기간을 보내고 있다는 얘기를 하려고 사설/辭說을 늘어놓은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는 예수 탄생의 비화/祕話를 듣는 기분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난데없이 하나님의 아들이 태어났다는 족보 없는 사생아 취급하는 세상의 말쟁이/辯士들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대단한 분들입니다. 이때 등장한 인물이 하나님이 보내신 천사장 가브리엘입니다. 그는 먼저 마리아에게 찾아가서 하나님의 성령으로 잉태한 것을 알립니다. 두려워하는 마리아에게 다윗의 왕위를 계승할 분이 태어날 것이라고 말해 주고, 아직 처녀의 몸임을 얘기하자, 이종 4촌간인 엘리사벳이 나이 들어 임신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임신한 사실을 예로 들며, 하나님의 성령께서는 모든 일이 가능함을 설득하자, 마리아는 믿음으로 이를 수락합니다. 예수님께서 동정녀를 통해서 출생하셨음을 밝히는 매우 중요한 탄생 비화라 하겠습니다. 동정녀 탄생 설은 이성에만 의존하는 우리들이 극복해야 할 관문입니다.

 

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Posted by 박성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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